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에는 오후 3시 20분 경 KBS 1라디오 '지구촌 오늘'과 전화인터뷰를 하고 부리나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걸었던 국제앰네스티의 통합전략계획(ISP)에 대한 제2차 외부전문가 자문회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ISP는 국제앰네스티의 6년짜리 계획으로써 현재 2010-2016기간의 계획이 준비 중이며 내부적으로 활발한 의견수렴이 진행 중이고 동시에 외부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외부자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날 열린 회의 역시 보다 외부를 향해 열려있는 앰네스티를 지향하는 국제운동의 움직임의 일환으로, 기금지원을 받아 준비된 것입니다.
워낙 인권활동가들이 바쁜 시기에 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회의의 성립 자체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분들이 힘든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 분들이 다른 중요한 일정을 포기하고 참석해주신 것은 사무국장님의 평소 인간관계도 작용했겠지만, 앰네스티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럴수록 앰네스티가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회의는 저녁 일곱 시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시작했습니다. 앰네스티에서 보기 힘든 근사한 도시락이었는데, 한국지부의 알뜰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도시락의 수가 부족했습니다. T.T 둘이 함께 도시락 하나를 나눠먹는 것은 근사한 경험이었지만, 젓가락이 부족해서 반으로 잘라서 사용해야 하는 것은 특별히 권하고 싶은 체험은 아니었습니다.
국내 인권운동단체를 비롯하여 앰네스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외부전문가 여덟 분과 저와 박민하이사님을 포함해서 앰네스티 내에서 여섯, 모두 14명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과연 강호의 고수들이 모인 회의답게 ISP 초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 정도의 논의수준이라면 가히 세계최고의 회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간의 부족으로 더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일박 이일 정도 잡고 어디 가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장소사정으로 11시를 훌쩍 넘겨 폐회한 회의는 근처 식당으로 이어져 계속되었고, 급기야는 숙소에까지 계속되어 아침이 훤하게 밝도록 밤을 꼬박 새워가며 앰네스티운동과 한국의 인권운동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이 계속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두 눈 부릅뜨고 자리를 이끌어주시고 주인역할을 해주신 천주교인권위의 김덕진국장님께 이 기회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늘 듣고 싶었던 앰네스티에 대한 국내 인권운동의 솔직한 비판을 직접 듣게 되어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인권운동과 인권활동가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 회의가 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국내 인권운동이 더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날 나온 앰네스티에 대한 비판 중에서 가장 날카롭고 뼈아픈 것 하나만 공개합니다.
"앰네스티는 선교를 하려고 하지만, 순교할 생각은 없다."
앰네스티가 자신의 가치를 내세우지만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일반대중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들의 입장에서는 앰네스티의 존재가 제국주의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앰네스티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은 어디일까요? 저는 그 답을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현장의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외부에서 희생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까지처럼 회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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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과정에 분명 순교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우리 페이스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지금 중요한건 땅끝까지 이르러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알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전선이 형성되고 순교자도 나올것이라 봅니다.
2008/12/23 21:19이 말씀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고 생각꺼리로 삼겠습니다.
2008/12/24 01:10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