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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지부장 일기 2009/04/21 16:17 posted by 고은태
지난 몇 년간 전세계의 가장 중요한 인권 중 하나가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의 존재와 피의자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수용소의 폐지와 비인도적인 처우의 중단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최근 미국정부가 과거의 비밀메모 네 건을 공개함으로써 구체적인 고문기법들이 공개되었고, 이러한 잔인한 심문기법이 법무부의 자문을 거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관련기사: 부시 때 잔혹 심문법, 안 재우고, 벌레 넣고, 물고문… (한겨레신문)

이에 대해 미국의 지난 정권인사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항변하며 반격을 시도했습니다. 이 중 가장 백미는 역시 부시정권 시절 CIA 국장이었던 마이클 헤이든이 했다는 “적에게도 유용했고 정책적 수단으로서도 유용했다.”는 발언일 것입니다.
관련기사: CIA 전국장 "고문 유용했다" (서울신문)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CIA를 방문해서 과거 고문한 자들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기존의 불처벌 원칙을 재확인 했습니다. 정치적 고려와 고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고문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정의의 실현에 반하는 일이고 고문방지협약에도 위배되는 일이어서 이 발언은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오바마 CIA방문…“고문자 불기소” (한겨레신문)

고문이 효과가 있다고 그래서 유용하다고 말합니다.

옛날, 어느 원님이 주변 고을의 원님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잔치가 무르익으면서 대화는 범죄자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문제에 이르렀습니다. 손님으로 온 모든 원님들이 범죄자를 심문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고문처럼 좋은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인인 원님은 갑자기 생각난듯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종에게 귤을 손님 수에 맞춰 가져오라고 시켰습니다. 당시에 귤은 매우 귀한 과일로 굉장히 값이 나갔던 모양입니다. 가져온 귤을 보던 원님은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하나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펄쩍 뛰던 종은 고문하겠다는 협박이 있자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자백했습니다. 너무 먹어 보고 싶어서 자기가 오다가 하나를 몰래 먹었노라고...

원님은 종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자신의 소매자락에 숨겨놓았던 귤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원님들에게 말했습니다. 고문은 결코 진실을 밝히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오래 전에 들은 일본의 옛날 이야기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문은 고문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고문피해자가 말하도록 하는 데에 효과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고문의 위협에 못이겨 멀쩡히 돌고 있는 지구를 세워 버렸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교황청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일 뿐, 지구는 계속해서 돌고 있지 않습니까.

어릴 때,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만 발견하면 노벨상을 탈 수 있다고 해서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독약을 투여하면 암세포도 다 죽지 않겠습니까?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 이렇게 쉽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암환자를 죽여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고문은,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범죄로부터 지켜야 할 우리 사회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죽이는 방식입니다.

제게 그 전직 CIA 국장을 데려다 주면, 대한민국의 과거 고문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9.11 테러가 CIA의 자작극이라는 자백을 받아내겠습니다. 더 원하신다면, 9.11과 이후에 이어진 테러와의 전쟁은 모두 거대한 음모의 일부로써 미국을 군사국가로 만들고 소수의 세력이 영구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자백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관련된 전세계 각국의 주요인사들의 명단도 받아내 보겠습니다. 그 명단에 들어가길 원하는 이름이 있으신가요?

네, 고문은 효과가 있습니다.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감히 사소한 긍정적인 효과 조차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글도 앰네스티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걸, 이젠 설명 안 해도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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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상큼한 김선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과 확실하죠.
    엄한 사람 폐인 만드는데 직빵이죠.
    미국따라한다고 또 고문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네요.

    2009/04/21 23:22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으음 그런 생각은 못해 봤는데...
      갑자기 겁나게 만드시네요. ^^;;;

      2009/04/22 01:03
  2. 김수영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고문할 수 있다는, 법률적인 근거를 내세운 사람이 John C Yoo 라는 한국 재미교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슬프던지..뭐 한국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사람은 과연 자기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궁금해 지네요.

    2009/04/22 04:08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앗 몰랐습니다. 충격적이군요.
      본인이야 자기 소신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성적만 올리는 한국식 교육의 폐단이 미국까지 말아먹고 있군요.

      2009/04/22 07:29
  3. BlogIcon cutnpaste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 드라마 24의 최근 에피소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주인공 잭바우어는 테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테러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 용의자에게 고문을 가해야한다, 국가의 안보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대통령은 '당연히' 고문을 금지하지만, 테러가 실제로 이뤄지고 또다른 테러의 위협이 코 앞에 있을 때는 넌지시 고문을 허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코 앞에 있을 때 조차도, 고문이라는 방법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질 때 조차도 고문을 허하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허해야 할 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결정도 못 내리겠더라고요. 인권이 우선이기는 하겠지만서도.

    2009/05/07 14:14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지요. 고문만 아니라 다른 인권이슈들도 생각하다보면 고민되는 지점이 많지요.

      원칙에 대해 논의할 때 극단적인 사례를 가지고 생각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때론 살인도 허락되어야 할지 모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일수록 결국 결정이 극소수의 자의적 판단에 내맡겨지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이 순리에 입각한 원칙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2009/05/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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