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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민단체에 대해 몇 편의 글을 포스팅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시민단체에 대해서 무언가 이야기할 자격이 되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다른 단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뭐라고 할만한 내공도 없는데다가 자기가 속한 단체 일도 제대로 못 꾸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민운동에 위기가 도래하리라고 생각했고 - 저만 생각한 것은 아닐 겁니다 - 이왕이면 바깥에서 위기가 와서 개혁을 강요당하는 것 보다는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발언을 하자니, 할 만한 공간도 없고,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가 옳다는 확신은 물론 없지요.

며칠 전 부이사장님과 사무국장님을 만나 회의를 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과연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혹은 그런 발언이 경청될 만큼 국내의 시민운동에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단체나 이런 비슷한 고민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 앰네스티 활동 한 우물만 파온 저로서는 국내의 시민단체에 대해 뭐라고 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저희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그리고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더 큰 성과를 내는 단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도 열악한 환경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기에 이러쿵 저러쿵 하기가 더 힘들기도 합니다. 혹시 옳은 소리를 하더라도 입 바른 소리로 뒤에서 칼을 꽂는 기분 아닐까요?

시민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다 똑같은 놈이기 때문에 서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겁니다. 싸잡아 시민운동이라고 해도 결국은 다 다른 단체들이고, 그런 점에서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요. 물론 그간 많은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때문에 문제제기가 강력한 발언이 되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일부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막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작은 단체들 중에는 아마 비분강개하며 문제제기를 할만한 자격을 갖춘 단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당연히 들리지 않지요. 도대체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가 없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이미 국내의 Advocacy(의견)단체 중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게 된 앰네스티가 뭐라고 한다 해도 아마 시민들이나 다른 단체에 전달될 방법은 없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시민단체나 시민운동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할 만한 커뮤니티가 실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몇몇 인사들의 경우에는 예외인 것 같습니다만.)

변명만 줄줄이 썼네요. 그렇습니다, 이 글의 목적이 바로 변명인 것입니다. 하지만 변명만 하고 말 수는 없지요. 환경운동연합의 사건을 보면서, 한 시민의 자격으로라도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풀어보려면 걸리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래서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가 스스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힘든 것 아닐까요?

물론, 그냥 놔두어도 천천히 나아질 것입니다. 시민들도 서서히 취사선택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옥석이 가려질 겁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시민운동 전체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가장 부작용이 없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디서부터 시민운동, 시민단체가 달라질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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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은태님이 계시는 앰네스티에서부터 기대를 해봅니다.^^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들이 풀려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기를요.

    2008/11/06 01:4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그러려고 매일매일 투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른 것이 때론 그다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너무 어려울 때도 많지요.

      그래도 돌아보면 눈꼽만큼이라도 진보가 있었습니다.
      그 작은 진보를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더 전진해야지요.

      다만, 우리 역시 한국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혼자만 잘나지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우리 구성원도 그냥 가지고 들어오는 거니까요.
      최종적으로는 전체가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008/11/06 13:38
  2. BlogIcon 리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은 제가 지울 수 있지 못하네요. 맨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삭제하시면 될 듯...

    2008/11/07 09:0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아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괜한 부탁을 드렸네요.
      그럼 앞으로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2008/11/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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