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17일) 한 병역거부자의 선고공판에 갔습니다. 선고공판이라서 진행은 매우 빨랐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형의 선고가 이루어지고 나가고 또 들어왔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4년 형을 받고 나간 후 대기실에서는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고, 집행유예를 받은 이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이 스쳤습니다. 다들 겁먹은 표정이었고, 선고결과에 따라 그들의 운명은 많이 엇갈리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차례가 왔습니다.
일면식도 없는지라, 법정 밖의 안내문에서 외워둔 그의 이름을 듣고서야 그의 차례인줄 알았습니다. 무언가 비장함을 기대했던 마음을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일반 피고인들 처럼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었고, 너무나 온순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커다란 장벽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저질러진 일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던데 비해, 그는 아직 저지르지 않은, 그래서 그때라도 취소할 수 있는 행동과 눈에 뻔히 보이는 일 년 반의 징역 사이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던 것입니다.
판사는 선고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을 취소할 생각이 없느냐고. 숨쉬는 사람조차 없는 듯 조용한 재판정 안에서 판사도, 검사도, 법정의 모든 직원들도, 그리고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방청객들까지 긴장 속에 그의 대답을 주시하는 가운데 그는 조용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그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일 년 반의 징역형을 향해 걸어 들어갔고 저는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날 그 자리에서 많은 범죄자들이 집행유예를 받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선택이 자신의 손 안에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의 앳된 얼굴에 일 년 반의 징역은 너무 커다란 짐입니다. 그 뿐 아니라 징역을 마친 후에도 그의 길고 긴 나머지 삶은 결코 다른 사람들과 같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긴 인생의 무게를 가늠해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까요? 국가의 권력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걸머져야 하는 멍에는 너무 무겁고 그 꼬리는 너무 긴 듯 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모두 여성인 판사와 검사가 그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듯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정구속이 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판 전에 제출한듯한 탄원이 받아들여져서 신변정리를 위해 얼마 간의 말미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제게는 참 다행으로 여겨졌습니다. 그의 결심에 대한 처벌은 몹시도 무거웠지만, 적어도 법정 안의 누구도 그의 결단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일 년 반의 징역형을 선고한 후, 판사는 다른 피고인들에게 그러했듯이 일 주일 내에 항소의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재판정을 걸어나갔습니다. 단 한 명의 방청객도 그를 따라 나가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정신을 차려 재판정 밖으로 나와보니 직원 한 사람이 따라 나와 그에게 일 주일 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형이 집행된다고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징역살이를 시작할 수 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옆에 서 있던 저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고, 그 직원 역시 그러한 듯 했습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일 년 반의 징역을 선택한 그는, 이제 더욱 조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자신이 일 주일 후에 감옥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치 길을 묻듯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오려다가 결국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왜 항소하지 않느냐. 하다 못해 예방주사라도 남보다 늦게 맞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는 감옥살이를 미룰 수 있는 항소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왜 혼자 왔느냐. 그 무섭고 떨리는 공판장에 그는 친구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냥 혼자 걸어 들어가 스스로의 결단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나온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제 나이가 그의 두 배는 되겠지만, 제 인생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런 상황에 걸맞은 조언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저 악수를 한번 하고 헤어져서 만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 채로 그는 감옥을 향한 그의 발걸음을 떼어놓았고, 저는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보아도, 제가 그 나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감옥살이 일 년 반을 선택하는 것은 감히 제가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신념에 찬성하든 하지 않든 확실한 것 하나는 그가 자신의 신념에 정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젊은이에게 감옥살이 대신, 우리 사회에 진정 도움이 될 만한 다른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적어도 군대를 기피하기 위해 선택할 만큼 짧지도 쉽지도 않은 그런 일을 말입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 녀석 여호와의 증인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군대 대신에 감옥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요. 제가 믿는 종교 입장에선 그는 이단이었으니까 그냥 잘 못된 종교로 인해 고생하는 구나 했었죠.
그러다가 운동(조기축구 뭐 이런거요) 하다 알게 된 후배가 어느날 제가 일하는 대학에 한모 교수를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같이 동석한 자리에서 처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길 듣고 교수님과 저는 담배를 빼어 물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했던게 기억이 남니다. 그 녀석이 바로 불교신자로 최초의 병역거부를 한 오 모 군이었습니다. 한창 인터넷에 논란이 되면서 곳곳에 다니면서 오 모군 입장에서 열심히 방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 나라에서 건드리면 안되는 문제 군들 중에 하나가 바로 병역과 입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찌되었건 노무현 정부 마지막 즈음에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았는데 다시 도루묵인거죠? 계속 관심 갖고 기억해야 하는데....어찌 보면 이런 저런 일들도 너무 많고 논쟁이 정리될 당시 문제도 함께 정리 되면 좋으련만....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날도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여긴 가끔 군대 광고 같은걸 하는 것 같더라구요. 미국과 동맹이고 하니까 뭐 계속 파병하고 군인들도 죽고 하는데...그래도 여기는 대체로 조용합니다. 이래 저래 생각할 꺼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백수가 잘 지낼 밖에요. 노동의 의미와 인생에서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어쩐지 돈벌이를 위한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별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큰 일 입니다.
설 직전에 회의 때문에 런던 다녀왔습니다. 거기서도 또 생각할 꺼리를 한 아름 안고 왔는데, 집에 오니 어쩐지 죄 날려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동영상 세배라도 받으셨는지...
진지한선고공판 댓글에 농담을 적어서 죄송하지만
요즘같은 구직난에 먹여주고 재워주는 두 곳 중 짧은 쪽을 선택했네요.
종교적 신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뭐 꼭 중요한 것도 아니겠지만
청년의 신념에 저로서도 두 배의 나이로 해 줄 말은 별로 없네요.
요즘 군대는 어떤지 몰라도 군대나 거기나 몸 건강히 잘 마치고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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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를 봐 가면서도 해야 신념이겠죠?
2010/02/19 05:34꼭 손해를 봐야만 신념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의 병역문제에 있어서는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방법이 손해를 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그 손해를 줄여줄 수는 있고 그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2010/02/19 09:36중학교 시절 친구 녀석 여호와의 증인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2010/02/19 10:49그리고 그가 군대 대신에 감옥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요. 제가 믿는 종교 입장에선 그는 이단이었으니까 그냥 잘 못된 종교로 인해 고생하는 구나 했었죠.
그러다가 운동(조기축구 뭐 이런거요) 하다 알게 된 후배가 어느날 제가 일하는 대학에 한모 교수를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같이 동석한 자리에서 처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길 듣고 교수님과 저는 담배를 빼어 물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했던게 기억이 남니다. 그 녀석이 바로 불교신자로 최초의 병역거부를 한 오 모 군이었습니다. 한창 인터넷에 논란이 되면서 곳곳에 다니면서 오 모군 입장에서 열심히 방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 나라에서 건드리면 안되는 문제 군들 중에 하나가 바로 병역과 입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찌되었건 노무현 정부 마지막 즈음에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았는데 다시 도루묵인거죠? 계속 관심 갖고 기억해야 하는데....어찌 보면 이런 저런 일들도 너무 많고 논쟁이 정리될 당시 문제도 함께 정리 되면 좋으련만....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날도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여긴 가끔 군대 광고 같은걸 하는 것 같더라구요. 미국과 동맹이고 하니까 뭐 계속 파병하고 군인들도 죽고 하는데...그래도 여기는 대체로 조용합니다. 이래 저래 생각할 꺼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백수가 잘 지낼 밖에요. 노동의 의미와 인생에서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어쩐지 돈벌이를 위한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별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큰 일 입니다.
2010/02/19 12:15설 직전에 회의 때문에 런던 다녀왔습니다. 거기서도 또 생각할 꺼리를 한 아름 안고 왔는데, 집에 오니 어쩐지 죄 날려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동영상 세배라도 받으셨는지...
진지한선고공판 댓글에 농담을 적어서 죄송하지만
2010/02/20 01:24요즘같은 구직난에 먹여주고 재워주는 두 곳 중 짧은 쪽을 선택했네요.
종교적 신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뭐 꼭 중요한 것도 아니겠지만
청년의 신념에 저로서도 두 배의 나이로 해 줄 말은 별로 없네요.
요즘 군대는 어떤지 몰라도 군대나 거기나 몸 건강히 잘 마치고 나오길 바랍니다.
그렇죠. 몸 건강하기를 바랄 뿐.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나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나...
2010/02/20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