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은 꽤나 바빴습니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일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이른 아침부터 TBN인천교통방송의 전화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세계인권선언의 의의, 전세계적인 인권상황과 추이, 60주년 기념행사 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잠이 너무 부족한데 아침 방송이라고 크고 힘찬 목소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애먹었습니다. 잠 좀 푹 자보려던 계획도 물 건너 갔고요.
10시부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언론인위원회가 주관하는 언론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인권OTL'시리즈의 한겨레21, '정신 장애인 인권 리포트'의 세계일보, '스포츠와 성폭력'을 다룬 KBS 시사기획 쌈, 사형문제를 다룬 '용서…'의 SBS가 상을 받았습니다.
이날 뜻 깊었던 것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특별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이제 다들 나이가 드셔서 노인이 되셨는데도 십여 분이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동아투위 사건이지만, 이 분들은 아직도 투쟁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이 밝혀졌고, 이에 따른 응분의 사과와 보상을 위해 싸우고 계시며, 소송도 준비 중이시라고 합니다. 행사가 끝난 후 점심식사 때는 앰네스티의 관심도 특별히 요청하셨습니다.
이 시상식에는 전날 콘서트로 몹시 피곤할 것이 틀림없는 스티브 바라캇씨도 참석해서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지부 사무실 식구들은 오후에 스티브를 사무실로 데려가 파티를 열어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스티브의 노래를 스티브에게 불러주는 만행도 저질렀다고 하는데, 뭐 스티브 본인이 즐거워 했다고 하니 좋은 일입니다. 저도 따라가 보려고 했는데, 모씨의 거부로 못 갔습니다. 이사장의 지부사무실 출입을 봉쇄한 폭거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치사하게 보복할 예정입니다.
행사 중에 제가 인사말을 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략 다음의 요지로 발언했습니다.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가 있었을 때 저는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얗게 비어버린 동아일보의 광고란과 그 뒤로 국민들의 격려광고로 채워져 가던 그 지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만큼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뒤를 이은 언론인해직과 동아투위의 투쟁에 대해서는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까맣게 몰랐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하나는 보도가 되었지만 다른 하나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언론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훗날 한국의 언론사 혹은 더 나아가 세계의 언론사에 기록될만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초로 관심 있는 시민들은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어제 일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신문을 펴고 방송을 켜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개인미디어들과 생중계가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제 언론은 더 이상 정보의 일방적 전달자가 아닌, 이미 공유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본격적으로 평가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시민들이 KBS, YTN지키기에 직접 나서는, 동아광고사태 이후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당시에도 있었다면 동아투위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달라진 언론환경 속에서 앞으로 언론은 끊임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상을 받는 좋은 기사를 만들어주신 분들의 성과가 더욱 돋보입니다. 큰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많은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신 동아투위 여러 어르신들과 어제의 공연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참석해주신 스티브 바라캇씨, 그리고 매년 힘든 심사를 맡아주시고 행사를 주관해주시는 앰네스티 언론인위원회 허의도 위원장님 이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행사가 끝나고,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사무실 방문을 거절당하고 나서는 전지부장님 남영진선생님과 이사이신 김지영선생님과 함께 커피를 한 잔 하면서 현재의 언론환경 변화에 대해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청계광장에서 2시부터 열린 '2008 인권선언'행사를 참관했습니다. 국내 인권단체들이 준비한 이 행사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우리의 목소리로 시대변화에 맞는 인권선언을 새롭게 작성해서 발표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여러 사정으로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가서 인사 드리고 진행을 지켜보았습니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청소년들의 인권선언을 비롯하여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순서로 채워졌습니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굉장히 많은 카메라들이 출동했더군요. 칼라TV 관계자 분과도 인사를 나누었는데, 전날 저희 콘서트에 칼라TV 관계자들도 오셔서 아주 즐겁게 관람하셨다더군요. 지난 여름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씻겨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가 마무리 된 후에는 부랴부랴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에는 YTN FM의 뉴스 집중분석 시간에 전화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정신 없이 바쁘고 피곤한 날이었지만, 이 날처럼 사회와 언론이 인권에 관심을 보여준다면 참 살만한 세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그래도 추천인을 받을때 한겨레21의 인권OTL을 추천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받으셔야할분들이 받은듯. 그 기사 정말 많이 챙겨보고, 사무국에서 일할때도 대학생과 고등학생 회원분들께 읽어보기를 추천드렸었거든요. 이번호 한겨레 21에서도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짧은 단신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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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추천인을 받을때 한겨레21의 인권OTL을 추천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받으셔야할분들이 받은듯. 그 기사 정말 많이 챙겨보고, 사무국에서 일할때도 대학생과 고등학생 회원분들께 읽어보기를 추천드렸었거든요. 이번호 한겨레 21에서도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짧은 단신이 나왔습니다~
2008/12/22 00:17그렇죠?
2008/12/22 22:06저도 한겨레21 정기구독하는데, 참 좋은 기획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심사위원들도 그런 장기 기획에 감동하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