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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와 관련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성명서는 이미 이 블로그에 포스팅 했습니다.
2009/01/23 - [지부장 일기] - 용산사태 관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명서

이 길지 않은 성명서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아마 성명서만 가지고는 쉽게 짐작하실 수 없을 겁니다. 지난 며칠 이 블로그에 제 포스팅이 좀 부실했던 것도 실은 성명서 때문이었습니다. (앗, 언제는 안 부실했던 것 마냥!) 제가 성명서를 만드느라고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성명서가 나오면 그걸 포스팅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기+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_-;;; 그런데 나올 듯 말듯 이제야 나왔네요.

어제는 사무국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거의 죽어가는 분위기더군요. (오늘 아침엔 죽은 지 이틀쯤 지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인권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왜 앰네스티가 대응하지 않느냐고 물어 왔다며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신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날 밤에 국장님은 바로 그 대응 준비를 하느라고 꼬박 밤을 새며 런던과 논의를 진행하셨거든요. 그러니 그런 문의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요.

(아 뭐 문의 자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나마 문의해준 단체들은 고마운 거죠. 다들 앰네스티에 기대와 호의를 가진 단체이고 국장님과도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이니까요. 진짜 무섭고 야속한 건 늘 그렇듯 아예 말이 없는 쪽이기 쉽지요. 국장님이 스트레스 받은 건 아마도 밤을 꼬박 새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원하는 만큼, 그리고 주위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일이 진척되지 못하는 앰네스티의 사정 때문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럼 왜 앰네스티는 이런 성명서 한 장을 내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일까요? 이번 성명서가 나오기까지 파란만장한 과정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여기에 공개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보다 원론적인 부분에서 앰네스티의 활동에 대해 설명 드리면서 혹시라도 앰네스티의 느린 대응에 의아해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앰네스티는 어떤 경우에든 대외적 발언을 하는 경우, 내용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실은 독립된 2개 이상의 채널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상호 체크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확인과 함께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접근할 것인지,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초안이 완성되어도 국제앰네스티의 기존정책이나 발언내용들과 부합하는지 그리고 발표의 형식과 시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상황에 부합하는지 까다로운 검토를 거칩니다. 그리고 나서는 내부 승인의 과정이 기다립니다. 이런 복잡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된 과정을 통해 하나의 문건이 빛을 보게 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20일(화) 아침에 발생했습니다. 사건 직후부터 상황을 파악하는데 노력을 기울였고, 당일 저녁부터 밤까지는 한국지부에서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여러분이 현장에 나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 현장상황이 정리된 것이 밤 12시였습니다. 물론 런던에서는 또 그 나름대로 정보를 모으지요. 한국지부와 런던의 국제사무국이 연락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의 절차를 거치고, 그러면서 또 한국지부와 자료와 의견이 오가고… 이 과정을 수요일 목요일 이틀을 거치고 오늘 아침에 성명서가 나온 것입니다. 국장님은 느리다고 안타까워 하시지만 제가 앰네스티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속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잠깐, 시차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런던과 한국은 9시간(여름에는 8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 시차문제 역시 문제가 됩니다. 한국지부 업무가 끝나는 6시가 런던에서는 막 업무를 시작하는 9시입니다. 런던에서 업무가 끝날 때는 우리는 한밤중이지요. 기본적으로 양쪽에서 검토하고 의견이 한번 오가는 데 만 24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더구나 런던에서 문건이 나오면 이 쪽은 모든 언론이 잠자는 시간입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면 상황 자체가 달라져있기 일쑤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것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만, 이번처럼 촌각을 다투고, 상황 자체가 계속 유동적인 경우에는 대단히 치명적인 문제가 됩니다. 기껏 준비한 문건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더구나 이번에는 한국의 설 연휴가 끼어서 모든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무조건 그 전에 나와야 한다는 절대적 요구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나마 지금 한국관련 문건이 빠르게 나오는 것은 국제사무국과 한국지부의 많은 분들, 특히 우리 사무국장님과 국제사무국의 노마 조사관의 희생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사무국장님의 희생에 대해서는 꼭 좀 언급을 해야 하겠습니다. 일상적으로도, 국제운동과의 연락이 많은 사무국장님의 업무는 저 쪽에서 일이 대충 마무리되는 한국시간 새벽 2시가 되어야 끝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긴박한 상황이 생겨서 국제사무국에서 노마 조사관이 야근이라도 하고 있으면 꼬박 밤을 새워야 합니다. 필요한 지원과 논의를 위해서죠. 그리고 이른 아침이 오면 다시 출근해서 한국지부 업무를 처리하셔야 합니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에 시달리면서요. 저는 이번 기회에 꼭 국장님께 박수 한번 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헐, 박수로 때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 성명서에는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상황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내용은 물론이고, 발표주체와 발표시기, 발표형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여러 번 엎칠락 뒤칠락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늦었다고 생각되는 성명서지만 사실은 놀랄 만큼 빨리 나온 것이지요. 어렵게 나온 성명서이니 만큼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이 짧은 문건 하나에 수 많은 사람의 시간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시겠지요? 최소한 수백 시간이 들어간 문건입니다. 한국지부에서 사무국 안팎의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고, 앰네스티가 바깥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국제사무국에서도 노마 조사관은 물론 아시아태평양팀과 정책팀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어떠세요, 좀 낭비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이렇게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국내의 여러 단체들은 훨씬 더 신속하게 입장을 표명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양자가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동성 있고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고, 앰네스티처럼 느리지만 철저한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는 방식도 의미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꼭 필요한 운동방식이겠지요.

앰네스티의 경우, 어차피 그 조직형태상 신속대응이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신속대응체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 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상황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앰네스티는 속도를 희생하고 신뢰를 얻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각 단체가 모두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앰네스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앰네스티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와 회원참여가 주는 영향력이라고 봅니다. 두 가지 모두 빠른 속도를 가지기는 함께 어려운 점이 있는 장점들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단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면서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인권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겠지요.

좀 짓궂은 질문이지만, 이번 성명서를 위해 앰네스티는 얼마의 돈을 투입한 셈일까요? 들어간 시간과 노력, 기타 경비를 모두 따져보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 한 분 한 분이 내어주시는 회비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회원님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여러분의 참여가 앰네스티가 하는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참여로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바뀔 수 있습니다. 저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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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프리버즈의 생각

    Tracked from fribirdz' me2DAY  삭제

    앰네스티가 한국문제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이유와, 용산참사 성명서 뒷 이야기 를 보면서.. 묵묵히 그러나 침묵하지 않고 한발자국씩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모인다면, 간디의 비폭력운동처럼,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09/01/26 21: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다 쓰고나서 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봐 국장님께 읽어달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하고 걱정하시더군요. 자기들이 일 늦게 하면서 변명한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시는 모양입니다. 뭐 그렇게 들렸다면 어쩔 수 없지요. 변명과 설명은 늘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할 뿐입니다. 더 잘하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결국 우리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 자체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수록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09/01/23 18:49
  2. BlogIcon 쉐부랑코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하시는군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데 세상은 언제쯤 좋아질까요. 안타깝습니다.

    2009/01/23 18:56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노력하면 언제 어떤 형태로든 결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2009/01/24 01:44
  3. BlogIcon I Feel The Echo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앰네스티의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된 유익하고 반가운 포스팅이었습니다 .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 앞으로 몇년 동안은 활동하시는데 고생이 심하실 듯.. ㅠ.ㅜ)

    2009/01/23 19:4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격려 감사합니다. 고생이 심한 대신 보람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있겠죠?

      2009/01/24 01:45
  4. 감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한국에서 힘없는 서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이젠 어디 호소할곳이 없는거 같습니다..그리햇다간 좌파니 빨갱이 불법이니 테러니 이런 말을 듣기 십상이죠.. 대한민국의 힘없는 시민들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2009/01/23 20:09
  5. BlogIcon Silhouette  수정/삭제  댓글쓰기

    엠네스티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09/01/24 01:04
  6.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참, 이 글을 미리 읽은 사무국장님께서 모씨의 고생이 심했는데 한 줄도 없다고 걱정하셨습니다. 그거 몰라서 안넣은 것 아닙니다. 여기 거명되는게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호하려고 뺐습니다. 그냥 국장님 혼자 다 뒤집어 쓰는게 낫잖아요? 오해 없으시길...

    2009/01/24 03:08
  7.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올블릿(올블로그 블로그 광고 수익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할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http://allblet2.allblog.net/home/
    여기 보면 '블로거에게 기부하기'' 기능이 있거든요. 아직 한번도 안 써봤지만요. 매달 회비 내는 게 만만치 않은 사람들(저도포함^^)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09/01/24 08:43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으음... 가서 열심히 보았는데, 잘 모르겠네요.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조금 시간을 두고 연구해봐야 할듯 합니다.
      속시원한 답변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그런거 하나 트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2009/01/27 20:52
  8. BlogIcon 조아신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서 경성트로이카님께서 순발력 이야기를 하셨지만 이런 공식입장은 그때의 순발력과는 좀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명서가 예전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성명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여러 방식이 생겨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명서에 담겨진 내용 자체가 예전만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주장" 한마디로 힘을 보태는 것 보다는 그 입장을 보는 사람들에게 내용 속에 담겨진 여러 함의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을 때 성명서와 같은 것이 유효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식입장이 힘을 갖는 것은 그 입장이 "공식"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구성원들간의 토론과 합의의 힘이 전제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성명서나 논평이 나오는 과정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이렇게 실제 보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앰네스티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왜 이 단체가 이런 입장을 내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앞뒤 설명없이 딱 입장만 발표하는 건 지금 시대엔 예의가 아닌거 같습니다. 예전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미디어가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설 연휴 잘 보내셨지요? ^^

    2009/01/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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