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었습니다만, 김대중평화센터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순간들을 자료로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이를 통해 김 전 대통령께서 생애 마지막까지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 오셨는지를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모두 15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자료 중 앰네스티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 옮겨봅니다.
15. 마지막 도서관 집무실 출근
- 김 전대통령의 집무실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건물 5층에 마련돼 있다. 김 전대통령은 4월 16일 영국에서 온 <국제사면위원회(AI, Amnesty International)>와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 출근했다. 이것이 김 전대통령이 집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본 마지막 일정이다.
- 이날 인터뷰는 영상 녹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김 전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삶, 특히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전세계 사형제 폐지 캠페인을 위해 이 인터뷰를 사용할 예정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대중도서관 건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나오시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셨나봅니다. 생애 마지막 집무실 출근이 앰네스티의 사형제폐지 인터뷰였다는 점에서 고인의 앰네스티에 대한 애정과 사형제폐지에 대한 굳은 신념을 느끼면서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날 저도 쵤영팀의 요청으로 동행해서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꽃다발을 준비해 가서, 들어오실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 이희호 여사께 드리면서 '저는 사실 대통령님 보다 여사님을 더 존경합니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설마 서운하시지는 않았겠지요? 개인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단한 분이지만 이희호 여사야말로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내가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작은 부속 응접실에서 잠시 환담을 나누었는데, 제가 농담 삼아 '아마도 한국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린 기억이 나는군요. 전세계 앰네스티에서 다들 최소 한번씩은 상영을 할테니까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촬영현장에는 김대중대통령 내외분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배석했습니다. 촬영팀은 제게도 촬영현장에 배석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래서 저도 집무실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무진장 덥더군요. 겨우 4월인데, 촬영장의 조명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니 찜통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한 비서분은 에어컨이 약해서 그렇다고 어쩔줄 몰라 하시더군요. 사람 수라도 줄이고 싶어 쩔쩔 매시길래 저는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라도 한 사람 줄여서 촬영장이 좀 덜 더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일인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끝까지 버티고 앉아 있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듭니다. 제게도 그 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뵌 날이었기에, 옆에 앉아서 어떤 말씀 하시는지 좀 들어볼 것을 그랬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다가 한 컷 잡히기라도 하면, 그것도 큰 영광이었을 것이고요.
그 날, 건강은 괜찮아 보이셨습니다. 며칠 후 고향인 하의도 방문이 예정되어 있기도 했고, 어느모로 보아도 이렇게 급하게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토록 오랜 시간 인터뷰를 해내는 것 자체가 아무리 단련된 분이라도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버틸 수 없는 일이지요.
덕분에 촬영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촬영팀에 많은 협조를 해주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려야 하겠지요. 영화가 완성되면 김 전 대통령님을 초청하여 시사회를 할 수 있겠구나, 그 때 또 뵐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만 완성도 되기 전에 황망히 떠나버리시고 말았습니다.
다른 기회에 뵈었을 때,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확고하다시며 쉽게 후퇴하지 않을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훌륭함을 드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일본은 54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일본지부는 앞으로 일본의 인권상황, 특히 사형제폐지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하는군요. 우리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이희호여사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부디 인권과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고인의 신념과 행동을 우리가 이어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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