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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는 이란 사태 단상

회원 일기 2009/06/24 11:12 posted by 꼴통제거

한참 전에 여기에 글 한 번 올린 후, 두 번째 글 올리네요.저는 현재 미국에 잠깐 머물고 있는 엠네스티 회원입니다.

 

 

요새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이 거의 하루 종일 이란 시위 상황을 보도하고 있어서, 그것을 지켜보다가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봅니다.

 

 다 아시다시피, 얼마 전 치른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보수파인 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반대 후보 지지자들이 며칠째 부정선거라고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열 몇 명의 젊은 시위대들이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고, 수 백명 부상당하거나 체포 구금되었습니다.

 

이란의 젊은 시위대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시위를 벌이고, 이를 Basij 라는 이름을 가진 과격 민병대를 앞세운 이란 정부가 초강경 진압하는 모습을 보니, 저에게는 자꾸만 한국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이란 시위대들의 평화적 시위를 이란 정부가 무력 진압하는 모습은, 작년의 우리나라 촛불 집회 당시 모습이나, 지금 서울 광장 폐쇄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네요. 검은 복장을 하고 오토바이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몽둥이로 패대는 Basij 민병대는 전두환 시절의 백골단과 정말 유사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금 이란 상황이 한국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주제로 기자화견 하던 자리에서, 갑자기 오바마가 이란을 언급하면서, 시위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권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말라고 코멘트 한 것을 보면요. 한국 대통령과 한미 관계 이야기 하는 도중에 이란 이야기를 하다니, 이명박을 완전 무시했던지, 이란 문제가 국제 외교관계의 예의를 넘어설 정도로 중요했던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 인터넷을 보니, 오바마의 시국선언 참가라고 해석되더군요.

 

어쨌든 미국에서 하루 종일 생중계 되다시피 하는 이란 사태를 보면서, 한국 생각을 자꾸 합니다. 특히 어제 젊은 이란 여학생이 피를 흘리고 죽어 가는 장면은, 작년의 촛불 시위 때, 우리 여학생이 전경에게 짓밣히는 장면 처럼 사람을 분노하게 만듭니다.

 

한국과 이란 사태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것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란 상황이 한국 보다는 훨씬 더 과격합니다. 이란 시위대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지만,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고 외칠 정도로 요구하는 구호는 꽤 과격했습니다. 이란 정부의 진압은 한국 정부보다 훨씬 강경한 것 같습니다. 벌써 열 몇 명이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가장 다른 점은 미국 언론이나 미국 정치권의 반응입니다. CNN, FOX 같은 뉴스 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뉴욕타임즈 같은 정론지를 자처하는 주요 신문사들도 온통 이란 뉴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방 기자가 이란에 가서 직접 취재를 못하니, 중계할 화면이나 사진도 별로 없는데도, 이란 네티즌이 올려 놓은 화질이 나쁜 인터넷 동영상을 계속 반복하거나, 자칭 이란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내세워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 하면서, 하루 종일 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남의 나라 일에 이렇게 관심가지는 일이 별로 없는데, 정말 이란이 미국에게는 중요하긴 중요한 나라인 모양입니다. 미국 정치권도 매일 이란 문제를 가지고 떠들고 있습니다. 미국 국회에서 결의문을 내었고, 힐러리 국무장관,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의 매일 이란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작년 우리나라 촛불 시위 때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정국 때, 미국 언론이 한국의 시위 상황을 이 정도로 연일 매 시간 보도했다면,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나 국회가 계속 한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면, 아마 이명박 정권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겠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언론도 우리나라 조중동 같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반미 반서방 정권인 이란 정권의 위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친미 독재국가인 이집트나 요르단, 사우디 등에서의 시위 상황이나 인권 탄압에 대해서 서방 언론이 이렇게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란의 젊은 시위대들을 강경 진압해서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란 보수 정권의 다음과 같은 반발도 약간 일리가 있는 면이 있습니다.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을 때, 우리가 부시를 반대했던 미국 국민들에게 부시 쫒아내는 시위에 나서라고 너네 나라 시민을 선동하고 너네 나라 내정에 간섭한 적이 있느냐? 왜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이래라 저래라 하냐?” 따지고 보면, 이란은 중동에서 그나마 상당히 민주화된 국가입니다. 어쨌든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비하면 중동의 친미 국가들은 군사독재 아니면 절대 왕정 체제라, 이런 자유로운 선거 자체가 없는 나라들이지요.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정치권이 이란 사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오바마의 인기에 눌려서 기를 못 펴던, 미국 공화당은 이란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바마가 이란 정부에 단호한 압력을 가하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오바마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오바마가 1980년대 카터와 같이 무능하고 유약해서 이란에 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 맞서 오바마 지지자들은 공화당은 항상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당이기 때문에, 오바마가 강하게 나갔다면, 너무 강하게 나갔다고 비난했었을 것이라고 재반박합니다.

 

실제로 오바마는 이란 사태가 심각해 지면서 딜레마에 빠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오바마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재선한 현 이란 대통령이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탈락 후보 무사비나 반미 성향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반미 성향의 이란 정부에 대해 부시 같이 싸움만 거는 강공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현재의 이란 정부와 대화를 하기가 무척 난처해졌습니다. 자칫 서방 언론이나 국내 보수파들로부터 시민들을 학살한 독재자에게 아부한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니까요. 그렇다고 부시 정권처럼 힘으로 이란을 압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할 수단이 없습니다. 또 노골적으로 이란 시위대 편을 들게 되면, 자칫 이란 정부에 역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 반미 성향이 강한 이란 국민들의 정서 상, 미국이 시위대의 편을 노골적으로 든다면, 미국의 내정 간섭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란 정부는 시위대들을 서방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라고 색깔 덧씨우기 공격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미국 정부가 시위대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오히려 시위대에게 피해를 주게 될 소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바마 반대파인 보수 공화당 세력이나, 지지파인 진보 시민인권 세력 모두 오바마에게 이란 정부를 강경하게 다루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바마의 딜레마는 어찌 보면 “보편적 인권”과 “국가 주권” 사이의 미묘한 갈등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래 미국 내에서는 타국의 인권 문제를 언급할 때, 보편적 인권을 중시하는 입장과. 타국의 국가 주권을 중시하는 입장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보통 미국 정부는 미국 자신의 이익을 제일 중시해서, 친미 독재 국가에게는 국가 주권을 강조해 주고, 반미 독재국가에게는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면서 압박하는 이중 잣대를 사용해 왔습니다만, 미국의 진보적인 인권 중시 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항상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보편적 인권만을 강조하다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나 인권 기준을 타국에 강요하게 되고, 자칫 인권을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적 간섭이나 침략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몇 백 년전 기독교 선교를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 침략이, 20세기 와서는 인권을 명분으로 한 침략으로 이어지는 것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서도 드러났기 때문에 인권과 국가 주권 사이의 관계는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란의 시위대에 진한 공감을, 이란 정부의 강경 탄압에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미국 정부와 미국 언론의 교묘한 이중성에 얄미움과 무서움을 함께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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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미국쪽 시각을 보니 재미도 있고 참고도 많이 됩니다.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사실 답답합니다. 무턱대고 부정선거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없고, 무작정 어느 편을 들자니 누군가의 음모에 말려들어갈 것 같고...

    그러나 시위대에 대한 탄압은 누가 정당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였든 아니든 이런 식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정부는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시위대 때려잡으라던 우리나라 대책없는 분들... 이란에 가서 사시면 행복하시겠네요. 가시죠.

    2009/06/24 11:24
    • 어...  수정/삭제

      그 대책없는 분들은, 이란 처럼 시위대 세게 탄압않는 우리나라 좋은나라를 왜 시위꾼들은 자꾸 시끄럽게 만드냐는 ...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만족하는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지고의 선이라능, 그럼 다 잘될거라능...
      그런데 좋은나라 우리나라에서 시위한다고 모여서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면 북한의 빨갱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능...

      2009/06/24 20:25
    • 꼴통제거  수정/삭제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인지 아닌지는 이번 시위의 가장 큰 쟁점인데, 서방에서는 거의 정보가 없는 것 같습니다.정보가 없으니 할 말이 별로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대학 교수가 선거 전에 여론 조사했던 결과가 이번 선거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 말을 믿는다면, 이번 선거가 사소한 부정은 있어도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로 큰 부정은 없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시위가 커진 것은,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만, 테헤란 시민들과, 이란 농촌 주민들의 정치성향의 차이가 워낙 커서 인것 같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박정희 시절의 여촌 야도 투표성향 처럼, 정보가 많고 중상류층이 모여있는 테헤란은 개혁지향적, 서구지향적이지만, 이란의 농촌사람들은 정보도 별로 없고 또 관습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랍니다. 그래서 테헤란에서는 개혁파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이란의 농촌에서는 보수파가 훨씬 더 우세하답니다. 결국 테헤란 사람들이 보면, 모두 다 개혁파를 찍은 것 같은데, 나라 전체 투표를 까보면 보수파가 이긴거죠.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혁명이란 항상 도시에서 발생하는 것이니까, (모택동의 중국 빼고), 이란 주민 전체의 생각보다는 이란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테헤란 주민들의 생각이 사실 이란의 변화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2009/06/25 09:28
  2. 하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교에서 인권으로'에 밑줄 쫙!
    침략에도 명분의 선점은 항상 중요하다는.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만을 위한 나름의 합리화와 추동을 위한 '명분'이 늘 필요하니.

    이란에서도 색깔 덧씌우기는 마찬가지군요

    2009/06/24 19:45
  3. 하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의 미디어들은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가치 판단 뿐 아니라 , 너무나 구체적인고 사실적인 굶어죽는 문제,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에 대해서도 친미적인 국가 인지 아닌지에 따라 선전하거나 무관심하거나 하는 이중적인 모습들을 잘 보여주었었지요
    < 보편적 인권만을 강조하다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나 인권 기준을 타국에 강요하게 되고, 자칫 인권을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적 간섭이나 침략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
    ===> 여기도 뇌회로에 연기나는 지점

    2009/06/24 20:03
  4. BlogIcon 에이치에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60&article_id=4455

    나름 관련된 재밌는 기사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딴지일보 부활했어요.

    2009/06/24 20:36
  5. BlogIcon 에이치에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앰네스티 역시 평소보다 빠른 속도와 많은 양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니 이란 관련 페이지를 아예 따로 만들어놨네요;;
    지난번 글에서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앰네스티 활동에 있어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또 언론에 영향을 받는 회원들의 요구로 인해 앰네스티의 대응은 언론이 가진 이중적인 잣대를 일정정도는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9/06/24 20:51
  6. 2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혁명개혁파군부지지못해실현가능성희박
    무력진압이란혁명정통성훼손집권세력에후유증
    재선거혹은결선게혁파후보가승리할경후 하미네이입지취약
    군력분점무사비의수락가능성희박

    2009/06/29 09:54
  7. 2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세계 465중국 450 일본15

    2009/06/29 10:02
  8. 2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레비(1925-79)
    1935년여성히잡착용금지여성대악입학허용1963년여성의선거권피선거권부여
    1963년선거권부여이후6명의의회의원진출
    교육부차관임명

    2009/06/29 10:04
  9. 2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메이니(1979-89)
    교육남녀공학폐지일부학과선택금지이슬람관습법부활가족보호법부활히집착용의무화
    혁명과정을통한여성의시위집회선거등참여
    여성의원행정부고위직책부여ㅂ;율저조

    2009/06/29 10:08
  10. 2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메이니사후(1989-현재)
    여성의교육율점차증가이혼소송위한가족법원출현여성의금요예배주재허용여성부통령임명
    여성의원진출증가추세

    2009/06/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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