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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왜 틀어막은 겁니까?

지부장 일기 2009/06/01 00:36 posted by 고은태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백원우의원이 '사죄하십시오'라고 외치며 뛰어나가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힌 채로 끌려나갔습니다. 제가 여기서 백원우의원의 행동에 대해 잘잘못을 논할 처지에 있지는 않습니다만, 입을 틀어막은 경호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향해 뛰어나가는 사람을 제압하여 위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은 대통령의 경호원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임무가 맞지만, 그의 입을 틀어막아 말을 못하게 하는 것도 경호의 일부일까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찾아보니 제2조 1항에서 '경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경호"라 함은 경호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 또는 제거하고, 특정한 지역을 경계·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활동을 말한다.

그렇습니다. 이 경우는 대통령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 또는 제거하는 것만이 경호활동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명예를 보호하거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비판자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제 부족한 지식으로는 아무리 법을 확대 해석해도 경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혹시 현직 대통령께서 귀가 약하셔서 누가 소리를 지르면 신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보기에 백원우의원이 뛰쳐나간 것은 제지 받아 마땅한 행동이었고, 경호원들의 정당한 공무수행이었지만, 그가 소리를 친 것은 단지 영결식 진행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었으므로 경호원들이 처리할 일이 아니라 진행자가 정숙을 요청하거나 정 필요하다면 영결식 진행요원들이 가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사정권시절 온갖 문제로 유명해진 한 경호실장이 심기경호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창안해 내어 독재자의 기분까지도 경호하겠다는 충성심을 보였다는 일화가 있기는 하나, 이는 그야말로 군사독재에서나 가능한 코미디이고, 지금 21세기의 대한민국 땅에서 그걸 되풀이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경호원들이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어떤 면에서 오늘의 우리 사회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닐까요? 다시 강조하지만, 백원우의원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고무 찬양할 생각은 전혀 없음에도, 듣기 싫은 소리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원수의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그런 순간에 조차도 듣기 싫은 소리에 - 그것에 찬성하거나 말거나 - 귀를 여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자, 우리 사회가 되찾아야 할 소중한 가치일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국제앰네스티나 한국지부의 입장과 무관하며 저 개인의 의문이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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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근조 대한민국 민주주의

    Tracked from Cyber is..  삭제

    굳게 닫힌 광장강제로 틀어막힌 입파괴된 민의이것이 MB가 말했던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방식이고,이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주소이다.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을 마친 우리는다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영결식까지 치러야 할 판이다.▶◀ 근조 고 노무현 대통령▶◀ 근조 대한민국 민주주의Creative Commons License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2009/06/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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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srai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위터에 사용한 이 글의 소개 글: 사람위에 권력이 있는 모습을 철저히 보여준다. 고은태님의 '입은 왜 틀어막은 겁니까?' http://bit.ly/AClQi 한국은 과거 독재 시대로 성큼 들어선 반증이 아닐까?

    2009/06/01 12:48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트위터 구경은 해봤지만, 아직 사용을 안해서 잘 몰라요. -_-;;; 고맙습니다.

      2009/06/01 17:39
    • BlogIcon Asrai  수정/삭제

      네. 단문 블로그라 생각하면 되죠.

      어이구. 별말씀을요. 이 부분을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해주신것에 대해 제가 감사해야죠. 감사합니다.

      2009/06/01 18:43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는..
      감사합니다.

      2009/06/01 22:27
  2. BlogIcon LHOOQ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네요. 도대체 뭐죠?!

    2009/06/01 19:29
  3. BlogIcon 자유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B와 그를 지키는 이들은 백원우 의원의 입이 그 무엇보다도 두려웠나 싶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심기경호'가 확실해 보입니다. '국민의 심기'보단 '나랏님의 심기'가 더 중요했던 경호원들의 과잉충성을 느껴집니다.

    '입'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마치 머리만 숨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꿩'같아 보여 참 졸렬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2009/06/02 02:37
  4.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시간 전 뉴스에서, 중국 총리에게 신발 던진 독일 대학생이 무죄선고 받았다네요... 그 사람 말로는, 누구를 다치게 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겨울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를 던졌다. 판사의 판단은, 이것은 위협적인 행동이 아니다. 아마 목소리는 운동화보다 더 위험한가보죠?

    2009/06/0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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