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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지부장 일기 2009/07/06 22:33 posted by 고은태

그제(7월 4일 토요일), 용산참사현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국제대의원총회 준비모임이 끝나고 바로 갔습니다. 추모제는 5시부터인데, 모임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6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했을 겁니다.

순천향병원의 분향소에는 일찌감치 가보았지만, 막상 참사현장에는 가보지 못해서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느낌입니다. 행사는 잘 진행되었고, 문정현 신부님의 노래와 쌍용차노조 가족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하지만 사람이 너무 적어서 좀 놀랐습니다. 잘해야 2-300이 될까요? 범국민추모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이 적었습니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이렇게 빨리 잊혀져도 되는 걸까요?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열기가 한참일 때, 그 열기의 10분의 1이라도 용산에 관심을 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의 관심만 있어도 용산참사문제가 지금쯤 해결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대통령의 죽음은 사람을 움직여도 용산에서 죽은 목숨들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 추모는 약한 자, 못 가진 자들을 위한 세상을 꿈꾸는 추모가 아니라, 그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영웅을 위한 추모일 뿐이었나 봅니다.

7시에 범국민추모대회는 끝이 났고, 신부님들이 주관하시는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이 간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고, 경찰들도 철수하길래 우리들도 미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깨달은 것은,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의 역할입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소리 높여 주장하지도 않고 그저 현장을 지키며 기도하고 미사를 집전하실 뿐이지만,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용산참사는 지금쯤 아예 땅 속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지지 않도록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일. 이 고귀한 일을 하시느라 신부님들은 한여름의 더위에도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오늘도 천막을 지키고 계십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요즘 앰네스티에서는 Empowerment라는 단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지금까지의 앰네스티 활동이 인권이 침해 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일방적인 행위였다면,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고 직접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방향은 옳지만 이런 개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앰네스티가 지금까지 잘 해온 방식과도 사뭇 다르고요. 그렇지만 현장을 지키시는 신부님들을 보면서 저런 것이야말로 Empowerment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군요.

돌아오기 전, 바라본 추모대회의 뒤편으로 4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보였습니다. 용산에서도 저런 건물을 짓기 위해 재개발이 강행되었고, 사람들의 목숨이 스러져가야 했던 것이겠지요. 개발도 좋고 경제성장도 좋습니다만, 부디 인간이 제일 먼저 고려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블로그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가 힘드신 분들을 블로그에라도 응원 남겨 주십시오.

뱀다리...
그나저나 문정현신부님은 지금까지 제가 제 소개를 올리고 인사드린 것이 열번은 족히 넘을 것인데, 아직도 저를 모르십니다. 함께 두들겨 맞은 것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해보지만, 노마 조사관의 안부를 물으시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서운합니다, 신부님. 제가 너무 존재감이 희미한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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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Ara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노릇이지요.

    트위터에 남겼던 이 글의 소개글:
    보라! 용산참사현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 http://bit.ly/10WwLY "잘해야 2-300이 될까요?" 계속되는 용산참사 http://bit.ly/15NLuG 에서도 얘기했듯이 시민의 무관심이 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2 minutes ago from bit.ly http://twitter.com/thinklogically/status/2498058093

    2009/07/07 00:14
  2. 꼬 규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집회 하던날은 엄청 추운날이었데....벌써 더운날이네요.
    대학원 후배 녀석이 범대위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참 미안하네요.....
    용산대책위나 그 녀석이나.....주말에 집회에 못나가고 정신없이 살고 있는 제가
    오늘은 참많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아 그래도 mb씨가 재산을 헌납을 하셨네요. 이제 앞으론 무신 약발을 치시려고....그 알토란 같은 재산을....

    2009/07/07 00:33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유가족도 딱하지만 범대위도 만만치않게 딱합니다. 박래군선생은 수배자가 되어서도 잡혀가지고 못하고 고생하고 계시고... 근데 뭐 저보다 열배는 더 나가시면서 제가 어쩌다 한번 간걸 가지고 부끄러워 하십니까. 한번 가보고 글 올린 사람 진짜 부끄럽게요.

      솔직히 재단만드는거... 그거는 아무리 잘 봐줘도 헌납이라고 할수는 없지요? 차라리 있는 다른 재단에 기증을 하면 좀 깨끗해 보일텐데...

      2009/07/07 00:38
    •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2009/07/07 00:43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 대책위에는 돈을 좀 헌납해서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은 덜었는데... 장기화되니 참 안쓰러워서 연락도 못하겠어요.

      2009/07/07 10:28
    • BlogIcon 경성트로이카  수정/삭제

      전화 안받길래 문자 보냈습니다.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 관심잊지않아주셔서 감사해요~ 잘될거에요
      여기서 중요한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2009/07/07 11:53
  3.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7/07 00:39
  4. 네모인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도 그리 사람이 많이 모이지는 않더라구요. 그나마 천주교 신자들께서 많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론 많은 운동세력들이 용산에 힘을 쏟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죽음과 용산의 죽음을 비교하기 이전에 운동세력들이 왜 용산에 힘을 쏟고 있지 않은 것인지를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2009/07/07 09:1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질문1. 운동세력이 용산에 힘을 못쏟는 이유가 뭔가요?
      질문2. 전 사실 운동세력을 의식하고 쓴 글은 아니고, 일반 시민들에 대해 생각하고 쓴 글이에요. 흠 뭐 당연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쩝쩝

      2009/07/07 10:29
  5. 네모인간  수정/삭제  댓글쓰기

    1. 힘을 쏟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라 힘을 쏟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거죠. 잘은 모르고, 또 각자 이유를 갖고 있겠죠.
    2. 운동세력이 힘을 쏟아야 용산 자체가 묻히지 않고 계속 알려져서 시민들의 반응도 기대할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쓴 말이에요. 쩝쩝.

    2009/07/07 12:44
  6.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 월~토 저녁 7시 / 위치: 4호선 신용산역 2번 출구에서 한강 방향으로 건물을 15개쯤 지나가면 경찰 버스 몇 대가 위치를 확실히 표시해 줍니다.
    을지로에서 시청을 못 찾아가는 사람이 '용산구청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경찰차가 보이면 내리면 되겠지'하고 출발했다가... 아아.

    2009/07/25 20:5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앗 귀국하셨군요!!! 필리핀 다녀오느라 깜빡 잊고 있었네. 요즘은 서울에 계신가요? 언제 다시 나가시나요?

      2009/08/01 18:38
  7.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 9월 중순까지 서울에 있을 것 같은데, 분명한 게 없는 나라라 모르겠어요. 개학이 언제인지, 비자가 제때 나오려는지, 새 비자가 필요한 건지, ...

    "남일당 본당" 뒤에서 어제부터 내일까지는 미사 후에 (일요일은 미사가 없으니 내일은 그냥 저녁 8시에) 영화를 한다네요. 일요일은 "안티폭스"예요.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332
    남일당 본당이 뭔지 궁금하신 분은 위에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블로그에 가 보시라...

    2009/08/02 00:0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오옷 그러시군요. 이번엔 가시기 전에 한번 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2009/08/02 00:17
    • BlogIcon 안미란  수정/삭제

      네.. 서울 자주 오시죠? 저도 가끔 대전에 가긴 가는데, 주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고 돌아오고요.
      (그러나 "로마 오세요"는 아직 유효합니다... 저 바티칸 다음 정거장으로 이사해요.)

      그건 그렇고, 어제 예수회 신부님들이 집전하신 미사에 휠체어를 타고 정일우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뇌졸증으로 불편해서 두 번째 오셨다고 하시는데, 80년대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게 철거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없었다고 하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는 좋아진 것이 아니라 30년이 지났는데도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2009/08/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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