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월 25일, 헌법재판소의 합헌판정이 있은 직후 헌재 앞에서 이루어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발언한 내용을 옮깁니다. 평소에는 원고 자체를 제가 크게 손보거나 발언할 때 핵심만 가지고 즉석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이날은 상황이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기도 했거니와 한국지부 사무국의 박승호씨가 작성해준 원고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냥 읽었으니 발언내용과 차이가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앰네스티의 국제집행위원 고은태입니다. 오늘 국제앰네스티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헌법에 사형제도가 용인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형제도의 전세계적인 폐지를 위해서 활동해온 국제앰네스티를 대표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깊은 실망감을 표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은 사형제도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적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국제적 흐름은 명백합니다. 인간 생명의 존귀함은 절대적인 것이며, 누구도 그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단순한 원칙은 세계의 수 많은 국가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되어 왔으며, 이 같은 점은 점점 더 많은 수의 국가들이 자국의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시켜왔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명백히 드러납니다.

불과 33년 전인 1977년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가 단 16개국뿐이었지만 2010년 현재 법률적∙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139개에 이르며,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에서 단 58개국입니다. 그나마 이중에서도 2008년 기준으로 실제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5개국뿐입니다. 지난 해에만 부룬디, 토고, 미국의 뉴멕시코주가 사형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유엔 총회도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사형의 사용에 관한 모라토리엄 결의를 채택하며, “사형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며, 사형집행의 중단이 인권의 향상과 점진적 발전에 공헌이 된다는 점을 확신한다”라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이 결의는 두 차례 모두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채택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아시아 지역 내의 사형폐지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왔고, 그러한 맥락에서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주목해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용기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국제앰네스티는 이제 대한민국 국회가 사형제도의 폐지에 나서주기를 촉구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생명권에 대한 보호를 법률적으로 보장해왔습니다. 이미 한국의 국회에 2개의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만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간 사형제도 폐지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 온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열렸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박진옥 팀장의 사회로, 법적절차를 담당해 온 김형태 변호사가 기조발언을 했고, 종교계에서 기독교와 불교가 발언했습니다. 다음 순서로 국제사회를 대표해서(!) 제가 발언했고 - 근데 저 국제사회쪽 소속인건 맞습니다 -_-;; - 참여연대와 사형제도폐지협의회의 발언, 마지막으로 천주교 측에서 성명서를 낭독해주었습니다.

원래는 헌재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언론의 취재열기 때문에 헌재 마당 안에서 열렸는데, 들어보니 헌재 안에서 기자회견이 이루어지기는 또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하시는 분의 말씀입니다. 저야 뭐 알 수 없죠.) 다들 많이 실망한 모습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국회나 헌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설득하고 그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멀게 보여도 가장 가깝고 힘찬 길이 아닐까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www.amnestydiary.net/trackback/340 관련글 쓰기

  1. 사형제의 존폐 - 폐지에 찬성하는 4가지이유.

    Tracked from 두두맨의 유익한 이야기  삭제

    사형제의 존폐를 놓고 다시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한다고 합니다. 1996년 재판관이 7대 2로 합헌판결이 난뒤 근 13년이나 지난 시간인데요. 헌재는 1996년 사형제에 합헌을 선고하면서 “시대 상황이 바뀌어 사형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지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바뀐다면 곧바로 폐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13년이나 지난 지금 사형은 없어질까요? 일단 저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합니다. 사형이라는 극악의 형벌, 당연한 말이지만 한..

    2010/03/02 10:2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형수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성애 수녀님께서는 기자회견도 참석하지 않으시고 그냥 돌아가시더군요. 마음이 많이 상하신 것 같아서 보는 제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차마 인사도 못드리겠더군요.

    2010/02/28 20:47
  2. 꼬 규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복학하고 97년인가 헌재앞에서 포퍼먼스도 하고 기자회견도 했었었습니다. 헌재 안에서 한 최초의 기자회견이며, 그 내용 역시 기리 기리 기억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지부장님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정부는 도대체 뭘 세계화 하고 선진화 한다는 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군요.

    2010/03/01 03:33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일찍부터 퍼포먼스에 재능이 있으셨군요. 어쩐지... 뭐 기다렸다가 사형제가 남아있는 전세계 20개국 정상회담이라도 개최하려나 보죠.

      2010/03/01 06:56
  3. 꼬 규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여기서도 영어 빼곤 빼어난 적응력과 생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부시절에도 공부빼곤 뭐든 번쩍 번쩍 아이디어가 빛난것 같은데...ㅋㅋ 그나 저나 제 생각엔 지금 다시 사형제에 대한 논의를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5대 4라는 숫자도 그렇고...오히려 지금 시기가 공세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보는데...워낙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서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판결문 구해서 읽어 봐야 겠네요. 한국은 31절이죠? 여긴 아직 일요일 밤입니다. 목숨걸로 외친 독립인데 아마 대한민국의 기원은 1945년인가로 시작된다고 누구 그러던데...그럼 기미년에 뭐한건가요? 그리고 자기나라 기념일도 아닌데 오늘은 왜 쉬는 거죠?

    2010/03/01 11:0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말씀을 들으니 공세적 논의가 설득력이 있네요. 사실 전 좀 의기소침해서 방어적 대응 위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나저나, 국회의원이나 헌재 위주의 외교적 해결책 보다는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사형폐지운동에는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여지가 너무 작았달까요. 사형폐지논쟁은 단지 사형폐지 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인식을 넓이는 첫 관문으로써도 큰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10/03/01 16:01
    • 꼬 규환  수정/삭제

      저는 사형제 일반에 대해 시민적 논쟁을 붙여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었는데요...그간의 우리 진영의 모습은 주로 상층부를 설득하고 동의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봅니다. 사실 이 의제 자체가 국가보안법과는 괘를 달리 하는 측면이 분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돌파해야 할 의제라고 했는때 이제는 이 의제를 다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의제가 다시 흉악범 일반을 만나면 어디로 뛸지 모르긴 하지만 말이죠...위기는 기회니까 이 위기를 슬기롭게 우리의 기회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올림픽 1등부터 10등까지 국가 중 사형제 폐지 찬반으로 다시 순위를 매겨 본다거나. 김연아선수를 독실한 가톨릭 신자니까 이 신드룸을 활용해 김슨생이 사형제도에 대해 한마디 해 보는 걸 유도 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0/03/02 07:0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아무래도 사무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시민적 논쟁이나 교육쪽에는 좀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방법이 쉽지도 않고 효과도 잘 안보이는 일이라서 그런 것인지... 하지만 상층부 교섭주의는 사실 남는게 거의 없죠. 시민을 상대로 하면 사형제 폐지론자라도 얻을 수 있잖아요. 저만 해도 사형제를 계기로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데. 사무국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김슨생 캐나다에 있으니 접촉해 보심이...ㅋㅋ

      2010/03/02 10:01

◀ Prev 1  ...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499  Next ▶

카테고리

전체보기 (499)
지부장 일기 (188)
사무국 일기 (6)
회원 일기 (74)
문화생활 (28)
앰네스티 공식자료 (12)
블로그 블로깅 (17)
  • 370,098
  • 66216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고은태'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고은태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Amnesty Diary Blog is powered by Tistory | 관리자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