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근로자, 더 정확히는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과연 함께 앰네스티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통해 앰네스티운동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0.
보다 공정해지기 위해 두 단어 모두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시다. 적어도 한국사회의 특정 시기에는 그러했습니다. 앰네스티는 모든 정치적 견해로부터 독립적입니다. 따라서 그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든지 앰네스티 회원으로 활동할 기회는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앰네스티의 원칙입니다.
#1.
앰네스티운동이란, 최소강령만을 가지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원칙에 따라 활동하는 대중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의된 기본원칙 외에는 어떤 것도 한 사람이 앰네스티운동에 참여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2.
실제 일어난 일은 이러했습니다. 꽤 오래 전, 앰네스티 한국지부 내의 친교시간에 한 젊은이가 나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요청으로 운동가요 하나를 불렀고, 그게 노동운동 쪽의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순서로 앞으로 나간, 나이가 있고 사회적으로 저명한 분이 노동자라는 단어를 근로자로 정정해주었습니다.
#3.
둘 다 정치적 의미를 가진 단어지만, 노동자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근로자는 노동삼권을 부정하는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앰네스티는 정치적으로 불편부당성을 추구하지만 기계적 중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앰네스티는 그 특성상 끊임없이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단어 사이에서도 중립에 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특정한 단어의 사용이 단순한 정치적 행위라면, 이를 다른 의미를 가지는 단어로 정정해주는 것은 훨씬 더 적극적인 정치적 행위입니다. 즉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는, 그래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화제를 회피하는 앰네스티의 분위기에서 후자의 적극적 정치행위는 - 더구나 그것이 나이와 사회적 지위 등, 세속적 권위에 맞물려 나타났을 때 -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됩니다.
#5.
연대의 폭은 넓을수록 좋지만, 연대에도 한계가 있어야 합니다. 더구나 서로 다른 조직끼리가 아닌 같은 조직 내에서 이런 정치-문화적 부딪힘은 좀 곤란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이 비록 색이 엷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인권적 느낌을 동반할 때, 인권을 지상명령으로 삼는 앰네스티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그때 제가 벌떡 일어나서 노동자라는 단어는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거나, 혹은 앰네스티 내에서 다른 사람이 쓴 단어를 명확한 인권적 이유 없이 교정하려는 '정치적' 행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면, 그날 분위기는 완전히 죽었겠지만, 대신 이 문제가 아직도 제 머리 곳에 남아있지는 않았겠지요. 반성합니다. 당시 제 내공이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좀 의심스러운 수준입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궁금합니다.
한때 노동자라는 용어 자체가 불온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노동자라는 존재 자체를 불온하게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있는 듯 합니다만…) 정부에서는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악착같이 사용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메이데이(노동절) 대신에
대한민국에서만 통하는 근로자의 날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참혹한 시절에서 벗어나 그나마 노동자의 기본권이 조금이나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장되기 시작한 또 다른 시절에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에서 사용된 용어와 사연은 지금의 시대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화를 통해 앰네스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비슷한 문제가 지금도 다양하게 변용되어 나타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 보는데 이 글의 목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지부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보수파의 거두였던 전직 수상이 앰네스티 가입신청서를 내는 바람에 이를 두고 입장이 갈려서 결국 지부가 깨어지고 거의 와해될 위기에 몰린 일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지부의 경우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인권 쪽을 담당하는 중간간부급 공무원 두 분이 가입원서를 내어서
논란이 된 일이 있었습니다. 격론 끝에 정회원이 아닌 후원회원으로 가입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올바른 결정이었을까요?
그나저나, 기립은 하셨습니까? 하하하. 너무 정치적인가요? 이 글 역시 앰네스티의 공식입장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제 개인의 고민일 뿐입니다.
노동자 근로자를 떠나서 '나이 많고 저명한' 사람이 가르치듯이 그렇게 '정정'해주셨다는 게 더 거슬리는 건 제가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ㅋ 이것도 정치적 입장의...;
앰네스티 자체가 뭐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노동자'라는 용어를 배격하는 사람을 제명해야 하거나 하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저희 단체 같은 경우에도 간혹 학생인권 중 일부는 동의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문제 등에는 부정적인 사람들도 간혹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대개 활동을 하다가 생각이 바뀌거나 아니면 활동의 와중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떨어져나가더군요 -ㅂ-; 뭐 그게 '자연스러운' 건지 '폭력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군요. 사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나가는 사람들이야 뭐 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아마 활동 스타일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건 서로 고민이 많이 될 거에요. 저도 예전에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너무 옳은 소리만 하는데, 너무 과도하다고 느껴서 막 핍박한 적이 있어요. 많이 후회스러웠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했죠. 니가 너무 옳은 소리만 해서 막상 실현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괴로웠다고 말이죠.
근데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나가는 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사실 나가주면 다행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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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근로자를 떠나서 '나이 많고 저명한' 사람이 가르치듯이 그렇게 '정정'해주셨다는 게 더 거슬리는 건 제가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ㅋ 이것도 정치적 입장의...;
2009/06/23 10:39앰네스티 자체가 뭐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노동자'라는 용어를 배격하는 사람을 제명해야 하거나 하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저희 단체 같은 경우에도 간혹 학생인권 중 일부는 동의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문제 등에는 부정적인 사람들도 간혹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대개 활동을 하다가 생각이 바뀌거나 아니면 활동의 와중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떨어져나가더군요 -ㅂ-; 뭐 그게 '자연스러운' 건지 '폭력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근로자'보다는 말씀하신 부분을 더 예민하게 받아 들입니다.
2009/06/23 12:30정정은 아주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이루어졌고,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정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론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지요.
'폭력적'은 좀 고민해 봐야 하겠네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군요. 사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나가는 사람들이야 뭐 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아마 활동 스타일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건 서로 고민이 많이 될 거에요. 저도 예전에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너무 옳은 소리만 하는데, 너무 과도하다고 느껴서 막 핍박한 적이 있어요. 많이 후회스러웠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했죠. 니가 너무 옳은 소리만 해서 막상 실현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괴로웠다고 말이죠.
2009/06/23 11:46근데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나가는 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사실 나가주면 다행인 거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또 잘 안나가요.
2009/06/23 12:31그게 특징이죠.
분위기를 안살피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딴데가면 대접을 못받기 때문에 안나가는건지...
혹 전두환씨가 세계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며 가입신청을 하면 한국지부가 와해 될 수 도 있으려나요? 후원회원으로는 돌리기엔 그분의 재정상황이 다소 무리 일 듯싶고 ...
2009/06/23 12:21만약 안중근의사께서 부활해서 테러활동과 함께 앰네스티 활동을 병행하려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북한의 인권을 몹시 걱정하는 어버이 연합 노인들이 그것땜에 앰네스티에 가입하겠다면 또 어떻게 되는 건지.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게 고민의 이유죠
2009/06/23 12:32어려운 문제입니다.
2009/06/23 20:43제 뇌회로가 타버릴려고 하네요.
동시에 이런 문제는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_-;;
뇌회로가 타버릴 것 같은...에 공감 작렬.
2009/06/23 21:41이건 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도 안통한다는.
앰네스티 오래한 저는 이미 타버렸다는....
2009/06/23 21:47사실 사소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문제가 인권탄압에 맞서 싸우는 것 보다 더 골아파요.
그렇다고 모른척 해버릴 수도 없고...
우리 제발 인권운동만 하게 해 주세요.....
뭔가 머리속에 맴돌긴 하는데 의견이라고 내놓기에는 자신도 없고.....
2009/07/14 14:12그렇다고 당장 뭔가 맞받아칠 뭔가 가 없는 건 아니고..
하지만 참고, 참고.. 좀 더 듣다보면 좀 더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올지도...
힘드네요...
하하... 편하게 풀어보시지요.
2009/07/14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