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점점 글쓰기가 싫어집니다. 글을 쓸 기운도 없고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액티비즘 워크샵 중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대통령 재임시 한 일에 대해서는 결코 지지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인간적으로 좋아했고 존경한 분입니다. 무엇보다 유쾌한 분이었고, 한국사회에서 드물게 원칙에 충실하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중시하며,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결국 가시는 길도 꼭 그렇게 되었군요. 빈자리가 참 커보입니다.
일부 사람들의 눈에야 보려고 해도 보이지도 않겠지만, 앰네스티는 지난 정부 시절에도 꽤나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사형제도나 국가보안법 같은 오래된 문제들도 그러려니와, 평택미군기지 이전 시의 집회의 자유라든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그때는 답답하고 화가 나도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접어야 하겠지요. 부디 편히 가시기를, 그리고 유족들과 그 분을 사랑했던 많은 분들의 마음에도 위로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소식을 듣고 토요일 저녁에 대한문 앞에 나가 보았습니다. 분향보다는 경찰이 제지한다는 이야기에 충돌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도착했을 때는 경찰이 약간의 공간을 터주어 분향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줄이 너무 길어 분향은 엄두도 못내고, 기차시간이 남은 동안 주변을 살펴보다가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 키보드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잤습니다. 영 글이 써지지가 않는데, 그래도 아예 안올리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 엉성하게라도 마무리 하고 올리겠습니다.
경찰의 물리적 제지는 멈추어 있었고 분향 나온 수 많은 시민들은 손에 손에 촛불이나 국화꽃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그 곳 전체를 차벽으로 막고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고요. 돌아가신 분에게 추모의 념을 바치겠다는 시민들을 불법집회 운운하며 차벽 속에 가두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프라자호텔 옆 지하철 입구에는 경찰들이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간부 한 사람이 제 옆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분향소 어디냐고 묻더군요. 빤히 얼굴을 맞대고 단호하게 '없다'고 대답하는 그 경찰간부는 또 어떤 종류의 인간입니까? 바로 도로 건너편에 분향소가 있는데, 빤히 보일 그 곳을 차벽으로 가리고는 '없다'고 대답하는 그 대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나름대로는 정부가 '허락'한 공식분향소가 아니라서 없다고 대답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시민이 간곡하게 자꾸 물어보니까, 나중에는 '모른다'고 대답하더군요. 그걸 모르고 거기 나와 있다는 말인가요? 어떻게 그토록 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시민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집회를 막고 있는데, 거기에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무슨 일이 생기든, 차벽으로 가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니 앰네스티가 작년 촛불집회를 두고 '대체적으로 평화로왔다'고 한 보고서에도 그렇게 울컥해서 반박을 해대고 법적 조치 운운했던 것이겠지요. 이제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뒷감당을 어찌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요즘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면 별 일 없이 넘어가고, 3년 반 후에도 더욱 기세등등해 질지도 모르겠네요.
고인의 성격 중에 유일하게 저와 공통점이었고, 안타까와 하면서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말 때문에 불필요한 비난을 받는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 글은 추모의 글이니 만큼 실수하면 안되는데, 쓰다보니 결국 지리멸렬한 횡설수설이 되었군요. 읽으시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모두 각자의 길에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정의를 이룰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와 하면서 부디 편히 쉬시기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합니다.
이런 글 올리면 꼭 시비거는 분들이 계신데, 분명히 밝히지만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나 한국지부의 공식입장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애도의 뜻을 표하는 글입니다. 또 한 가지, 예까지 이 글을 보려오신 분들께 부탁 드리자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 분들께도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시면 너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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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뉴스에 5살 아이의 촛불을 두고 불법 운운하더군요. 당췌 이건 무슨 코메디를 넘어 리얼 버라이어티로 국민들을 자극하고 있네요. 이쯤 되면 막가자는거죠?
2009/05/26 00:22막 간 것은 오래 되었고, 문제는 막가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들이 아니겠습니다. 그저 우울할 뿐입니다.
2009/05/26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