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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만남

지부장 일기 2008/12/02 11:03 posted by 고은태
11월 30일 그러니까 일요일이었지요.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대회에서 연대발언하고, 천주교쪽의 City of Lights 행사에 가서 인사드리고 나서 모종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김규환 전 부지부장님께서 주선하신 만남입니다. 사실상 아무 용건도 없이 그저 얼굴보고 인사하고 하는 모임이었는데, 이런 목적을 위해 별도로 일정을 잡아본 것은 대학때 미팅 이후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두근두근...

그래서 모인 사람은 다음세대재단의 조아신님,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Amy님, 주선자인 김규환님, 우리 한국지부의 사무국장인 김희진님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 사람입니다. 명동성당 앞에서 만나 국장님을 따라 근처의 네팔, 인도, 티벳 음식점에 갔습니다. 분위기가 참 좋더군요. 과식해서 약간 후유증이 있었지만 아주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서울에서 저 만나실 분들은 여기로 가자고 하세요.)

뭐 대충들 이렇게 저렇게 아시는 사이라서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또 평소의 버릇이 발동해서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가차없이 질문공세를 펼쳤는데 - 대학 때 친구들이 저보고 안기부 같은데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고문 안하고도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어 다 털어놓게 할거라면서 - 실례가 되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또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개인별 인상비평은 참기로 하고, 두 분 모두 참 선하시고, 실력있고, 생각이 깊으신 분들이라서 그냥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제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뛰고계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 잘 모르는 곳에서 참 많은 분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뛰고 계십니다. 한국사회가 이나마 유지되는 것도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단체의 상근활동가(조아신님도 과거 함께하는 시민행동 출신이십니다)분들을 만나면 - 제가 다 만나본 것은 물론 아니지만 - 굉장히 건강한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요즘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되어버렸는데, 몇 가지 부인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을지라도 거기서 활동하는 분들은 제가 사회에서 만나는 다른 어떤 사람들 보다도 훨씬 더 좋은 사람들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처럼 건강한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리해 보았는데, 매일 만나는 현장의 상황이 주는 긴장감 때문일수도 있고, 항상 결단을 강요당하는 자기 희생의 연속인 생활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속마음으로는 은근히 질투가 나기도 하는데, 저 같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닌지라 그저 고마운 마음을 가질 뿐입니다.

이 날의 만남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무슨 구체적인 결과를 염두에 둔 만남은 아니었으니까요. 일단 제가 지속적인 긴장상태에서 벗어나서 마음이 좀 밝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긍정적인 결과이고 - 규환님 고마와요 - 이런 만남들이 쌓이다보면 서로에게, 그리고 한국의 시민운동 전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봅니다. 두 분,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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