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한국판 인사말

어제,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2009의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한국지부의 연례보고서도 발간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 실린 제 인사말 전문을 올립니다. 지금 보니까 2008년 보고서에 실린 인사말에 비해 꼬박 네 배의 분량이군요.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기획된 분량을 너무 많이 넘긴 이 글을 군 말 없이 실어주신 실무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바쁘신 분들은 글의 뒷부분만 읽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년 연례보고서의 인사말을 쓴지 일 년, 그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사회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뒤돌아 볼 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를 둘러싼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있었고,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았습니다. 연이어, 대한민국에서 문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언론의 자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는 용산참사가 있었고 경제위기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시민들의 커다란 요구와 열망 속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역량으로 쏟아지는 기대와 격려에 조금이라도 답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룬 것 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이 훨씬 더 크다는 자책이 앞섭니다. 지금 국제앰네스티와 한국지부는 역사상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성원과 관심 속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더욱 효과적인 활동을 벌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앰네스티의 연례보고서가 보여주는 전세계의 인권상황 역시 그다지 밝지는 않습니다. 이 보고서는 2008년 일 년간의 앰네스티의 조사활동을 요약한 것으로써, 전세계 인류의 인권침해를 모아놓은 수치스러운 자료이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과 파괴의 기록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기에 기록된 인권침해 사례들은 앰네스티와 전세계 인권활동가들이 피와 땀으로 하나 하나 써 내려간 헌신의 증거들이기도 합니다. 이 연례보고서는 도처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관심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전세계에서 인권침해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현장의 인권활동가들에게 깊은 존경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스리랑카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용산에 이르기까지 인권보호를 위한 싸움의 최일선을 이루는 곳곳에서 위협과 공격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던져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야말로 인류가족의 선봉이자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앰네스티는 이 분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고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연례보고서의 발간을 계기로 일 년간의 인권침해를 돌이켜 볼 때,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빈곤이 인간의 존엄성을 대량으로 그리고 참혹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의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분명한 것은 굶주림과 폭식으로 양분된 우리 세계-소수의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수를 황폐화시키는-가 깊은 구덩이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앰네스티가 빈곤에 의해 초래되고 빈곤을 구조화시키는 인권침해에 대항해 싸워나갈 것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는 경제위기는 빈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의 조건을 파괴하고 인간을 비인도적인 상황에 몰아넣으며 존엄성을 박탈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빈곤은 결코 자연적인 재앙이 아니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동시에 빈곤은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차별적 재난이자 수많은 인권침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된 어떤 대량파괴무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안전, 부정의, 존엄의 상실은 빈곤이 우리가 대항해야 할 인권의 문제임을 증명합니다. 지난 반세기, '양심의 수인'들을 위해 활동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제 우리는 '빈곤의 수인'들을 위해서도 그들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또한 세계는 각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최소한의 생존조차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빈곤과 마찬가지로 가자지구에서 다르푸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조건을 송두리째 파괴당하고 낭떠러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빈곤이든 분쟁이든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성이며, 이것은 인권을 보장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현재의 정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시민의 안전보다 체제의 안전을 앞세우고 사람들의 생계보다는 거대한 경제주체들의 이익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생존과 존엄성을 위한 시민들의 저항에 폭력을 앞세운 억압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인권침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할 때, 그 미래는 쉽게 상상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세계질서와 리더십입니다. 전세계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연대를 통해 억압과 불의에 맞서 싸울 때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압박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를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우리가 우리의 요구를 단합된 행동으로 보여줄 때만 우리는 인류를 위한 보다 나은 미래로 가는 새 날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초에 쓴 신년인사에서 저는 지금이야말로 인권을 위해 투자할 때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온통 들려오는 절망의 소식 속에서 희망의 증거들도 보입니다. 얼마 전, 한국지부는 회원 수 10,000명을 넘어서 커다란 목소리를 가진 인권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이런 성장은 우리의 시민들이 좌절하지 않았고, 인권을 위한 싸움에 힘을 합치기로 결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어두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아직 싸우고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스스로의 포기만이 우리를 패배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앰네스티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인권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세계인권선언에 깃들어 있는 모든 권리가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는 세상". 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야말로 국제앰네스티 수백만 회원 모두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입니다.
 
이 꿈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인권을 위한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이야말로 인류 전체를 위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투자입니다. 우리 모두의 싸움에 더욱 힘을 모아주십시오. 당신의 참여가 미래를 변화시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www.amnestydiary.net/trackback/25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 272 273 274 275 276 277 278 279 280  ... 499  Next ▶

카테고리

전체보기 (499)
지부장 일기 (188)
사무국 일기 (6)
회원 일기 (74)
문화생활 (28)
앰네스티 공식자료 (12)
블로그 블로깅 (17)
  • 370,099
  • 67216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고은태'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고은태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Amnesty Diary Blog is powered by Tistory | 관리자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