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런던에서 열린 회의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ISP위원회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는 성격이 성격이니 만큼 국제앰네스티의 사무총장인 아이린 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흘간 계속 같은 방에서 회의를 한 것이지요.
하루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침 바로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하더군요. (음, 이거는 벌써 몇 번째 부도난 약속이라서... 이번에는 꼭 약속 이행을 받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야기 해주었지요. "한국 경찰이 이번 촛불집회 보고서 때문에 국제앰네스티에 법적조처 할지도 모른대."
웃으면서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하라고 해." 그래서 한 마디 더 해주었습니다. 한국경찰이 담당조사관에게 사무총장한테 항의서한을 보내겠다고도 위협했다던데? 그랬더니, "환영한다. 좋은 일이다."고 하더군요. 한국정부 쪽에서는 국제앰네스티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실이나 외무부쪽 분위기는 좀 다른 듯 한데... 법무부도 강력히 반박은 하지만, 경찰과는 좀 톤이 다른 것 같지요? 아무래도 경찰이 직접 앰네스티를 상대하는 것이 역부족인지... 좋게 이야기하면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법무부가 수사권독립에 반대하는 바로 그 논리가 맞다는 뜻이겠지요.)
NGO와는 달리 정부관계자의 발언은 커다란 무게를 갖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할 것이 아니라면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지요. 불행히도 지금의 상황은 '일개 시민단체'인 국제앰네스티 보다 한국정부 쪽의 발언이 더 가벼운 것 같습니다. 좀 더 진중한 책임자의 발언이 아쉽습니다. 저도 대한민국 국민인 까닭에 한국정부가 우스개거리나 놀림감이 되는 것은 싫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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