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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마지막 날을 맞아 올 한 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다섯 가지를 제 멋대로 선정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인권뉴스도 뽑고 싶었지만 능력이 미치지 못하고, 이 순위는 어디까지나 한국지부 자체활동에 대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늘 그렇듯이 한국지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돌이켜보면 2008년 한 해 동안 한국지부에 일어난 일들은 단지 한국지부 자체에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가 한국사회의 인권운동, 시민운동에 의미를 던질 수 있는 소중한 실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지부의 힘이 미약한 지금 당장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럼 함께 보실까요?

5. 한국지부의 체제 정비

올해 초, 한국지부 이사회는 진통 끝에 김희진 사무국장님과의 4년 임기의 재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지부는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그 동안 추진해 온 계획들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김희진 국장님이 한국의 인권운동은 물론 시민운동 전체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무국장의 모델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봄에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치열한 선거전 끝에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했습니다. 이사장으로는 제가 유임되었고, 새로운 얼굴들이 이사회에 충원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뽑혔는가 보다는, 이 선거과정을 통해 회원들이 기존의 성장과 변화라는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한국지부는 향후 2년간의 지도부 구성을 모두 마치고 힘차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지도부 구성에서 나타난 성장과 변화의 지속은 제가 보기에는 대단히 중요한 실험입니다. 소망하기에는 이런 실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한국의 시민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뜻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써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겠지요. 모두들 함께 하셔서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4. 앰네스티 지하철 광고 시작

이미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드렸지만,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한국의 인권운동 사상 최초로 대중광고를 통해 시민들이 인권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된 이 광고프로젝트는 인권선언 자체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옥외 LED광고판에도 노출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작은 광고 하나가 세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 광고를 통해 인권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철저한 평가를 통해 광고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는지, 지속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스티브 바라캇 공연과 UDHR 60주년 기념행사들

역시 이 블로그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만,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2월 9일 캐나다 연주자인 스티브 바라캇의 내한공연이 있었습니다. 저희 한국지부의 회원들과 그 동안 앰네스티를 도와주신 분들, 또 올 한 해 인권현장에서 활동하신 분들 약 1,000여명이 함께 모여 감동적인 공연을 경험하면서 세계인권선언의 의의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문화를 통해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처음 치르는 대규모 행사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사업과 함께 회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지부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과 만나고 활동에 참여하는 시발점으로 삼는 디딤돌이 되면 좋겠습니다.

2. 한국지부 회원 1만 명 시대 개막

정확한 집계는 아직 제가 듣지 못했습니다만, 어제 한국지부의 회원수가 1만 명을 돌파한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원 1만 명이라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특히 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같이 회원명부를 주기적으로 정리해서 실제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만 남겨놓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회비를 납부하고 때로는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상황으로 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더욱 귀하고 소중한 한국지부의 주인들이십니다.

회원규모만으로 보면 이제 한국지부는 제가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대중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는 참여연대와 비슷한 규모가 되었습니다. 물론 활동내용이나 재정 등으로 보면 저희가 아직도 많이 뒤쳐져 있지요. 이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내실을 다져서 회원규모에 걸맞은 활동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앰네스티 운동의 진정한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제 부족한 지식으로는, 아마 앰네스티는 한국 내에서 일정규모를 갖춘 유일한 회원중심의 인권단체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 역시 한국사회의 인권운동에서는 새로운 실험들입니다.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참여해주시는 회원들을 신뢰하고 다른 단체들과 겸손하게 연대하면서 나아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를 추구하는 앰네스티의 미래에 관심 가져 주십시오.

1. 촛불집회 관련 조사활동

1위는 당연히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에서의 경찰력 사용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사무국 조사활동입니다. 한국지부가 처음부터 깊이 관련되었고 조사활동 내내, 그리고 그 이후까지 지원업무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쏟은 이 활동으로 앰네스티는 한국사회의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통해 인권문제에 있어 앰네스티가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장소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얼마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름 내내 한국지부의 전 역량을 쏟아 붓다시피 하게 만든 이 활동에서 저는 몇 가지 의미를 찾습니다.

우선 이 조사활동 자체가 그간의 한국지부 성장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성장이란 단순한 양적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운동과의 신뢰관계를 포함한 질적 성장까지를 의미합니다. 한국시민들의 긴급한 요청에 부응하여 조사활동을 이끌어낸 것도 그렇지만 필요한 뒷받침을 한국지부가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한국지부의 성장전략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이 많았고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이 몇 사람이 모여서 자기만족적으로 하는 클럽활동이 아닌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서 역량을 강화할 때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커다란 변화들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지부에 참여해주신 회원들께 다시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조사활동을 가능하게 만드신 분들입니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때 우리 활동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앰네스티의 가능성을 스스로 다시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이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는 지금, 한국지부는 더욱 효과적이고 소통 가능한 전략으로 역량을 투입해서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인권이슈를 제기하고 사람들과 만난 효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시민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으며 활동하기에 더 나은 환경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앰네스티에서 일하겠다고 지원해주고 계시며 인권운동이나 시민사회의 다른 활동가들도 더욱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시민단체가 존속하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동력은 결국 치열한 현장활동을 통해 얻을 수 밖에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 촛불집회 관련 조사활동이 정리가 되고 보고서가 나오고 나면, 촛불집회 당시의 앰네스티 활동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을 연재할 생각이었습니다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서는 어떤 글이 빌미가 될지 몰라서 일단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영영 묻힐 것 같아서 참 아쉽군요. 표현의 자유가 제약 받으면 정말 답답한 겁니다. 게다가 그것이 자기검열로까지 발전하고 나면 무섭지요. 멀지 않은 장래에 공개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자, 어떠세요? 정말 많은 일들이 2008년 한 해 동안 한국지부에 있었습니다. 여기 선정되지 않은 사건들이 굉장히 많았던 거야 말씀드릴 필요도 없는 것이고, 다만 빠진 사건 중에 사실은 더 중요한 일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생각나시는 것 있으시면 신고해 주세요.

이것으로 올해 태어난 앰네스티 블로그의 한 해 결산을 마칩니다. 오! 이 블로그의 탄생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을까요? 하하하. 새해에는 새 모습으로, 더욱 단단한 각오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그 동안 분에 넘치는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여전히 여러분의 성원과 질책을 자양분 삼아 발전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신뢰 속에 소통하는 운동을 위하여!

새해 복 많이 많이 나누어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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