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노무현 전대통령을 영원히 떠나 보내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정말 까마득하게 오랜만에 묵상이라는 것을 합니다. 어떤 종교적 신비주의에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저이지만, 오늘은 마음 깊은 곳에서 숙연한 영성이 작동하는 것을 놀라운 마음으로 경험합니다.

저는 원래 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열광적인 존경과 추종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도 노무현 전대통령도, 그 분들이 당선될 때까지 늘 비판적인 거리 두기를 했던 것은 아마 이 분들의 지지자들이 보여주는 공감하기 어려운 존경과 때로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들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 점을 전제하고, 노사모도 아니고 신비주의자도 아닌 저의 오늘의 묵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정치인 노무현의 놀라운 등장과 역경 속에서 굴하지 않았던 정치인생, 그리고 기적적인 대통령 당선. 그는 세상을 바꾸려 노력했으되 살아 생전에는 늘 단단한 장벽에 부딪혀 좌절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의 모순이라는 십자가를 기꺼이 자청해서 지고 골고다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결국 이 땅의 권력집단과 가진 자들에 의해 조롱과 공격을 받던 그는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정권에 의해 죽음의 길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노래의 구절처럼 구차한 삶이 아닌 죽음으로 세상에 커다란 울림을 만듭니다. 결국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짊어졌던 바로 그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것입니다.

빌라도와 헤롯왕, 산헤드린과 사두개파 바리새파 그리고 수많은 민중들이 가세한 예수의 죽음처럼, 노무현의 죽음 역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공범자로 만들었고, 서러운 그의 죽음은 거대한 희생제가 되어 오늘 우리가 스스로의 무책임과 무관심을 자책하고 회개하게 합니다.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 당연히 모르고 크게 알려 하지도 않는 저이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은 이미 부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생전의 모습보다 더욱 깨끗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그의 죽음에 오열하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가 그를 잊지 않는 한, 그의 정신을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한 그는 부활할 것입니다.

오늘 장례를 지내는 날입니다. 예수는 장사한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사흘 뒤,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폭죽처럼 밝은 빛을 내며 부활하게 될지, 은은히 타오르는 촛불처럼 우리 곁을 밝히게 될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부활이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룩할 때 그의 부활은 완성되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그의 삶과 죽음은 이 땅에서 삶을 위협하고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돌보지 않는 자들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중요한 준거의 일부로 준엄한 목소리를 계속 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부디 가시는 길 평화롭고, 진정한 휴식이 되시기를 빕니다. 한 편으로는 원칙을 지켜간 당신의 삶과 죽음이 참 부럽습니다.

추신1:
놀랍게도 묵상이 끝나자 갑자기 현 정권과 그 추종자들에 대해 딱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연민의 정입니다. 오늘이라도 그간의 일들을 사과하고 시민들의 편에 서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희생제가 우리에게 주는 통합의 정신이자, 노무현 전대통령이 유서에서 남긴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 아닌가 합니다.

추신2:
혹시 내용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신격화나 영웅화는 저부터 아주 싫어합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반 고호를 비롯해 많은 위인들이 그들의 죽음을 통해 희생제를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대속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결국 사람들 속에서 부활했습니다.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도 신격화도 아니고, 오직 노무현 전대통령만이 특별함을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희생과 부활의 과정은 상당히 전형적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은 고귀한 죽음과 부활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부활과 그 역사적 의미는 이제 전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죽지 못한 미망인이고 앞으로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추신3:
이처럼 극도로 개인적인 묵상을 혹시라도 앰네스티의 공식입장과 연결시키려는 분이 계시다면, 추모행사를 불법집회로 취급하고, 광장을 봉쇄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추도사도 막은 파렴치한 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www.amnestydiary.net/trackback/245 관련글 쓰기

  1. [근조]임채진들,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Tracked from 일체유심조  삭제

    검새들이 간택하여 모시기로 결단하고 내세운 이명박의 가치는 무엇인가? 오직 몸뚱어리만의 가치다. "노무현이 내세우는 가치가 뭐 웃기는거냐?" 이게 그들의 속 마음이다. "제발 노무현, 니가 나와 다름 없음...

    2009/05/29 13:5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주스오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기는 일기장에....

    2009/05/29 09:43

◀ Prev 1  ... 276 277 278 279 280 281 282 283 284  ... 499  Next ▶

카테고리

전체보기 (499)
지부장 일기 (188)
사무국 일기 (6)
회원 일기 (74)
문화생활 (28)
앰네스티 공식자료 (12)
블로그 블로깅 (17)
  • 370,099
  • 67216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고은태'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고은태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Amnesty Diary Blog is powered by Tistory | 관리자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