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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 폴리시가 오늘 자 보도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얼마 전에 앰네스티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아이린 칸(Irene Khan)씨와 함께 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입니다.
Race for top human rights post heats up (Foreign Policy)

긴 기사지만, 대충 훑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12월에 UN총회는 인권에 대한 UN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UN사무부총장(assistant secretary-general)직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는 제바에 자리잡은 UN인권고등판무관실과의 조정업무를 맡으면서, 3년 전에 반기문씨가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래 인권분야에서 UN본부의 업무가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자리의 후보로 몇 사람이 기사 내에서 거명되고 있는데, 그 중 국제앰네스티의 전사무총장인 아이린 칸씨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막후에서는 경쟁이 꽤나 치열한 모양인데요, 거명된 후보들을 기사에서 거론된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rene Khan: 전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Heraldo Muñoz: 주UN 칠레 대사
David Scheffer: 전 미국대사, 주로 전쟁범죄 관련
Joanna Weschler: 폴란드 민주화 운동가이자 전 Human Rights Watch의 UN 대표부

제가 보기에는 네 분 중에서는 아이린 칸씨가 프로필이든, 업무적합성이든 혹은 활동력이든 가장 확실한 후보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해당 직위에 강력한 인권옹호자를 세울 것인지, 아니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인 인사로 채울 것인지 반기문 총장의 선택이 관심거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조심스러운 성격 때문에 잘 알려진 인권활동가를 꺼려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보면, 아이린 칸씨는 그녀의 막강한 능력과 업적, 그리고 지명도 때문에 오히려 선택되기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누가 되든, 반기문총장의 선택이 그런 쪽으로 간다면 이는 모두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사무부총장직 신설 자체가 반기문총장의 해당분야의 활동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찰을 피해가는 인사를 앉힌다면 결국 반기문씨는 인권문제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의 UN사무총장이었다는 오명을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진 부분에 대해 만회해야 함에도 그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이지요. 반면 정말 강력한 인사를 앉힌다면, 개인적인 위신은 물론이고 그간 부진했던 UN의 인권활동을 강화하여 전세계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을 위해서나 전세계를 위해서나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아이린 칸씨는, 촛불집회 때 국제앰네스티 조사단 파견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린 인물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습니다. 작년 말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정부에 앰네스티의 우려를 전달하고, 용산참사현장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는 등 인권침해현장을 살펴보고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한국의 시민들 그리고 앰네스티 회원들과 교감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해서 비교적 우리 사회에는 친숙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앰네스티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9.11 테러 이후에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인권침해의 물결 속에서 이에 대항해 가장 강력한 정부들과 용감하게 맞섰으며, 동시에 빈곤문제에 대해 인권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앰네스티의 활동범위를 늘리고, 동시에 인권운동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녀는 '들리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을 썼으며, 한국어로 번역도 되어 나왔습니다.)

또한 앰네스티 내부적으로는, 피해자를 '위해' 일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피해자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그들의 스스로의 목소리로 전세계에 외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여 50년간 앰네스티가 활동해 온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앰네스티 밖에서나 안에서나 늘 용감한 변화의 지도자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아이린 칸씨가 그 자리에 임명되어서, 부디 국제앰네스티에서 보여주었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전세계 인권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데 이바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인권상황을 잘 이해하는 UN사무부총장의 임명은, 한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믿습니다.

들리지 않는 진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아이린 칸 (바오밥,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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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저나 이 포스트를 보고 한국정부가 아이린 칸 반대로비를 엄청나게 벌일까봐 걱정입니다. 이미 한번 움찔했으니... 정부관계자들 중에는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도 계신 것 같던데요.

    2010/03/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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