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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29일 새벽 두 시에서 세 시 사이로 생각된다. 종로 1가의 대치현장에서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상황을 살피다가 옆 골목(청진동골목이라고 하나요?)에서 갑자기 경찰이 쏟아져 나오려는 것을 보고 쫓아갔다. 골목에서 다섯 걸음쯤 쏟아져 나오다 멈춘채 시민들과 대치중이었다. 흥분이 고조된 상태였고 곧 격렬한 맞대응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경찰 뒤쪽 골목에도 이미 시민들이 가 있어서 사실상 포위된 상황이라고 했다.

물론 무장하고 훈련받은 경찰의 물리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겠으나, 좁은 골목에서 일부 빠져나와 있는 경찰은 이미 반원형으로 시민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더 나와봐야 결국은 포위될 상황이었다. 몇몇 분들이 격하게 경찰에게 다가갔고, 나머지 시민들이 이 분들을 몸으로 막았다. 다른 시민 몇이 나서서 경찰들에게 다시 골목 안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팽팽한 대치가 끝나고 결국 경찰은 골목 안으로 돌아갔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돌아와서 인터넷을 보니 태평로 상황은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워있던 사람들을 방패로 찍고 짓밟고. 일부 경찰은 과감한 돌진이 지나쳐 시민들에게 포위되고, 그 사진이 시민의 폭력성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참 의아했다. 그 상황에서 좁은 골목의 전경들에게 돌격명령이 내려지다니. 지휘부가 바보인가. 아니면 휘하병력을 소모품으로 여기는가. 그것도 아니면 폭력사태를 유발하기 위해 던져진 미끼인가. (세번째는 그냥 음모론적으로 지나가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태평로 상황을 미끼로 보는 분들이 많았고, 내가 본 상황도 역시 같은 식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황은 상황이고, 이 사건은 내게 큰 마음의 짐을 얹어 주었다. 미끼가 아니었다 해도, 시위 상황 곳곳에서 자기편 지휘관들에게 이렇게 홀대받는 전의경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상 시에 시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지경이고, 시민들에게 받는 대접이 자기편에게 받는 대접보다 훨씬 인간적인 전의경. 그러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의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그들...

더한 자들이 있고, 그래도 좀 나은 자들이 있다. 입대할 때부터 인간이 좀 달랐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한 집단의 일원으로 자신들을 치료해주는 의료진까지 폭행하고,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밟아버리고, 심지어는 동료의 어머니까지 폭행하는 전의경들. 여성과 노약자를 막론하고 살벌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 과연 입대할 때부터 다 그런 인성의 소유자들이었을까?

이들이 지금 정신 깊숙이 쌓아가고 있는 트라우마를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로 포장된 끔찍한 폭력을 경험한 그들이 후에 사회에 복귀해서 과연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면 국가는 그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인권이나 존엄성이 너무 그들에게 과한 요구라면, 최소한 그들을 자기편으로 대우하라. 당신들을 위해 싸우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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