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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잔과 러시아 혁명사를 권합니다.

회원 일기 2009/09/21 09:43 posted by 경성트로이카

지난 9월 18일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전 이사장이셨고 현재는 국제집행위원이신 고은태 지부장(제게는 영원한 지부장님입니다. ㅋㅋ 마치 단병호 위원장이 그게 국회의원이 되건 뭐가 되건 간에 제게는 영원한 위원장인것처럼 인간 고은태는 제게 영원한 지부장입니다.)의 환송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오랜 시절 한국지부를 만들고 지키신 오래 노고를 가까운 지들이 축하하고 국제집행위원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함에 있어 힘을 팍팍 드리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아래 글을 제가 개인적으로 두가지 선물을 하며 쓴 글입니다. 개인적인 글이 올리길 주저 했으나 받은분의 소망도 있고 애초 글을 쓰면서 함께 공유 할까 말까 고민하던차에 제안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1. 자유를 위한 건배.....

그들은 무슨 잔으로 건배를 했을까요? 추측컨대 펍(pub) 정도라고 생각이 되고 맥주잔이었겠죠. 그렇다면 그 맥주잔은 어떤 형태였을까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손잡이가 달린 두툼한 맥주잔이었을까요? 아니면 일명 ‘고쁘’라고 불리는 그냥 유리잔이었을까?

그들은 무슨 대화중에 자유를 위하여 건배를 했을까요? 또 그들은 자신들의 그 말 한마디가 몰고 올 이 엄청난 파장에 대해 생각이나 했을까요? 또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렇죠 자유를 위한 건배 때문에 우리 지금 앰네스티란 이름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잔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 성배....

그렇다면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성배는 어떤 모양이었을까요? 성당에서 사제들이 많이 사용하는 금 빛나는 그런 성배였을까요?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성배을 채우시고 빵을 나누시면서 후세에 그걸 기념하고 기리는 일이 계속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예전에 본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에 이 성배에 대한 시리즈가 있었죠. 독일군으로 기억되는 어떤 남자는 금 빛 성배를 들어 죽었고 인디아나 존스는 흙으로 만든 투박한 잔을 들어 살았던게 기억이 납니다.

 3. 지금 지부장님이 들고 계신 잔 ...

 포르투칼 두 대학생의 잔..... 그리고 그 보다 훨씬 이전에 예수가 들었던 잔....그리고 쌍용차 옥상에서 용산의 망루에서 누군가 들었을 불안과 패배의 그 잔.....박노해 시인의 싯구처럼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소주를 부어야 했던 그 많은 잔들을 생각해 봅니다.

 하나 더 있군요. 소크라데스가 들었던 그 독배......

 저는 국제집행위원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 합니다. 다만 제가 알 수 있는 건 그건 우리 앰네스티 회원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최고(?)의 자리또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의무가 요구되고 그래서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지만 그래서 더 많은 패배의 잔을 함께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잔 이야길 했고 그래서 잔과 책을 선물하려고합니다.

저는 부지부장을 할 만한 위인도 못되지만 그래도 그 기간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던 건 지부장님과 함께 일 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오랜 시절 앰네스티 한국지부를 지켜온 지부장님의 고독도 고민도 애정도 함께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국제집행위원으로 출마 하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기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ICM 기간 내내 선거 결과가 궁금했고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제일처럼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만 정말 기뻤습니다.

책은 러시아 혁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인권을 외치다’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이미 갖고 계셔서 무지 고민하다 러시아 혁명시기에 대한 책을 골라 봤습니다. 대학 초년 시절에 읽었던 ‘러시아 혁명사’나 ‘무엇을 할 것인가’ 류의 책은 아닌 듯합니다. 거의 대부분은 읽었던 책을 선물하는데 이번 책을 고심 끝에 골라 봤습니다.

격변의 시기에 그들은 무슨 고민과 어떤 명분으로 싸우고 투쟁하고 그것을 어떻게 통일시켜 나갔는지를 한번 보시라고 권합니다. 인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세계적 도전 속에 앰네스티는 또 국제집행위원회는 어떤 응전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역사에서 미리 빌려 보시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의도한 바와 같이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나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그리고 잔은 위에 구구 절절이 쓴 내용과 같습니다. 옻칠한 물푸레나무 잔입니다. 쓰면 쓸수록 손때도 묻고 은은해 진다고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무실에서 몇 개 잔을 쓰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난번 총회 때 준 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책상 한 켠엔 나무 컵이 있습니다.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정리가 잘 안됩니다.

너무 외로워 마시고...

또 너무 힘들어도 마시고....

남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도 마시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셔야하는 길입니다.

더 얼마나 외롭고

더 얼마나 힘이 들지 감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계속 가셔야 합니다.

그래도 지치고

그래도 힘들고

그래도 외롭거든

언제든지 주저 마시고 연락주시면

기꺼이 즐겁게 달려 가겠습니다.

 

2009.09.18

꼬 규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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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모인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거 애정표현이 너무 과하신데요? ㅎㅎ
    지난 송별회는 어떠셨는지? 지부장님 성격에 사진 몇장 찍어서 올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 안올라왔네요?
    물론 제가 없었기 때문에 절대로 재미 없었을 거라 장담합니다만.....

    2009/09/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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