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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사랑한 앰네스티

지부장 일기 2009/06/07 16:36 posted by 고은태
내친 김에 조선일보에 관한 글 하나 더 올립니다. 그냥 이 글만 읽으셔도 문제는 없지만, 관련 글들을 읽어보시면 문맥이 더 잘 이해되실 듯 합니다.
앰네스티가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거부해야 할까요?
앰네스티 보고서에 <조선> 발끈, <중앙> 모른 척

"양심수 석방" 인권보호 앞장
앰네스티. 정치적 신념 등으로 탄압받는 양심수들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61년 창설된 국제 인권단체다.
창설 이후 활발한 활동으로 노벨 평화상(77년)과 유엔인권상(78년)을 수상하는 등 세계의 대표적 인권단체로 발돋움했다. (1996. 6. 15)

국제사면위원회의 활동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루트를 통해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그것이 알고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정보 수집을 위해 막대한 국가예산을 쓰는 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보기관 뿐만 아니라 유수국의 그 유명한 정보기관들에 대해서도 함께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1994. 8. 2.)

앰네스티가 대표적인 인권단체일 뿐 아니라, 정보 측면에서 국가정보원(당시는 안전기획부)보다도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권문제와 인권운동에 대해 우호적인 언론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극찬은 놀랍게도 조선일보에서 뽑은 것입니다.

이왕 가는 김에 동아일보도 덤으로 끼워 줄까요?

세계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 인권에 관한한 가장 신뢰할 만한 국제기구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1990. 1. 18. 사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 점에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각성시켰다. (1994. 8. 2. 사설)

'모욕적인 처우, 폭력과 고문에 항거해 인간의 가치를 옹호하는 활동을 통해 앰네스티는 자유와 정의의 기초, 더 나아가 세계평화의 기초를 확보하는 데 이바지했다.'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가 28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1977년 노벨위원회가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밝힌 공적대로 사면위는 그동안 전 세계의 인권 보호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 (2001. 5. 26.)

역시 앰네스티에 대한 찬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처럼 조선과 동아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앰네스티에 대한 정부와 일부 극우진영, 그리고 보수언론의 비판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2000년, 그러니까 9년 전에 제가 썼던 글의 일부를 올립니다.

새벽 5시, 앰네스티와 조선일보
국제앰네스티 회원이 조선일보에 묻고 싶은 것 두 가지

5월 7일 일요일, 새벽 다섯 시가 다되어 귀가하다가 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조선일보가 배달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 조선일보의 배급망은 훌륭하군'하는 생각을 하며 별 생각없이 바라본 순간, 눈이 크게 떠졌다.

국제엠네스티에 관한 기사가 1면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제목은 "앰네스티, 송환탈북자 구명 나섰다" .

<중간 생략>

문제는, 엠네스티 관련기사를 그토록 크게 뽑아준데 대해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고마와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보도 뒤에 숨어있는 저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1993년 11월, 국제엠네스티의 조사단이 내한하여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기자회견을 가진 일이 있다. 물론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때 조선일보 기자수첩은 "비전문가의 인권판정" 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 그러나 그 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인권실태에 대한 그들의 평가 판정 자세였다. 그들 말대로 비전문가 몇명이 불과 보름동안 어느 한쪽의 안내로 한국을 간단히 둘러본 뒤 우리의 인권실태를 자신있게 평가, 판결해도 되느냐는 점이었다. 그들의 이같은 인권 판정이야 말로 인권유린 못지않게 심각한 국권유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해 여름 국제엠네스티가 다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여러 개의 남한 관련 보고서와 함께 북한 관련 보고서도 배포하자 조선일보는 돌변했다.

<중간 생략>

그러면서 "북인권 외면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의 북한 인권실태 보고서쯤 되면 그 무게를 인정할 만하다."

불 과 일년도 지나지 않아서 비전문가들의 단체가 조선일보의 사설을 통해 권위있는 인권단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기사에서 일년 전에 비전문가라고 평가한 바로 그 조사관의 인터뷰 기사를 길게 기사화하고 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중간 생략>

조 선일보는 남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국제엠네스티 관련기사가 오늘자 조선일보의 머리기사가 된 것은 단지 그 내용이 북한에 비판적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

남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비판에 대해서는 그토록 침묵하던 그들이 북한의 인권상황은 오늘처럼 크게 다루는 것은 결코 공정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

수없는 전세계 언론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 언론과의 활동에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국제엠네스티 사무국 요원들 조차도 당황하게 할 만큼, 조선일보의 뉴스 무게 측정방식은 기발하다.

그러나 오늘의 머리기사를 보고 혹 국제엠네스티의 활동에 대해 왜곡된 인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려된다. 글을 마치면서, 내게는 여전히 묻고 싶은 것이 두가지 있다.

첫째, 조선일보의 논조에 대해서는 시비걸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같은 단체에 대한, 그리고 그 단체가 내놓는 보도자료에 대한 취급이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둘째, 조선일보는 남한 국민은 인권을 누릴 자격이 없고, 북한 인민은 무조건적인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공식 견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이거야말로 고무찬양죄가 아닌가.

상황 판단이 되시지요? 그러니까 조선과 동아의 앰네스티 찬양은 대개 앰네스티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나온 것입니다. 반면 남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태도가 표변해서 앰네스티에 대한 온갖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가치 아래에서 전세계 모든 국가의 인권에 대해 발언하는 앰네스티에 대해 남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믿을 수 없는 단체이고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최고의 신뢰를 가진 단체가 되는, 이런 정신분열적 태도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구사하는 후안무치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가 생각해 봅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든, 그 이야기 자체는 비판하거나 찬성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한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마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보기에 참 안쓰럽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제가 인용한 글을 올린 2000년을 전후해서 조선과 앰네스티는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듣기 민망한 낯뜨거운 찬사도,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왜곡보도나 근거 없는 비판도 없이 그럭저럭 마지못해 보도하거나 무시하는 덤덤한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6년 전에 사용한 바로 그 '기자수첩'을 통해 조선은 앰네스티를 또 다시 공격하고 나왔습니다. 취재원의 문맥을 뭉텅 잘라먹고, 말을 교묘히 바꾸어 엉뚱한 이야기로 바꾸어버린 비열한 공격입니다. 지난 10년 가까운 냉담 속의 평화가 깨어진 것은 무슨 일일까요? 여러분께 답을 붇고 싶습니다. 이번 기자수첩의 도발의 배후는 과연 무엇일까요?

(1) 앞뒤 사정 모르는 신참기자의 돌출적 행동이다
(2) 앰네스티의 애정을 갈구하는 조선의 집적거리기이다
(3) 10년 만에 세상이 바뀌었으니 다시 완장차고 나섰다
(4) 앰네스티에 위협을 느낀 세력의 전방위적 공세의 일환이다

물론 네 가지 중 답이 없을 경우, 주관식으로 답해주셔도 됩니다.

아, 이 글도 당연히 앰네스티의 공식입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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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ROSTEY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시겠지만 언론사에서 신입기자의 돌발행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자 수첩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데스크에서 사전검열 합니다.

    내용이 어긋나면 다시 씁니다.

    따라서 (1)은 아니고,

    애정을 갈구할만큼 조선은 목마르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노인네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데...

    (2)도 아니고.

    현정권의 비호를 받는(찍찍이가 당선 후 동아랑 첫 인터뷰했죠) 동아와의 경쟁에서 앞설려면 좀 과격한 논조가 필요하기도 하겠죠.

    (3)번이 좀 가능성이 있네요.

    조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도 위협 같은 거 안 느꼈습니다.

    정권은 5년이지만 조선은 영원하리, 이러는 친구들인데요.

    (4)번도 아닙니다.

    2009/06/07 21:3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굉장히 설득력 있는 분석이군요.
      (4)번을 넣은 것은 노전대통령 서거 며칠 전부터 한국지부 앞에서 진행된 집회와 1인 시위가 무슨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2009/06/07 22:09
  2. Fiona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엔, 지금 민심에 불안감을 느낀 저쪽 세력들의 선봉에 서있는 이 신문이 갑작스럽게 앰네스티를 공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고, 역으로 생각하면 작년 촛불집회 이후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시민사회내 위치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향에도 최근에 1면에 앰네스티 기사가..ㅎㅎ

    2009/06/08 00:42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경향 1면은 사실 감격할만한 일이지요...
      발언력이 커질수록 책임감도 무거워지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걱정이 많습니다.

      2009/06/0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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