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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니님께서 쓰신 글에 대한 답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이와 관련된 두 개의 이전 글을을 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은태 님께(앰네스티 관련)
이제는 앰네스티가 사과할 때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늦게나마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질문하신 부분에 대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해석도 달라지겠지만, 만일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오늘 일어났다면, 앰네스티의 입장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수감과정에서 고문이나 기타 잔인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의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그의 처벌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형이 선고되면 사형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말씀하신 내용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동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어느 것 하나만 옳다고 하면 공존은 힘들겠지요. 물론 그 다양한 운동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일 겁니다.

미니님의 입장을 전달하면 아마 앰네스티 회원 중 상당수는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해 못하는 수백만의 회원들을 모두 포기하고 소수정예의 사람들만 남아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유일한 해결책일까요? 혹은 그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우리가 가진 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할까요? 그러면 앰네스티의 내부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저는 계몽적이거나 엘리트주의적인 운동에 대해 어떤 반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모든 운동이 그러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적십자는 전장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어느 편이 옳으냐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합니다. 관타나모에서도 적십자는 결코 미국정부에 마땅히 했어야 할 비난을 하지 않았지만, 그럼으로써 수감자와 가족들을 연결해줄 수 있었고, 제가 보기에는 많은 수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적십자사가 미국정부를 강력하게 공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지 않지요.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적십자사의 정체성이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위치에서 남이 할 수 없는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적십자운동이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정의가 승리하도록 하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십자운동의 존재의의가 축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십자의 그 제한적인 활동원칙 때문에 수많은 평화운동단체가 기여한 것 보다 더 많이 인도주의적 기여를 했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류의 정신에 더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만족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내 편 네 편을 따지는 운동이 가지는 힘과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진영논리 이전에 기준선을 지키기 위해 어느 편이든 상관하지 않고 모든 인권침해에 반대하는 운동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후자의 경우가 인권의 영역에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전자의 운동에게 사과를 요구하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한 단체나 운동이 A를 주장하면서 B의 활동을 했을 때, 마땅히 사과를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A를 주장하면서 A를 실천하는 것은 사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니님께서 문제를 제기하시는 것은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고 봅니다. 따라서 논의가 지속되려면, 앰네스티가 가진 정체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앰네스티와 같이 수많은 발언과 활동을 하는 조직이 사과할 일이 전혀 없을 리는 없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이번 발언은, 앰네스티의 정체성에 기반해서 판단하면, 제가 보기에는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자장면가게에서 냉면을 내놓지 않는다고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앰네스티는 유엔안보리에 가자참극과 관련된 자들의 책임을 묻고, 평화를 공고히 하며, 아직도 진행되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과를 요구하신 것이 같은 편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보다는 앰네스티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어느 선에서 협조하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할 수 있을지를 따지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옳고 그름보다는 우리가 만들어 나갈 변화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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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다 쓰고보니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군요. 앰네스티가 어떤 경우에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판단의 레이어는 서로 다르며, 적어도 미니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수준에서의 옳고그름에 대해서는 앰네스티가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009/06/21 21:21
  2. BlogIcon 조아신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다라고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공교롭게도 제가 살짝 알고 있는 두분이라 ^^ 믿음이 있다면 두 분 모두 스타일은 다를지언정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그리고 운동에 대한 진정성만은 배우고 싶은 분들입니다. 이점 살피시어 두분 모두 이 이야기를 통해 저와 같은 사람들이 좀더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9/06/21 22:0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미니님에 대해서는, 사실 이미 경성트로이카님을 통해 약간의 뒷조사를 했고... 그러니까 이렇게 토론을 계속해 나가는 거지요.
      다만, 미니님의 생각이라는 것이 교정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 생각을 바꿔보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이를 통해 앰네스티가 협력할 수 있는 접촉면을 확보하면 좋겠다는 욕심은 좀 있습니다.

      2009/06/21 22:24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으음... 누에님 댓글에 앰네스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들어있네요. 헐... 저보다 나으신 듯... 전 이만 하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트위터 댓글은 처음 받아봐요... 이거 재미있네요. 아직도 저는 이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 할 뿐이지만...

      2009/06/21 22:22
    • BlogIcon nooe  수정/삭제

      하나 더 있어요~^^

      6. http://twitter.com/nooe/status/2265505478

      트위터에서도 앰네스티 자주 볼 수 있길 바래요~

      2009/06/21 22:4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으음... 트위터가 진짜로 그렇게 가치가 있나요?
      미래의 잠재력인가요, 아니면 현재 가치도 충분히 높은가요?
      (예전처럼 이것저것 부딪혀보기에는 너무 늙었거나 너무 할 일이 밀렸거나...)

      2009/06/21 23:20
    • BlogIcon 조아신  수정/삭제

      미래의 잠재력이 곧 현재의 가치 아닐까요 ^^ 블로그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시게 될거예요....

      2009/06/21 23:4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흠 그럼 미투데이랑 트위터 둘 중 어느 것을 시작해 볼까요? 근데 제가 실시간으로 전달할 콘텐츠가 있는지는 좀 의문이라는....

      2009/06/22 16:35
  3.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공장소에 올리는 것이라서 계몽적이니 엘리트주의니 하는 단어를 썼는데, 뭐 선도투, 전위당 뭐 그렇고 그런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 그런 운동들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찬성합니다!!! 다만 앰네스티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되겠지요.

    2009/06/21 22:25
  4. BlogIcon 공현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니님이 제일 처음에 쓴 글의 느낌은, 앰네스티가 단지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서 가해자-피해자 구도라거나 힘의 차이라거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내용은 아닌 듯합니다만, 핀트가 좀 어긋나고 있지 않은지요?
    오히려 디테일한 앰네스티 성명서에 나타난 표현과 사고방식, 개념들의 쟁점들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예컨대 민간인-전투원 구별 문제라거나,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전투를 벌여선 안 된다는 내용이라거나.

    2009/06/22 20:5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좀 그런 것 같죠? 토론이 길게 진행되면 제가 초점에 집중을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늙은이랑 토론할 때는 그런 점을 좀 이해해 주셔야.. -_-;;;

      그런데 사실 말씀하신 디테일한 부분은 규명이 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사실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후에 있는 기본 출발선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아닐까요?

      다만 저는 그런 토론 보다는 어떻게든 미니님과 함께 활동할 틈을 벌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걸 위해 미니님을 설득시키는 것은 제 능력 밖인 것 같고... 그러니 그만 따지자고 주장할 밖에요..-_-;;;

      2009/06/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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