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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온 편지

지부장 일기 2009/01/02 22:51 posted by 고은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과 그곳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공포와 고통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앰네스티 역시 여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떨까요? 국제앰네스티 이스라엘 지부장인 Daniel Weishut의 목소리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이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양쪽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양측이 입는 피해의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나서 기계적인 중립을 취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지 마시고 그저 이스라엘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겪고 있는지 참고용으로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aniel은 앰네스티 이스라엘지부의 지부장이지만, 이 블로그에 제가 올리는 글들과 이 포스트 자체와 마찬가지로 그의 메시지는 개인적인 것이며 결코 앰네스티나 이스라엘지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이미 보도되거나 이 블로그에 올려진 앰네스티의 보도자료들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Daniel은 저나 대부분 다른 나라의 지부장과 마찬가지로 그저 평범한 직장을 가진 생활인일 뿐입니다. 몇 년 전 열린 지부장 포럼에서 둘씩 짝을 지어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마침 그와 함께 하게 되어 서로 알게 되었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친구여서 여러모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글입니다. 이 글은 앰네스티 지부장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가자 상황에 대해 염려하는 글들이 오가던 중 이스라엘 지부의 내부사정을 묻는 질문에 대답한 글입니다. Daniel의 허락을 얻어 공개합니다.

Dear all,
 
Since we were asked, a few more words on what's going on in the section. The things happening in Gaza are terrible, but our hearts are also with those in Israel who have been under rocket fire during the last year and more. In fact, one of our board members and a staff member live in the range of the rockets. One board member was drafted today to the army, and I myself can be drafted any minute.
 
The last news is that just a few minutes ago we succeeded in passing a board decision on immediate joining of a coalition of human rights organizations. This is a delicate issue, because it will put AI here on the map, but may also worsen our already bad image in Israeli society.
 
That's for now,
Daniel

모두에게,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이스라엘 지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끔찍합니다만, 우리의 마음은 지난 1년 이상 계속되는 로켓 발사의 아래에 있는 이스라엘의 사람들에게도 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이사회 이사 중 하나와 직원 하나가 로켓의 사정거리 안에 살고 있습니다. 이사 한 사람은 오늘 군대에 징집되었고, 나 자신도 언제 징집될지 모릅니다.

마지막 뉴스는 몇 분 전에 인권단체들의 연합에 즉시 합류하기로 하는 이사회 결의를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민감한 이슈인데, 왜냐하면 앰네스티가 이곳에서 더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되겠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사회에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나쁜 이미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전부입니다.
다니엘

앰네스티의 일원으로 앰네스티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이스라엘 지부이고, 지부장인 Daniel이지만 그들 역시 개인적으로는 공포 속에 살아가는 이스라엘 시민이며 언제 현재의 생활이 위협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앰네스티가 인권을 위해 발언할 때마다 앰네스티를 싫어하는 사람은 늘어나게 됩니다.

그것이 이스라엘처럼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짐작하기에, 간혹 우리 사회에서 앰네스티를 향해 사용하는 매국노나 반역자 따위의 호칭은 아마도 이스라엘에서는 전혀 웃어넘길 수 없는 의미를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보통 시민으로서의 이스라엘 지부 이사회에 격려를 보냅니다.

다음 글은 제가 Daniel에게 부탁해서 받은, 한국 앰네스티 회원과 시민들에게 보내는 간단한 메시지입니다.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은, 이 메시지를 요청하면서 제가 이스라엘의 입장, 특히 일반시민들이 느끼는 고통과 견해를 대변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메시지가 균형을 잃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처지를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그런 점을 고려에 넣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Throughout the years, Hamas leaders have been very clear in the media in their wish to destroy Israel and have encouraged attacks against Israeli citizens. The Hamas continuously increased its stock of arms and in recent years, rockets were send from Gaza to the southern towns of Israel. Also, ammunition for use in attacks and people were smuggled from Gaza into Israel through numerous tunnels. As a result, the people in Israel have lived for a long time in fear of missiles, bombs and suicide attacks. Talks to reach a ceasefire failed. It thus was not surprising that eventually Israel would attack the leaders and infrastructure of the Hamas in order to protect its citizens.
 
With the warmest greetings to our friends in Korea.

Daniel

몇 년간에 걸쳐, 하마스 지도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자신들의 소망을 명확히 해왔으며 이스라엘 시민들에 대한 공격을 조장해 왔습니다. 하마스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무기보유량을 늘려왔으며, 가자에서 이스라엘 남부 마을들에 대한 로켓공격을 감행해 왔습니다. 또한 공격에 사용할 무기와 사람들을 수많은 터널을 통해 가자에서 이스라엘로 밀반입해왔습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미사일과 폭탄 그리고 자살공격의 공포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정전을 위한 대화는 실패했습니다. 따라서 결국 이스라엘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마스의 지도자들과 기반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다니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의 글을 보면서 시민들에게 공포와 직접적인 위협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체제와 집단에 대한 분노를 느낍니다. 우리가 Daniel의 글을 읽고 느끼는 것이 현재 사태에 대한 입장을 수정할 이유는 되지 않겠지만, 상황을 양쪽에서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회의 일반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항상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기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폭격과 공격에 의한 희생뿐 아니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때문에 가지지구 내의 보통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문제들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적인 생필품과 의약품의 공급이 끊겼다는 것은 다행히 직접적인 공격행위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부디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 혹은 살육이라고 부를만한 현재의 상황이 빨리 중지되고 보통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평화가 이룩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가해자를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실제로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당장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시급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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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황을 딱 두 단락에서 굉장히 밀도 있게 전달해 주셨네요.
    따뜻한 인사를 돌려 보냅니다.

    2009/01/03 15:12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사실, 분노하고 규탄하는 것 까지는 가능한데...
      실제로 해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마음만 답답해집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머리로는 답이 안나오네요.

      2009/01/04 13:41
    •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옳다고 찬성할 수 없는 일들에, 나는(밑줄) 안 끼어드는 게 다인 줄 알았었거든요. 그래서, 물러나고 피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가만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은 거예요.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해결책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결책일 거예요. 모든 민족들이 "옛날에 우리땅"이라고 우기는 걸 다 더하면 지구 육지 면적의 두 배는 나오겠지요? 중학교 때 우리 선생님 중에도 만주가 우리 땅이니까 찾아야 한다는 분이 계셨는데... 인간이 원래 이기적인데 그걸 바꿀 방법이 없으니, 우리가 이 세상을 지나가는 그 짧은 동안에는 해결이 안 되겠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2009/01/04 22:2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두 배는 아주 적게 잡은 수치일 겁니다.
      우리 민족 같이 비교적 얌전하게 살아온 민족이나 두 배겠지요.
      몽고만 생각해도... ^^;;;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영토에 대한 완전히 다른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문제만 나오면 다들 제 정신이 아니니까요.
      다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당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사실 저도 안미란 선생님처럼 답이 없어 너무 답답합니다.

      2009/01/06 00:16
  2. BlogIcon 이창림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겨레에 실린 '가자지구 폭격, 웃음과 고통'사진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더군요. 이 글을 보고 좀 더 생각해 볼 거리가 생겼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2009/01/04 05:20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 감사 드립니다.
      저도 그 사진 보면서 이 글과 연결지어 생각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사진 두 장 뒤에는 어쩌면 또 다른 진실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2009/01/04 13:42
  3.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쟁은 정말 거기에 발을 담고 있지 않은 사람까지도 비참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아무 힘도 없는 자신의 모습에 .더 무력해지고요. 위 편지를 읽고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2009/01/06 01:48
  4.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자 지구 피킷 출력하다 기계랑 한바탕 싸우신 분들.. A4 크기의 pdf로 만들어서 제 블로그에 올려 놓았는데 트랙백 할 줄 몰라요.

    2009/01/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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