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8일 월요일,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서 시청 옆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로 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마 촛불집회 동안 많은 분들이 화장실을 이용하신 경험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날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변이 함께 주최하는 '2008 한국인권보고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촛불과 민주주의'였습니다.
한국인권보고대회는 매년 개최되는, 명실상부하게 일 년간의 대한민국의 인권상황을 총결산 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직접 참여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보고서를 준비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작업량이 필요할 것이 분명합니다.
행사의 중요성이나 이 행사에서 발표되는 자료의 방대한 내용이나 의미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아쉬운 행사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런 내용을 충실히 다루어주는 진지한 언론은 설 자리가 없는 걸까요? 언론 탓만 할 수도 없고 소비자인 시민들도 책임을 나누어야 하겠지요.
하루 종일 진행되는 행사였지만, 저는 꼬랑지 부분에 조금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관심이 가는 주제,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가 토론되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토론내용을 들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듯 했습니다. 사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국가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권리의 하나입니다. 이것이 없이는 민주주의 자체가 존립이 불가능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주는 실제 의미는 저의 감정적인 충격보다 훨씬 큰 것입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시험대에 올라있는 셈입니다. 다른 문제들도 다 심각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순간 우리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니까요.
겨우 한 시간 남짓 앉아 있다가 나왔지만,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대회장 안팎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있는 한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