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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휩쓸고간 칠레에서 앰네스티 칠레지부 사무국장이 간단한 메시지를 돌렸습니다. 매우 급하게 쓴 듯 보이고 내용 역시 긴박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Still shaken by quake today at 0330 8 Richter. Serious damages inthe south. More than 130 victims reported.
No staff or relatives  affected. AI Chile Office with some damages and no services. Will concentrate in help others. Return ASAP

Sergio Laurenti

오늘 03시 30분의 리히터 8진도의 지진으로 아직 흔들리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심각한 피해가 있습니다. 130명 이상의 희생자가 보고 되었습니다. (앰네스티) 직원이나 친척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앰네스티 칠레지부 사무실은 약간 피해를 입었으며 아직 사용불가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집중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세르지오

제 부족한 번역으로는 원문의 느낌을 살릴 수가 없군요.

앰네스티활동을 시작하면서 부터, 그리고 국제운동에 관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욱 더, 세계 어느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도 더 이상 남의 일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번 경우도 그렇고, 얼마 전 벨기에에서 열차사고로 수십 명이 피해를 입었을 때도 국제집행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는 재무담당관 버나드가 걱정되었습니다. 하다 못해 이번 동계올림픽을 보다가도 전지부장인 기나를 비롯한 캐나다지부 사람들은 이 올림픽을 어떻게 체험하고 있을지, 혹은 올림픽과 관련하여 어떤 활동들을 벌이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지구상 어느 구석에서 사건사고가 나든, 늘 거기에는 걱정해야할 동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설사 앰네스티 관계자가 전혀 피해가 없는 경우라 해도 그 모든 일은 어떻게든 서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가 결국은 나의 일이라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지구상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모든 인류는 서로를 걱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그것이 인권문제인 경우, 인권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와 동료의식은 항상 가질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그때의 생각보다 지금 구체적인 사람들을 떠올려야 하는 경우에 그 절박함은 훨씬 더 강해집니다. 머리보다 가슴이 훨씬 먼저 반응하니까요.

앰네스티가 아무리 큰 단체라고 해도, 그 회원은 전세계에 300만 명도 안됩니다. 제가 한 번이라도 만났던 사람들 혹은 어떻게든 일로 엮인 사람들은 아마 수천 명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작은 숫자만으로도 지구상 어디에서 일어난 일이든지 결국 제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정말 작은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 인류가 하나이고 지구 다른 쪽에서 일어난 불행이 곧 나의 불행임을 알게 됩니다. 나의 미래와 행복은 다른 모든 인류의 미래와 행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그들을 위해 손 잡고 싸우는 것이 우리 모두가 마땅히 해야할 일임을 느낍니다. 그들의 불행 속에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별로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불행히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기가 참 어렵습니다. 세계는 곧 대한민국이고 다른 나라는 우리 세계 밖에 있는 비현실적 공간인 것 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에 나서고 있고, 그래서 서울의 맛집보다 런던의 맛집 정보가 인터넷에서 더 쉽게 눈에 띄는, 혹은 국민의 대부분이 이렇든 저렇든 국제교역을 통해서 먹고 살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오늘날에도 그렇습니다.

앰네스티 활동을 하면서, 인권에 대해 토론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듣게되는 이야기는 '우리는 상황이 달라', '국제적으로는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럴 수 없지', '대한민국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지' 등입니다. 물론 모든 사회는 다 상황이 다릅니다. 그러나 제 부족한 경험으로는 모든 인류사회는 다르기 보다는 비슷한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있는 것들은 많은 나라에서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것들입니다.

그러나 차이를 극대화함으로써, 우리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유일무이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다른 사회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없게 만들고, 우리의 시야를 좁히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스스로 좁은 공간 속으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마 대한민국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미국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심한 것 같고, 일본도 좀 따로 노는 경향이 있고, 중국도 이런 경향이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인류의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기에, 우리가 스스로 한계 지은 좁은 시야를 극복하고 인류 전체를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사고할 때, 그래서 이 지구가 참 작은 세상이라고 느끼게 될 때에만 인류는 비로소 평화 속에 행복을 누릴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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