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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고 싶은 것

문화생활 2012/05/04 16:27 posted by 고은태

내 인생의 한 시기를 함께 해준 그의 존재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로 인해 우리 세대의 삶은 좀 더 의미 있어졌고, 좀 더 아름다워졌다. 그가 그렇게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토록 외롭게 자신의 삶을 버려야 하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그를 그리워하는 우리는 지금 그의 존재로 인해 얼마나 든든해하고 있었을까. 이 척박한 세상에서 그의 존재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힘들었던 나의 젊음을 함께 해준 그가 정말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가 더 이상 함께하지 않음이 야속하고, 우리에게 준 그 큰 위로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혼자서 떠나가야 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참으로 삶이 팍팍한 오늘, 그의 부재가 너무 크고 아프다.

물질에 대한 욕망은 좋지 않은 것이다. 어떤 스승도 물질에 대한 욕망을 긍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가 이토록 일치하는 부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스러져갈 헛된 물질에 대한 집착은 늘 죄악의 원인이고, 허망한 노릇이며, 진실한 깨달음을 얻는데 걸림돌이었다. 아니 뭐, 그렇게 고매하게 가지 않아도 물질에 대해 욕망을 느끼고 굳이 그것을 자신의 소유로 해서 영원히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은, 인간의 삶 자체가 영원하지 않은 마당에 참 부질 없는 것이고, 아무리 소중한 것도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이 필연적인 시대정신에도 어울리지 않으며,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의 세계에는 더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질로써 소유하겠다는 욕망을 다스리기 힘들다. 너무 큰 유혹이라서.

언어는 내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언어가 더 큰 힘을 가지는 세상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가 남겨준 아름다움 앞에서 언어는 빛을 잃는다.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언어가 내 부족한 창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음악은 늘 언어보다 아름답고, 더 강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경우에는 음악을 없애버리고 언어인 가사만 남겨도 내가 경험한 다른 언어보다 훨씬 더 강하고 아름답다. 놀랍도록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의 음악, 그의 메시지. 나는 오늘 다시 한번 김광석을 앓는다.

내가 어린 시절, 당시에도 문학소녀였고, 80을 바라보는 지금도 문학소녀인 큰 고모가 가끔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다가 '배호 왜 죽었니'하며 한숨처럼 내뱉을 때, 나는 평생 그런 말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도대체 그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남진이나 나훈아를 향하는 팬심과 비슷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러나 오늘 나는 가끔 눈물바람 한숨바람과 함께 내뱉는다. '김광석 왜 죽었니.' 그리고 나는 이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그것은 내 삶의 한 시기를 함께 해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자, 그가 내게 주었던, 그리고 줄 수 있었던 위로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이며, 이제는 지나가 버린 내 삶의 큰 부분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다.

'명불허전' 이게 앨범의 이름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아름답고 신나게 불러준 뮤지션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남겨준 김광석에게 다시 감사한다.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서른이 되었을 때, 그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생각했었다. 당연히 그가 나의 삶에 함께 해줄 거라고. 마흔 즈음에, 쉰 즈음에, 그리고 예순 즈음에를 들으며 헛되이 나이 먹어가는 걸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설마 서른 즈음에가 마지막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 그가 나보다 먼저 어딘가로 가버리고, 그가 없는 세상을 살게 된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접고 이 앨범을 들으며 대신 위로를 받으려고 한다. 그의 음악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래서 현재의 뮤지션들에게 불릴 수 있는 거라면, 아마도 내 삶의 흘러가버린 부분도 조금은 유효하고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의 존재가 내 젊은 날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하는지. 나는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아직도 우리 시대를 살고 있다.

씩씩한 서른 즈음에를 들을 수 있으니 되었다. 나는 그래서 앨범을 사서, 물리적으로 소유한다.



그리고 덩달아 김광석 본인의 목소리도 소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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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이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

    2012/05/09 05:09
  2. BlogIcon 사만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해가 안갑니다.

    2012/05/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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