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신문기사에서 ‘고교4년생’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고교4년생’과 ‘대학교5학년’은 대입재수생과 취업 재수생을 칭하는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기사엔 ‘고교4년생’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부모님, 특히 ‘엄마’의 치마폭에 싸여 있는 ‘고딩’같은 대학생을 칭하는 거더군요. 기사를 한번 쭈~욱 읽고서 갑자기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벌써 3년 전이네요. 제가 대학교지편집장으로 활동할 때 일입니다. 3월 초 입학식을 맞아서 새내기호를 출간하기로 했고, 일종의 대학생활 가이드 북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편집부원들과 고민과 토론을 통해 재미있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그 전의 저희 교지는 주로 반전, 파병반대, 등록금인상 반대 등 신입생들이 꼭 알아야 하긴 하지만, 자칫 소화하기 힘들 수 있는 이슈 위주로 다루었기에 나름 큰 결단이었습니다. (신입부원을 많이 뽑아 부족한 인력해소를 꾀하자는 뒷이야기도 있지만요^^) 일단 대학생활에 ‘정말로 중요한’ 맛집 소개부터, 권장도서, 외국인유학생 인터뷰 등등 얇지만 알차게 여러 꼭지를 다루었죠. 여기까진 뭐 다른 교지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죠.
문제의 꼭지는 바로 ‘성생활 가이드’부분 이었습니다. 이 내용이 성인이 된 새내기들에게 유용하며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 한 편집부원이 글을 맡았고,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소개 글을 최종적으로 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고, 나름 선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은 드는데 문제는 함께 실린 사진이었습니다. 모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 된 새내기들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니와, 약간은 도발 같은 이 꼭지를 다루면서 ‘우리 아님 누가 하겠어!’라는 유치한 자만심도 있었기에 한 잡지(절대 그런? 잡지는 아니고, 그냥 건강과 미용에 관한 여성잡지)에서 발견한 한 쌍의 연인이 침대에서 속옷 차림으로 누워있는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무단 도용이었죠…스읍~!) 그 당시 저는 햇볕 쏟아지는 방, 하얀 커버의 침대의 그들이 아름다워 보였고, 내용과도 퍽이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새내기호가 만들어졌고, 입학식에 들어오는 새내기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하룬가 이틀인가 한 통의 전화! 아주 교양있는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편집장 아무개씨 되시냐고 저의 신분을 확인하더니 점점 목소리가 격양되시며 몇 페이지에 있는 내용은 그렇다 치고, 꼭 그런 사진을 넣었어야 했냐며, 우리 순진한 아들이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겠냐며 한참을 전화에 대고 이야기를 하시고 끊었습니다. 학교 측에 항의를 하겠다는 그런 말도 했었죠. (저희는 학생회비로 만들어지는 독립언론이라 학교와는 상관없는데 말이죠…) 제가 당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억은 확실히 안 나긴 하는데, 끊고 나서는 ‘내가 너무 경솔했나? 너무 선정적이었나? 오버한건가?’라는 생각이 조금, 아니 한동안 들긴 했습니다. 또, 교지가 나왔다며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하니, 친한 40대인 언니도 그제서야 그 사진을 보고 누가 볼까 페이지를 빨리 넘겼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 다른 새내기들은 아니, 다른 새내기 부모님들은 자연스럽게 이 페이지를 받아들이길 바랬고, 그 후에 다른 어떤 종류의 항의성 연락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조금 아쉬운 듯 ㅋ)
어제 신문을 보고 잊고 있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기억이 나고, 아직도 그 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저의 편집장으로서 중용을 지키지 못한 탓인지, 아님 세대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당연할 수 있다고 넘길 것인지, 아님 그 학부형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는지, 아님 어제 그 기사처럼 3년 전 저는 이미 고교4년생 징후를 경험한 것인지…
그 교지 좀 도발적이였을까요? 그때 그 교지가 옆에 있음 그 페이지를 잠깐 소개할 수 도 있을 텐데, 아쉽네요!
아, 그런데 그 기사 아래 댓글로 '우리 엄마가 저랬으면 서울대 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참고로 그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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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문제의 사진이 궁금하네요.
2009/08/02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