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제가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이사장이라는 것이 부담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런 경우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이 한 단체의 대표가 다른 단체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발언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겁이 납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저는 한 개인으로서, 그것도 환경운동연합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보다 나은 사회의 꿈을 가지고 고민해 온 일반적인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이 글을 씁니다. 많이 고민했고 주저했지만, 꼭 해야할 이야기는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려주시면 겸허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전제할 것은 이번 환경운동연합 사건의 본질에 대해 제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 굉장히 흥분하지만 또 동시에 특정 기사에 대해서는 앞뒤 없이 흥분하기도 합니다. 낚시에 번번이 걸리는 것이지요. 그런 오류는 피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한 판단은 이 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오직 오늘 발표된 환경운동연합 상근활동가 전원사퇴에 한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모든 구성원분들께,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크든 작든 인생의 소중한 일부분을 희생하면서 대한민국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애정으로 헌신하신 여러분의 노고와 선한 마음이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상처받고 고통스러우실지 차마 짐작해 보기도 겁이 납니다. 그간의 수 많은 공헌에도 불구하고 날아드는 여론의 돌팔매질 앞에서 여러분의 마음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하겠지요. 아무리 과거의 관행이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있었으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그런 것들과 함께 갈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좌절과 상처를 딛고 다시 환경운동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여러분께 우선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지금 보여주시는 것처럼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면 언젠가는 오늘의 아픔이 과거의 추억이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오늘 환경운동연합의 중앙사무처 상근활동가들이 모두 사퇴하고 자원활동가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이름만 빼고 모든걸 바꾸겠다"; 오마이뉴스) 참으로 뼈를 깎는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고통스런 결단에 이를 정도로 환경운동연합의 자기반성과 새로 태어나려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로 받아 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옳은 방법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시민단체가 잘 못 되었을 때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이사회(환경련의 경우는 중집위입니까?)이며, 그것으로 부족할 때 책임져야 할 주체는 단체의 주인인 회원들입니다.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조직체에서는 중앙조직을 구성하는 구성단체들이 이사회와 회원들 중간의 책임주체가 되겠지요.) 상근활동가는 단체의 주인들이 결정한 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왜 책임져야 합니까?
상근활동가에게 문제가 있다면, 문제의 책임소재를 따져서 개별적으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상근활동가가 조직의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경우가 생기는 것을 저는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시민단체를 생각하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만일 부득이하게 중앙조직을 해체해야 한다면, 상근활동가는 상황에 따라 퇴직금을 받고, 가능하다면 퇴직에 따른 위로금을 받으며, 재건 후 임용시 우선순위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원활동가로 전환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가 되겠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상근활동가는 대외적, 공식적으로는 피해자로 대접받아야지 책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집단사직은 그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근활동가들이 집단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집단적으로 회원을 활동에서 배제시키고, 회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이사회의 의사와도 무관하게 조직을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끌고 나가는 등, 상근활동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그동안 단체가 상근활동가들에 의해 전적으로 움직여 왔을 경우입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면 해고의 대상이지 사퇴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더구나 만의 하나, 아니 백만의 하나, 이런 경우가 벌어졌더라도 이사회, 구성단체, 회원의 책임이 덜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근활동가들이 이런 책임을 져야할 만큼 전횡을 일삼는 동안 임원들은 이름 걸어놓고 무엇을 했습니까? 구성단체나 회원들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까? 시민단체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주인은 권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마땅히 첫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상근활동가의 사퇴에 - 그리고 월급반납이라는 극한 조치에 - 필적할만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저는 오늘 특별대책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조직을 해체하고 사실상 다시 세우겠다는 그 결심에 위로와 성원을 함께 보냅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환경운동연합이 우리 사회의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상근활동가 문제 만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본의와는 달리 이는 상근활동가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제 올바른 운동방법을 고민하면서 새로 시작하려는 그 중요한 순간에, 과거의 운동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 순간 시민이 시민단체의 주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상근활동가의 전원 사직결의는, 그 결의에 담긴 순수한 뜻과 희생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이 문제가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문제라는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제게 이런 문제가 닥치면, 아마 여러분 만큼의 대책도 내어놓지 못하고 그저 공황상태에 빠져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한 시민의 속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환경운동이 이 땅에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렸듯이 오늘의 고통이 이제 다시 시민운동의 새날을 여는 단체로 우뚝서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부디 건강도 살피시고, 오늘의 결의가 앞으로 한국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으로 힘차게 나가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제가 도울 일이 아무 것도 없지만, 작은 위로와 성원을 보냅니다. 미래는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진보적 시민단체' '촛불'이라던 환경운동연합 횡령사건에 침묵하는 시민단체들 참여연대, 경실련 , 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 어떤 논평.입장도 없어!! * 관련 글 : 시민과 블로거, 1년 넘게 국내 최대 환경단체의 권력형비리에 맞서다!! '진보적 시민단체' '촛불'이라 불리는 한국 최대의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거대한 검은 부정.비리에 한 시민(최초제보자)과 함께 1년 넘게 압박과 협박, 조롱, 회유속에서도 굳굳이 맞서 싸워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환경운동연합의 이번 일을 접하며,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이,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가며 변화를 위해 부림치는 사람들이, 그곳을 지지하는 회원을 포함한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앰네스티에서 몸 담고 있는 저도 이번 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부장님말씀처럼 소수의 몇몇이 희생양이 되는, 그리하여 그들의 노고는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그렇게 잘못을 고쳐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계기삼아 다시 일어나야되지 않겠습니까? 폐해가 있다면 바로잡고, 다시한번 진정한 삶을 위해 힘을 합쳐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우리나라의 한 시민으로서 잘못은 뉘우치고,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다시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겠습니다.
<물론 상근활동가들이 집단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집단적으로 회원을 활동에서 배제시키고, 회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이사회의 의사와도 무관하게 조직을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끌고 나가는 등, 상근활동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그동안 단체가 상근활동가들에 의해 전적으로 움직여 왔을 경우입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면 해고의 대상이지 사퇴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의 소위 시민운동이 이 지경이 된 원인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환경운동연합의 가장 큰 잘못은 다른 게 아니고 바로 그것입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사태가 그렇게 가도록 만든 다른 이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없을 겁니다.
모든 시민단체의 상근활동가들이 보따리 싸서 집에 가버리면 시민운동의 문제점은 다 없어지겠지만, 그게 해결책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시민운동의 주인이 시민이라면, 그 시민들도 당연히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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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의 이번 일을 접하며,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이,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가며 변화를 위해 부림치는 사람들이, 그곳을 지지하는 회원을 포함한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앰네스티에서 몸 담고 있는 저도 이번 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부장님말씀처럼 소수의 몇몇이 희생양이 되는, 그리하여 그들의 노고는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그렇게 잘못을 고쳐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계기삼아 다시 일어나야되지 않겠습니까? 폐해가 있다면 바로잡고, 다시한번 진정한 삶을 위해 힘을 합쳐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우리나라의 한 시민으로서 잘못은 뉘우치고,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다시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겠습니다.
2008/11/06 21:28어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2008/11/07 15:09변화가 그다지 쉽지 않다는게 참 문제이기도 하지요.
이번 잘못 만으로 한국의 시민운동이 변화할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워낙 뿌리깊은 문제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상근활동가들이 집단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집단적으로 회원을 활동에서 배제시키고, 회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이사회의 의사와도 무관하게 조직을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끌고 나가는 등, 상근활동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그동안 단체가 상근활동가들에 의해 전적으로 움직여 왔을 경우입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면 해고의 대상이지 사퇴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2008/11/07 07:27정확한 지적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의 소위 시민운동이 이 지경이 된 원인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환경운동연합의 가장 큰 잘못은 다른 게 아니고 바로 그것입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사태가 그렇게 가도록 만든 다른 이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없을 겁니다.
2008/11/07 15:13모든 시민단체의 상근활동가들이 보따리 싸서 집에 가버리면 시민운동의 문제점은 다 없어지겠지만, 그게 해결책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시민운동의 주인이 시민이라면, 그 시민들도 당연히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중앙집행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니 중집위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지요. 그런데 중집위 의장이 비상대책위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2008/11/08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