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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사태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신문에 기사가 하나 올라왔네요. 내용의 옳고 그름에 대해 제가 평할 입장은 아니고,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돈 아닌 상상력... "길은 얼마든지":시민사회신문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다루어져서 뭐라고 코멘트는 못하겠고, 글쓴이의 문제의식 중 상당부분에는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돈 문제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러한데, 이 돈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룹니다. 오늘 제가 문제제기하는 부분은 다음의 내용입니다.

"아무리 공익을 위한 시민운동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운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자임한 일이다."

백 번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국방의 의무 외에 또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있을까요? 유독 시민운동의 활동가 - 저는 이 활동가라는 용어도 좀 정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 만 스스로 하는 일일까요? 저는 이 당연한 듯 보이는 문장에서 한국사회의 시민운동과 시민단체가 깊이 고민해야 할 화두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가, 활동가... 스스로 원해서 자기희생을 해가며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존경도 받고, 발언에 무게도 실립니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았는데 공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가는 시민이 시켜서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이 필요하다고 명령한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운동가가 시민에게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결정하고 운동가는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한국시민운동은 별로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그냥 자기가 나서서 스스로를 시민의, 공익의 대변자라고 주장합니다. 솔직히, 결정해 줄 시민도 없는 경우가 많지요. 좀 뻘줌한 일이 아닌가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실체이며 그 원인과 결과라고 봅니다. 과거와 다른 다원주의 사회에서 시민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가들은 시민으로부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받고 그 실행의 일정부분을 위임받는 과정을 거쳐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시적인 절차도 없이 '스스로 자임해서' 나서다 보니, 단적으로 말해서 누구에게 정정당당하게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좋은 일 하는데 보태달라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지요. 시민운동이라면, 시민이 시켜서 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그 일을 시킨 시민들, 즉 회원들은 자신들이 시킨 일에 대해 상근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운동과 단체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과 의무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제일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보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는데,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한국적 상황이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도 있고, 역사적 맥락도 있으며, 이렇게 진행되는 운동이 굉장히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저는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운동은 시민운동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전문가운동'이나 '활동가운동'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민이 주체가 아니라 오직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 존재하는데 시민운동이라고 부르기는 좀 거시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용어의 정의가 혼란스러운 것이 현재의 시민운동이 가지는 문제의 상당부분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앰네스티는 어떠한지 말씀을 드려야 하겠군요. 전세계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하며, 대변하고, 활동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있습니다만, 내부적으로는 220만 회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임원과 직원들은 이들의 의사에 따라 주어진 일을 자신의 위치에서 실행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한국지부 역시 전세계 앰네스티운동의 의사를 일차적으로 놓고, 여기에 한국의 회원들의 결의에 따라 활동합니다. 회원들은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상근자들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에 대한 의무로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책임을 지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를 가집니다.

물론 이런 이론상의 체계가 늘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잡하고 긴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원들은 때로는 자신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시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상근자 전원은, 스스로 원해서 자기희생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원들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올바른 시민운동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앰네스티 자랑이 아닙니다. 저희도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많지만 최소한 모델 자체는 그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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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조아신  수정/삭제  댓글쓰기

    활동가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최근에 어떤 시민이 남긴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분의 요지는 이거였습니다. 단체에서 상근하는 사람들을 '활동가'라고하는데 나도 직장 다니면서 자원봉사도 하고, 회원으로서 의사도 개진하는데 '활동가'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 내부 상근자들을 활동가로 일컫는 순간 시민과 보통의 활동가들과 괴리가 생긴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활동가, 운동가, 시민운동가... 라는 이제까지 습관적으로 지칭해왔던 용어들도 다시하번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종 올리시는 시민운동에 대한 글.... 여러가지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8/11/12 00:4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는 회원을 활동가라고 부릅니다.
      물론 활동하는 회원이어야 하겠지요. -_-;;;
      Be an Activist! 뭐 이런 식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다른 단체와 소통에 좀 혼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사장이지만, 어디까지나 회원인데, 인권활동가대회에 가도 되는지???
      또한 상근자를 어떻게 부를까도 여전히 고민입니다.
      개념 상으로는 회원이 상근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전업활동가??? 쫌 이상하죠?

      2008/11/12 02:16
  2.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지부 역시 전세계 앰네스티운동의 의사를 일차적으로 놓고, 여기에 한국의 회원들의 결의에 따라 활동합니다. 회원들은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상근자들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에 대한 의무로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책임을 지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를 가집니다.'

    이 부분 좀더 보여주세요. 저같이 게으르면서도 의심 많은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답니다.

    2008/11/13 20:44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꽤나 고민을 했는데,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조직도 놓고 이러고 저러고 해봐야, 사실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실제 어떤 식으로 움직여 가는지가 중요하지 이론상으로야 다들 훌륭하지요.
      결국 들어와서 보셔야 직접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이 그렇게 쉽게 보여진다면, 이미 시민운동의 옥석이 가려졌겠지요.
      참고로 회원의 회비 수입이 저희 전체 수입의 대부분(90%)를 차지합니다.
      어제 온 메일에는 UDHR60을 기념하기 위해 회원이 참여할 일 6가지가 왔더군요.
      뭐 뭐든지 이상대로 되지는 않습니다만, 아직은 그래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아 참, 민주주의에 대해 말씀 드린다면..
      올 봄 총회에서 제가 현직 이사장임에도 전혀 재선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2008/11/22 18:08
    • BlogIcon nooe  수정/삭제

      재선이 안되시더라도 블로그관리는 계속 하실꺼죠?^^

      회원이 참여할 일 6가지도 뭔지 궁금하네요.

      2008/11/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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