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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조사관 노마 송별회

지부장 일기 2008/11/30 12:35 posted by 고은태
일부 언론에 보도가 되었습니다만, 지난 약 한 달간 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의 Norma Muico 조사관은 한국에서 일상적인 조사활동을 벌였습니다. 언론에는 주로 이주노동자 문제와 YTN 방문이 보도되었지요. 그리고 오늘(11월 30일) 다시 한국을 떠나 런던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그저께 11월 28일에 노마의 송별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지부 사무실 사람들과 몇몇 관심있는 회원분들, 그리고 제가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래 앰네스티 조사관은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간다고 해서 특별히 송별회 따위를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마의 송별회는 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 관한 조사가 워낙 힘든 경험이었고 이를 위해 조사기간 내내 한국지부 사람들이 노마와 함께 다니며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게다가 이번 방문이 노마의 입장에서는 조사관으로서는 마지막 한국방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별한 모임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제 와서 새삼 노마의 활동을 평가한다거나 하는 것은 제 능력 범위 바깥의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노마는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조사관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촛불집회 관련 조사과정을 보면서 저는 거의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관련자 면담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 주로 오후나 저녁시간 이후 - 지방에 있는 피해자를 만나러 갑니다. 몇 번인가는 집회현장을 보기 위해 거리에서 자정이 넘을 때까지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정부 관계자나 각종 단체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도 자주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들입니다.

이렇게 일 한 후에 숙소에 돌아오면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하루 종일 조사한 결과를 다시 정리하고, 국제사무국에 보낼 보고문서를 만들고, 국제사무국과 통화하면서 그 날의 일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눕니다. 잠을 별로 못자는 데, 문제는 이런 일정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의 사회적 관심 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극도의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도 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빴다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촛불집회 관련조사의 일 차 발표 기자회견 뒤에는 이삼일 정도 여유를 가지면서 다른 주제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측의 어이없는 반박 때문에 비행장으로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일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노마가 한국에 계신 아주 가까운 가족분과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는데, 그 분은 노마가 한국에 오래 있으면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는데 대해 몹시 섭섭하신 모양이었고, 노마 역시 아쉬워하면서 계속 사과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한두 시간을 개인적으로 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런던에 돌아간 후에는 원래 긴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조사보고서가 하루라도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 휴가를 모두 반납하고 일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보고서가 바로 지난 번에 공개한 바로 그 보고서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현 정부의 최고위 관계자가 그 보고서를 보고 아주 잘 쓴 보고서라고 평했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여기서 잠깐, 이 보고서를 위해 노마를 지원하느라 덩달아 보고서가 나오는 순간까지 정신없이 일해야 했던 한국지부의 몇몇 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결국 지난 번에 발표된 앰네스티의 조사보고서 뒤에는 노마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자기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노마가 있었던 것이지요. 원래 앰네스티 조사관들이 일중독자들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옆에서 보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희생이 바탕이 되어 앰네스티의 보고서가 국제적인 인정과 신뢰를 받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여름 노마와 며칠 뿐이었지만 함께 고생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지막 날까지도 잠시도 쉬지 못했기에 다음에 오면 하루 저녁 잡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처음 잡았던 시간은 노마의 다른 일정과 겹쳐서 취소되었고, 그 후에는 제가 런던에 다녀오느라 결국 약속을 부도내고 말았습니다.

노마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 유독 춧불집회 관련 보고서만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번 조사활동에 대해 조금 들어보니 한국사회의 잊혀진 곳들에 대해 또 다시 많은 조사를 했더군요. 이 결과들이 반영될 내년 연례보고서가 기다려집니다. 연례보고서에 겨우 서너 줄 들어갈 내용을 위해 노마는 며칠씩 장거리를 움직이며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례보고서의 한 줄 한 줄이 천금의 무게를 지니게 되는 것이겠지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 촛불집회 보고서는 단순히 여론의 관심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국제앰네스티의 위치를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고, 한국사회에도 인권문제의 국제적 연대라는 측면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자체에도 조사관의 활동에 대해 재평가하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노마가 가져온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영향을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노마, 너무 고생했어요. 어떤 상황이 되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제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마가 부탁하거나 한 적은 없지만, 노마의 조사를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신 많은 한국시민들의 뜨거운 성원, 피해자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 언론의 큰 관심에 노마를 대신해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앰네스티의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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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재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한겨레 허재현 기자입니다. 지부장님 잘 계셨어요? 우연히 블로거뉴스 살펴보고 노마님 소식을 발견하고 이렇게 댓글 답니다. 맞아요. 정말 조사관으로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다시 뵐 수 없을 것 같다니 정말 아쉽네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뵈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앰네스티를 항상 응원합니다 !!!

    2008/11/30 13:1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와우! 허기자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손수 블로그를 찾아 주시다니 감동입니다.
      늘 열정적인 취재모습 참 굉장했습니다.
      앞으로도 홧팅 부탁드립니다!

      2008/12/0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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