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에서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저지른 여러 건의 폭력행위에 대한 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폭력의 사례는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경찰 역시 부상당했고, 시위대 역시 일부 폭력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아 집회와 시위는 평화로웠고, 경찰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이 앰네스티 보고서의 결론이었습니다. 보고서 전문은 여기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국제앰네스티 보고서 한글판 전문 업로드
이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경찰의 폭력 사례들을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공개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앰네스티의 요청은 무시되었고, 그 결과 올해 한국의 시민들은 다시 경찰의 폭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촛불집회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시민들이 경찰에 소환되고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처벌의 규모는 생각보다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할만큼의 폭력시위 가담자인지도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고 칩시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부상을 입힌 경찰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도무지 들리지가 않습니다. 엄정한 법 집행은 어디선가 갑자기 실종되어 버린 것일까요? 수 많은 부상자의 사례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보고되었고, 앰네스티도 직접 많은 피해자들과 만났습니다.
놀라운 것은 만나본 피해자들 중 상당수의 부상부위가 머리 뒤쪽 혹은 등과 같이 몸의 뒷면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이들은 경찰에 대항하다가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니라 도망치다가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지요. 또한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누워서 저항하다가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경찰에게 위협이 되었던 것일까요?
물론 경찰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개별 사건들에 대해 가해자를 밝히고, 당시의 정황이 어떠했는지, 과연 행사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조사를 해본 이후에야 면죄부를 주어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소한 몇몇 경우에 있어, 앰네스티는 사용된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마땅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부상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처벌은커녕 정식 절차를 밟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 조차 없으니, 정부의 준법의식은 시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입니까?
공권력의 행사는 아무리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공정할 때에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성이 없다면, 권력이 아무리 준법과 법치를 외쳐도 이는 결과적으로 권력 뿐 아니라 법체계 자체의 신뢰성까지 의심받게 하는 행동입니다. 권력은 합법을 말하지만 공정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공정성을 보이려는 시늉 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공정하지 않는 공권력 행사는 정당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정당하지 않은 공권력의 행사는 결국 공권력 그 자체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합니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시민들에게 부상을 입힌 가해자들을 반드시 찾아내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글은 지난 6월 2일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 시간 마지막에 제가 한 발언을 기본으로 하여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일부 언론에 이미 소개가 되기도 한 내용입니다만, 당시 시간의 제약 때문에 발언할 수 없었던 내용을
보충하여 새로 썼습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법을 바꿔서 교묘하게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자꾸 뺏아가고, 의무만 과중하는 데는
분명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일방적인 폭력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된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일테고요.
우린 딴나라 국민이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님 그네들이 딴나라 정부거나요..-_-
댓글을 달아 주세요
법률만능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법치주의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06/23 07:58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2009/06/23 11:43법을 지키기 위해 법을 바꿔서 교묘하게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자꾸 뺏아가고, 의무만 과중하는 데는
2009/06/23 10:10분명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일방적인 폭력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된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일테고요.
우린 딴나라 국민이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님 그네들이 딴나라 정부거나요..-_-
으음...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2009/06/23 11:45폼나게 나라를 운영하면 꽤나 인기를 얻을 텐데...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