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과 칠레의 아옌데

지부장 일기 2009/06/22 14:02 posted by 고은태
아옌데, 그는 세계 최초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한 좌파 대통령이었습니다.

살바도르 아옌데 고센스 (스페인어: Salvador Allende Gossens, 1908년 7월 26일 ~ 1973년 9월 11일)는 칠레의 의사 출신 정치가로 1970년, 세계에서 최초로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 인민연합의 대통령이었다. 1973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저항하다 소총으로 자살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김대중, 노무현 두 분과 아옌데의 경우는 시간과 공간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 다릅니다. 그 뿐 아니라 정치적 노선도 크게 달랐습니다. 따라서 평면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을 비교함으로써 우리가 고민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옌데와 달리, 우리의 두 전직 대통령들은 다행히도 '살아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적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졌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 단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 다른 설명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의 두 전 대통령들이 추구한 개혁의제가 그만큼 온건했고, 그나마도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돌파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기득권세력은 언제라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한국사회에서 기득권세력의 힘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고 있을 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10년간의 민주정부 하에서 국가보안법 하나 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사실을 입증합니다. 겨우 이룩한 전향적 조처들도 순식간에 퇴보하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결국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에 내몰리고 말았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신발언으로 온갖 집중포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옌데의 사망 이후, 민주적 선거의 전통을 가진 나라이던 칠레는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에 의해 무려 17년간의 암흑시대를 경험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반공을 내건 피노체트의 독재정권 하에서의 인권유린은 박정희나 전두환의 압제는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만큼 참혹했습니다. 정치적 살인이라기 보다는 학살에 가까운 수천 명의 사망자와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칠레의 경우를 보면, 민주와 인권을 경시하는 권력이 어디까지 탄압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라든가 '그래도 이것만은'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으며 오직 이를 지키고자 결심한 시민들의 힘으로만 지켜지는 것입니다.

작년 촛불집회, 용산참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공분하고 있고,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오늘의 모습은 시민들의 힘이 정권의 힘을 압도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작년의 촛불집회에서 보듯, 그저 그때 뿐입니다. 시민의 권리는 축소되고 있고, 탄압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또한 무자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일 년간 우리 앞에 펼쳐진 상황들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를 끊임없이 희화화하거나 부정하거나 무시하려는 충동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발 한발 밀려나는 인권의 자리에 최저선 따위는 없다는 것을 칠레의 경우는 잘 보여줍니다. '설마'는 어김없이 현실이 되고 있고,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훨씬 더 심한 일들이 펼쳐질 것임을 증명합니다.

지금 이 자리를 마지노선으로 삼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일 년이 지난 후 시민의 권리가 어디쯤 존재하게 될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무섭습니다. 그때 우리 앞에 있을 것은 더 이상 방패와 물대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여기가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자리입니다.

아옌데 대통령은 쿠데타군에 맞서서 직접 총을 들고 저항하다가 최후의 순간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옌데 대통령이 죽기 전 국민에게 보낸 라디오방송 내용을 함께 읽어봅니다.

이번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곧 마가야네스 라디오도 침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던 나의 목소리도 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계속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내가 이제 박해 받게 될 모든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내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민중의 충실한 마음에 대해 내 생명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운명과 그 운명에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승리를 거둘 것이고, 곧 가로수 길들이 다시 개방되어 시민들이 걸어 다니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보다 나은 사회가 건설될 것입니다.

칠레 만세!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입니다. 나의 희생을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머지않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행위로는 사회변혁 행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의 손으로 열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앰네스티의 입장과 무관한,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www.amnestydiary.net/trackback/283 관련글 쓰기

  1. 쥐새끼정권이 독재정부 아니라고? 헛소리!

    Tracked from Image Generator V4  삭제

    독재자... 독재정부... 개한민국에는 박정희(다카키 마사오)나 전두환 같은 세계무대에 내놔도 손색없을 악질 독재자가 많았다. 게다가 이웃하고 있는 북한에는 무려 전무후무, 고금에 유래가 없을 주체사상 3대 세습 독재 정권이 곧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는 참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한민족과 독재는 참으로 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나다를까, 2009년, 동아시아의 후진국 남한에 독재정부가 들어섰다. 대내외적으로는 실용정부라 주장하지만..

    2009/06/22 15: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FROSTEY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옌데 박사는 자살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권총 한 자루를 쥐고 저항하다가 쿠테타군의 흉탄에 맞아 운명했다는 설도 있더군요.

    2009/06/22 15:5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예.. 그 이야기는 길어질까봐 넣지 않았습니다. 카스트로 같은 이가 피살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인데, 2002년부터는 자살설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는군요. 아직도 완전한 진실을 밝혀지지 않았지만, 카스트로에게 선물받는 AK47로 자살했다는 것이 정설인가 보더군요. 권총 들고 싸웠다는 이야기는 썼다가 지웠습니다. -_-;; 감사합니다~

      2009/06/22 16:15
  2. 윤정희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남미관련 책을 읽고 검색하다가 읽게 됐습니다. 마지막 아옌데 대통령 연설. 짠합니다. 수 십 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 현실에 이리도 맞아 떨어지다니, 안타깝습니다.

    2009/07/30 02:01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그렇지요... 저런 방송을 하는 대통령과, 그 방송을 듣고 있는 - 그러나 쿠데타를 막지 못하는 - 민중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그래도 저런 대통령을 배출한 칠레는 나름 저력을 입증한 것이겠지요?

      2009/08/01 14:15

◀ Prev 1  ... 244 245 246 247 248 249 250 251 252  ... 499  Next ▶

카테고리

전체보기 (499)
지부장 일기 (188)
사무국 일기 (6)
회원 일기 (74)
문화생활 (28)
앰네스티 공식자료 (12)
블로그 블로깅 (17)
  • 370,099
  • 67216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고은태'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고은태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Amnesty Diary Blog is powered by Tistory | 관리자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