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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재미있는 기사가 있군요. 일단 기사원문 링크 합니다.
관련기사: 앰네스티 ‘PD수첩’ 조사 / 동아시아 담당조사관 입국 (서울신문)

기사 앞부분의 한 문장을 우선 보겠습니다.

국무총리실과 법무부는 19일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조사관이 지난 13일 비밀리에 입국해 용산참사와 MBC PD수첩 사태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고 19일 밝혔다.

한 국가의 국무총리실과 법무부가 '일개 인권단체'의 조사관 활동에 대해 밝히는 것이 어째 모양이 우습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부터 앰네스티의 대변인이 되었다고, 그 조사관의 활동에 대해 밝히는지 궁금합니다. 더구나 한 기관도 아니고 두 기관이 그랬군요.

더 재미 있는 것은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겁니다. 이걸 좀 과장해서 생각하면, 정말로 비밀리에 입국했을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인권단체의 비밀 활동을 감시하고 있고, 그 사실을 밝힘으로써 비밀활동을 방해한 것이 됩니다. 반대로 비밀리에 입국하지 않았다면, 거짓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됩니다. (누군가의 죄목과 매우 흡사하군요.)

진실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이 기사내용을 보고 우리는 정말로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는지 유추해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저로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설마 대한민국 정부가 저렇게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기자분이 거짓말을 만들어 썼을리도 없으니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최선을 다해 짐작해보면 조사관은 입국만 비밀리에 했고 활동은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나아지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구도가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사 마지막 문단도 한번 봅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노마 강 무이코의 이번 방문이 공식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촛불 진상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조사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제인권기구 지역 대표자가 인권실태를 조사하면서 각국 정부와 대립각 세우기를 자제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몸사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공식일정의 경우에 그동안 언론에 공개해 온 관례라도 있는데 이번에만 특별히 비밀입국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더구나 그 이유가 경찰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데 이르면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특히 이런 관측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은 꽤나 많은 수의 표본조사를 통해 관측을 수집했을 경우 유효한 것인데, 과연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측을 수집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드디어 기사는 결론을 향해 치닫습니다. 대립각 세우기를 자제한 적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상당히 억울한 비난이지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 누가 비판한다는 말인지요? 또한 쓸데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물론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비판을 할리는 만무하고, 별도의 취재원에게서 이런 비판이 제기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누구일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기사는 앰네스티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과연 앰네스티 관계자에게 비밀입국에 대해 확인은 한 것인지, 입국목적에 대해서는 확인 했는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물어 보았는지, '비밀조사'의 이유는 물어보았는지, 제기되었다는 비판에 대한 앰네스티의 입장은 무엇인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앰네스티에 대한 기사인데 앰네스티와 접촉은 있었는지 조차 기사만 보아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저 역시 이번 건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는 못하니 그냥 일반적인 경우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앰네스티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조사관의 입국은 일반적으로 언론공개의 대상이 아닙니다. 작년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었고, 언론의 질문이 하도 많아서 취재편의를 제공한 것 뿐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언론에 알리지 않는 것은 아니고 조사관의 입국 자체가 무슨 기사거리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대신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그걸 기사화 해주는 언론은 많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수 많은 인권단체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에 대해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는데, 대부분 기사화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것을 가지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 자체가 죄송한 일이지요.

오해의 소지가 듬뿍 들어 있는 비밀입국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비밀일까요? 일단, 대한민국 정부는 조사관일행의 입국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앰네스티는 기본적으로 비밀조사 따위는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무슨 비밀입국일까요? 언론에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밀입국이 되는 것입니까? 저도 꽤나 들락거리는데 그때 마다 직장에는 보고하고 다니지만 언론에는 알리지 않습니다. 그럼 비밀출국 비밀입국이 되나요?

마지막 문단은 사실 반박을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마찰을 빚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느니, 정부와 대립각 세우기를 자제한다느니 하는 것은 한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마찰이나 대립각 세우기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우리가 항상 견지해 온 자세였고, 상황에 따라 눈치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앰네스티는 모든 정부와 인권에 대해 협조하기를 바랍니다.

이것 참, 어떻게 해야 하나요?

늘 그렇듯이 이 글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입장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회원의 한 사람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사를 읽다가 답답해서 쓴 개인적인 글일 뿐입니다.

글을 완성해 놓고 기다렸는데, 방금 한국지부 담당자님이 이제야 기자분과 연락이 닿으셨다는 군요. 특별히 나쁜 뜻으로 기사를 쓰신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정부당국과 관련된 부분의 경우, 기자분이 조사관의 활동을 알게 되고 이를 정부측에 문의해서 확인하셨다는군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앰네스티라는 운동이 아직도 스스로에 대해 알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비밀리에 입국' 부분은 다시 생각해도 좀 너무한 표현입니다. 모든 오해가 거기서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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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리에 입국 웃겨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신던 신발 들고 들어가면 밀수인가요??? ㅋㅋㅋㅋ

    망가지지 말고 잘 계시다가 저 있는 동안 아주 공개적으로 로마에 오시면, 은행 점심시간 끝나기를 판테온에서 기다리는 사치를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 비밀입국하시면 국물도 없구요 뭐.

    2009/04/22 02:42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네 감사합니다...
      은행시간은... 꼭 비오는 날 기다리고 싶군요.

      2009/04/22 22:52
  2. 김성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게 부담스럽지만 꼭 나쁘게 볼일은 아닐것 같아요. 물론 위 기사처럼 엉뚱한 쪽으로 가면 안되겠지만 그만큼 법무부나 국무총리실까지 나름 앰네스티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네요. 언제부터 조사관 입출국이 기사거리가 됐나싶게 우리나라가 인권후진국이 되어가고 먼가 비밀리에 해야할듯한 나라가 됐는지..
    캠페인이든 조사든 보고서든 언론을 잘 이용해야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치만 기사의 기본이 안돼있긴 하네요~ 앰네스티의 입장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고...
    잘 대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사무국에서~

    2009/04/22 23:04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동의합니다. 다만 '비밀리에'라는 말이 독자들에게 굉장히 나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서 신경이 쓰입니다. 사무국에서는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대응하셨고, 이야기가 잘 된 모양입니다. 감사합니다. ^^

      2009/04/2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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