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아시는 분들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팀장 2명을 포함하여 총 4명의 스텝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외에 인턴들도 모집하고 있지요. 지난 12월 19일, 면접에 참여하기 위해 지부 사무실에 갔습니다. 여러 자리에서 면접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 굉장히 복잡하더군요.
원래 충원문제는 사무국장님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는 승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간여할 일이 없는데, 이번에 뽑는 자리 하나가 'governance support'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앞으로 업무상 연관이 많을 제가 직접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간 김에 국장님의 요청으로 일부 팀장 면접에도 참관했습니다.
일단 굉장한 분들이 많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물론 저희 앰네스티에서 채용을 할 때에는 늘 분에 넘치게 훌륭한 분들이 지원해 주셨고, 그래서 지금 일하고 계신 분들도 다 굉장한 분들입니다만 이번에는 그 숫자가 엄청났고 지원자들의 배경이 아주 폭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또 달랐습니다.
제가 면접에 참여한 직책만 해도 이번에 처음 신설된 자리이고, 그 성격이 상당히 불분명하며 그다지 인기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뒤에서 지원해주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110명이 지원하셨다고 합니다. 이중 다섯 분을 모셔서 면접을 진행했는데 - 국장님은 그 많은 훌륭한 이력서 중에서 어떻게 추려내셨는지, 저보고 하라면 머리 터졌을 듯 - 역시 한 분 한 분 너무 괜찮은 분들이어서 누굴 고른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참고로 이 자리는 몇 달 전에 모집했을 때는 적격자가 없어서 불발되고 다시 공모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훌륭한 지원자의 급증과 다양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견 현재의 경제불황과 구직난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임금이 경제불황이라고 해서 동기유발이 될만한 금액이 아닌데다가 제가 본 서류로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어딜 가든 저희 보다는 경제적 보상이 좋은 곳에 자리를 얻으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오히려 저는 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저희에 대한 지원동기로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돈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보다는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 - 별로 긍정적인 것은 아닌 - 때문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성장하고 있고, 특히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서의 활동으로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대한 평가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앰네스티에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겠다고 오신 분들은 모두 고마운 분들입니다.
면접을 해보니 모두들 NGO, 시민단체와 시민운동, 인권운동 그리고 앰네스티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의지가 있다고 해도 다른 직장을 포기하고 실제로 가난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희생이 아닙니다. 특히 앰네스티처럼 회원을 '섬겨야'(성경에서 쓰인 의미로)하는 단체에서 전업활동가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인권단체 활동가분들의 희생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상당한 결단과 자기희생이 없이는 아주 힘든 일입니다.
저야 뭐 대충 분위기 파악만 하고 빠져 나왔지만, 실제 면접을 책임지는 분들은 이만저만 곤욕이 아닌 모양입니다. 크게 부담이 없어 보이는 인턴선발 조차도 너무 좋은 자원이 몰려서 고민이 많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나가다가 인턴에 지원해서 면접 보러 온 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겉모습 밖에 모르기는 하지만 국내 일류 대기업 면접에서도 탐낼만한 분들로 보였습니다. (직업상 면접이 업무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런 추측을 해볼 자격이 다소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용과정을 총지휘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무국장님의 고민은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제게 조언을 요청하기도 하시지만 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요. 차라리 저 보다는 점쟁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이지 최소 2배수 선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앰네스티를 위해 일하겠다는데 자리를 제공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어떻게 되는, 최종 선발되시는 분이 결정될 것이고 우리는 이 분들과 함께 일해가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단체의 주인인 회원들과 이사회의 과제는 이렇게 힘든 결단과 과정을 거쳐 인권을 위해 일하기로 하신 분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 자체가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를 맛보고, 이를 통해 앰네스티와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명확한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하고, 보다 나은 업무여건과 환경,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며, 이 분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이사회와 사무국장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가급적 경제적 보상은 물론 업무시간 등에서의 희생을 최소화해서 앰네스티에서의 근무가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최소한의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은 힘들게 - 지원을 위한 결심이든, 채용과정이든 - 들어오신 분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가 가진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매우 시급한 과제로 보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정선이 어디인지 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앰네스티 뿐 아니라 한국의 시민운동을 위해서도 가치 있는 고민이 될 테니까요.
지원하신 분들이나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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