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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월 31일 오후 4시에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는 앰네스티 국제대의원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한국지부의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불행히도 같은 시간 열린 청계광장 집회와 겹쳤는데요, 대신 서울역에 좀 일찍 도착해서 사전집회를 잠시 구경했습니다. 거기 경비 서는 경찰들은 억울했을까요? 철거민들 때문에 경찰이 죽었는데, 경찰을 살인자니 뭐니 비난하고 불법집회까지 해서 또 경비서느라 힘들다고요. 휴전선 보다 더 기막힌 이런 인식의 단절은 극복 가능 할까요?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장소로 향했습니다.

국제대의원총회는 2년 마다 열리는 앰네스티의 최고의사결정기구입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앰네스티가 늘 같은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항상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시키지 못하면 안되니까요. "We change the world, by changing ourselves.(스스로를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변화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로 국제대의원총회(ICM, International Council Meeting)이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20명 가량의 앰네스티 한국지부 구성원들이 모여서 국제대의원총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공유하고, 8월에 열릴 대의원총회를 어떻게 준비할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소에도 많은 중요한 안건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ICM을 준비하는 것은 늘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앰네스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안건들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사실 제출되는 안건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 해도 굉장히 벅찬 작업입니다.

ICM 자체는 여름에 열리지만,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중요한 안건들이 준비되고 초안이 나와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20만 회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 주일 좀 넘는 기간동안 아무리 살인적인 일정으로 토론을 진행한다고 해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주요 안건의 초안이 나왔고, 각국 지부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지부의 입장을 제출해서 격렬한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한국지부 역시 충분치는 않지만 회원들의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제출했고, 앰네스티 바깥의 활동가들을 모셔서 의견을 듣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번 ICM에서는 2010-2016, 6년 간의 앰네스티 활동방향을 결정하는 ISP(통합전략계획)가 제출되고, 이 외에도 앰네스티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재검토, 전체 앰네스티의 재정구조의 완전한 변화, 업무 집행상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변화 등의 안건이 핵심사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초안이 나온 이들 안건에 대한 논의는 그야말로 격렬한데, 토론은 단순한 이견제시를 넘어 격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격한 이견들 사이에서도 앰네스티는 늘 절묘하게 타협점을 찾아왔고, 회의가 끝날 때는 다들 박수를 치며 모두의 성공을 자축했으며, 이런 의사결정의 결과에 전세계 대부분의 회원들이 흔쾌히 동의하고 따르는 멋진 전통을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 상황은 이런게 가능할까 할만큼 이견의 골이 깊고 대립도 심각하지만, 저는 올해도 이런 앰네스티의 전통이 지속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각 안건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한국지부의 의견을 제출하기 위해 한국지부 ICM 준비팀이 맡아야할 임무는 매우 무겁습니다. 공부하고, 이해하고, 토론하고, 그 내용을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총회와 이사회에 전달해서 한국지부의 최종입장을 정리하게 됩니다. 다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참 다행이고 앞으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기뻤습니다. 부디 이 모임을 통해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새로운 리더들이 많이 발굴되고 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날의 에피소드 하나 전해 드리지요. 질의응답 중에 갑자기 여론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안건 중에 한국지부의 이해와 국제운동의 이해가 상치되는 경우가 있을 때는, ICM준비팀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지부의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한국지부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불과 두 해 전의 한국지부 모습과는 또 많이 달라진, 성숙해진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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