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사형에 관한 위헌심판제청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계실 터이고, 위헌심판제정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서 늘 있었던 제청과 기각(?)이 또 다시 되풀이되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청 이유에 상당히 신선하게 들리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대세를 좌우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만큼 뉴스가치도 떨어지는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모 언론의 앰네스티 전담기자(라면서 앰네스티 관련기사는 한번도 쓴 일이 없는)인 모 기자께서 전화를 주셨더군요.(이 분에 대해서도 한번 글을 올려야 하겠군요.) 이번 결정에 대한 제 의견을 물으시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보다보니, 이번 결정에 사형제도의 문제가 법률적 관점에서 참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여러분과 공유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위해"*1), "인간이기를 포기한 피고에게"*2) 따위의 문구를 무슨 표준답안이나 되는 양 집어넣는 판사들에 비해 이렇게 성실하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재판부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감동을 먹기도 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1)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사회계도를 위한 교육보조자료로 사용한다는 선언에 다름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한 피고를 벌하기 위해 국가가 똑같이 그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2) 자기 앞에 서있는 사람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리를 누가 재판부에 부여했습니까. 법대나 사법연수원에서 인간감별법이라도 배우나요? 인간이 아닌데 왜 마지막에 종교인이 만나줍니까? 장례는 왜 치룹니까? 동물을 사형장에서 죽여도 되나요? 어떤 나쁜 인간도 인간으로 죽을 권리는 있다고 믿습니다. 차라리 이 문구가 사형을 선고하는데 따른 심리적 압박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래 결정문에서 뒤로 이어지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고 논리가 매우 정교합니다만, 사형폐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어 올리지 않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다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이와 관련한 문의를 보냈을 때, 즉각 답변 해주시고, 결정문 전문을 웹사이트에 올려주신 재판부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법부의 마인드가 참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습니다. 하긴... 많은 판사분들이 이제는 저보다 젊은 분들이시니... 제가 늙었군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결정문 전문
형벌로서 사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1996. 11. 28.자 95헌바1 결정에서도, 사형제도는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고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의 비례원칙이나 헌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형벌로서의 사형이 우리의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미루어 보아 지금 곧 이를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므로 아직은 현행의 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지가 발달하여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두려움성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되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사형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을 곧바로 폐지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명히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어제 모 언론의 앰네스티 전담기자(라면서 앰네스티 관련기사는 한번도 쓴 일이 없는)인 모 기자께서 전화를 주셨더군요.(이 분에 대해서도 한번 글을 올려야 하겠군요.) 이번 결정에 대한 제 의견을 물으시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보다보니, 이번 결정에 사형제도의 문제가 법률적 관점에서 참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여러분과 공유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위해"*1), "인간이기를 포기한 피고에게"*2) 따위의 문구를 무슨 표준답안이나 되는 양 집어넣는 판사들에 비해 이렇게 성실하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재판부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감동을 먹기도 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1)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사회계도를 위한 교육보조자료로 사용한다는 선언에 다름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한 피고를 벌하기 위해 국가가 똑같이 그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2) 자기 앞에 서있는 사람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리를 누가 재판부에 부여했습니까. 법대나 사법연수원에서 인간감별법이라도 배우나요? 인간이 아닌데 왜 마지막에 종교인이 만나줍니까? 장례는 왜 치룹니까? 동물을 사형장에서 죽여도 되나요? 어떤 나쁜 인간도 인간으로 죽을 권리는 있다고 믿습니다. 차라리 이 문구가 사형을 선고하는데 따른 심리적 압박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래 결정문에서 뒤로 이어지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고 논리가 매우 정교합니다만, 사형폐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어 올리지 않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다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이와 관련한 문의를 보냈을 때, 즉각 답변 해주시고, 결정문 전문을 웹사이트에 올려주신 재판부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법부의 마인드가 참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습니다. 하긴... 많은 판사분들이 이제는 저보다 젊은 분들이시니... 제가 늙었군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결정문 전문
가. 사형부분의 위헌성
(... 일부 생략 ...)
어떤 범죄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므로, 입법자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범죄의 실태 및 죄질의 경중,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고려한 형벌 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형벌로서 사형에 대하여
‘① 헌법 제12조 제1항, 헌법 제110조 제4항이 군사법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범죄에서 사형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
② 사형수에 대한 헌법 제10조 소정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이고 법규정에 의하여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 양심에 반하여 사형의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비판,
③ 중범죄에 대하여 하급심과 상급심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인간이 하는 재판인 한 오판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오판에 의한 사형 판결이 집행된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데다가,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범인의 영구적 격리나 범죄의 일반예방이라는 공익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의하여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음에도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기초적인 의미를 갖는 생명권을 최종적으로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에 반한다는 비판,
④ 범죄인은 자신의 생명이 박탈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더욱 흉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형벌로서의 사형의 일반예방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이는 반면, 종신형에 있어서 범죄인에게 생명이 존속할 때까지 참회할 기회를 줄 수 있는 것과 함께 사형과 동일하게 범죄인의 영구적인 사회격리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범죄인의 수형생활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자유를 상실하는 것에 대하여 자유의 소중함을 생동감 있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형벌의 일반 예방적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
⑤ 범죄의 원인에는 범죄인의 악성과 반사회성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환경적 요인도 적지 않은데 국가가 범죄의 모든 책임을 범죄인에게 돌리고 반성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형벌에 있어서 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등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사형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형폐지론과 사형존치론이 대립하고 있으나 사형존치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며 사형존치론자도 대부분 정치, 사회, 문화적 여건으로 보아 사형폐지는 시기상조라고 하거나 단계적인 폐지 내지는 사형의 집행유예제도 도입 등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11월 2일 19명,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현재 사형 미집행자수는 58명이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에서는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는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바,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이미 2007. 12. 30.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10월 현재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국이며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1개국이고 사형존치국은 64개국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 1996. 11. 28.자 95헌바1 결정에서도, 사형제도는 필요악으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고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의 비례원칙이나 헌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형벌로서의 사형이 우리의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미루어 보아 지금 곧 이를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므로 아직은 현행의 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지가 발달하여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두려움성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되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사형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을 곧바로 폐지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명히 판시한 바 있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도 1996년 당시에는 사형에 대하여 합헌판결을 한 바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계적 사형폐지론을 취하면서 당시로서는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우리나라는 1997. 12. 30.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회․문화적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인식이 1996년의 위 합헌결정 당시의 상황과는 달라졌다고 할 것이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국이며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31개국에 이르렀고, 위 사형폐지국가들도 사형의 존치 여부 및 대체형벌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통하여 사형을 폐지하였을 것인데, 굳이 우리나라가 사형존치국으로 남아 있을 만큼 문화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위 합헌결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종교와 자선단체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화 및 세계화의 물결 속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참가한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제 과감히 사형폐지의 시기상조론이나 단계적폐지론에서 탈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의 법감정이 사형폐지보다 사형존치에 실려 있고 아직도 국민의 의식이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은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의 허상일 뿐이다.
만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형에 대체할 형벌과 함께 사형제도의 중대성과 심각성, 사형존치론과 사형폐지론의 근거를 일반 국민에게 납득시킨다면 사형폐지론을 지지하는 수가 절대적 다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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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아주 잘 해주셨네요.
2008/10/19 09:27그렇죠? 어느 분인지 참 열심히 쓰셨어요.
2008/10/19 11:59간만에 안티와님 뵈니 방가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