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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앰네스티 덴마크지부의 정기총회에 초청을 받아서 덴마크에 와 있습니다. 전체적인 보고는 나중에 간략하게 드리도록 하고 간단하게 에피소드들을 우선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덴마크지부 총회에는 국제적인 손님들이 많이 초청받아 와 있습니다. 그 중 한사람은 스웨덴지부 출신이며 현재 국제집행위원인 크리스틴입니다. 지난번 자기네 지부 총회에 국제운동의 손님으로 참석해 있는 기분이 이상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가 자연스레 스웨덴지부의 총회로 옮겨갔습니다.

그전에 덴마크지부 총회가 굉장히 재정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중에 회원들이 각자 부담하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크리스틴이 자기네 지부에서는 식사와 숙박을 위한 약간의 참가비 외에 의결권을 가지려면 별도의 돈을 따로 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황당한 이야기지요. 앰네스티 회원이 총회에 참석하는데, 참가비 외에 별도의 돈을 또 내야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갑자기 재산에 따라 - 혹은 납세액에 따라 - 선거권을 부여하던 유럽의 과거 민주주의 전통이 떠올랐고 '이런 황당한 경우가 아직도 있구나, 전통이란 무서운 것이구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잘 나가는 스웨덴지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니, 이렇게 하면 유스의 의결권참여가 결정적으로 제한될 텐데...' 여러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배경설명을 듣고보니 사실은 그와 반대였습니다. 이런 괴상한 제도는 바로 유스들이 자신들의 의결권 보장을 위해 요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스웨덴지부의 총회 참가비도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참가비에 부담을 느낀 유스들이 '자신들은 총회에서 주는 식사를 하지 않고 별도로 음식을 준비해 가겠다. 잠도 알아서 자겠다. 그러니 관련비용을 내지 않고 총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서 생겨난 제도라고 합니다. 즉 유스들을 위해 총회 참가비를 깎아주는 제도인 것이지요.

참 세상은 속단하면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누가 봐도 유스의 참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제도가 사실은 유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스들이 요구한 제도였군요.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면 의결권을 돈 내고 사는 것 아닙니까? 단순히 자신이 가진 상식에 근거해서 눈 앞에 보이는대로 상황을 판단해 버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요.

불행히도 우리 나라의 인터넷 공간은 이런 '판단'과 '비난'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지요. 앰네스티 한국지부 역시 이런 식의 오해에 답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늘상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지부 내의 다양한 논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나는 절대 용납 못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 마다 '말도 안되는 것은 당신의 사정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가급적 참느라고 힘듭니다. ^^;;;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스웨덴지부 유스들의 패기입니다. '우린 당신들이 먹는 밥 안먹어도 되고 잠도 험한데서 자도 되니 그저 우리가 보다 적은 경제적 부담으로 지부총회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부럽고,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부총회에 참여하려고 하는 그들의 열기가 부럽습니다. 우리의 유스들이라고 그들보다 못할 리가 없음을 생각하면 역시 문화적 환경의 차이가 문제일까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든, 적어도 앰네스티 한국지부 내에서만은 그런 외부환경과 무관하게 오직 인권과 앰네스티 만을 위해서 서로 평등하게 만나는 날이 곧 오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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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년 전에 어느 학회에서, 학부/대학원생들에게 "참가비 안 내고 - 자료집 안 받고 - 점심 안 먹고" 학회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걸 봤어요. 비슷한 맥락이겠죠? 그래서 저희도 우루루 가서 발표 몇 개 듣고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 먹었는데, 충분히 실현가능성/의미 있을 것 같아요.

    번개 재미 많이들 보세요...

    2009/05/10 19:28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로마에서 파리면 가깝지 않나요?
      요즘 저가항공도 많던데...

      2009/05/11 00:51
  2.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을 더 해보니 멋지기는 한데 문제가 하나있기는 합니다. 대개의 경우 참가비가 실제 비용 전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재정으로 보조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결과적으로 돈이 없을수록 보조금을 못받는다는 이야기가 되니, 이것도 좀 불공평하네요. 숙식비는 실제 비용 전체를 책정하고 교통비를 보조해주는 방법도 있겠네요. 그럼 유스들도 손해가 없을 듯... 복잡복잡

    2009/05/11 13:05
  3.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피 마시러 가고 싶은데 잉...
    그런데 말이죠, 참가비가 어떻게 됐었나 궁금해서 한국지부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하면 보통 인내심으로 안 돼요. 집에서는 무선인터넷이라 그런가 했는데 학교에 와도 하다가 포기하게 되네요. 저만 겪는 문제인가요? 일기는 잘 열리는데...
    제 기억에 멀리서 왔을수록 참가비가 적었던 거 같은데, 그거 보면서 재미있고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었어요.
    6월 번개 일정 잡히면 알려 주세요 ㅎㅎㅎ 그때 알프스 넘어가야 하거든요

    2009/05/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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