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보와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사형제도의 근거가 바로 사형제도가 가지는 범죄의 예방효과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예방효과는 없다는 쪽이 진실에 가깝습니다. 이는 방송에서도 언급되었듯, UN의 위탁을 받아 1988년에 수행되고 2002년에 갱신된 연구가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형이 종신형에 비해 유의미한 정도로 살인을 막아준다는 가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별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Roger Hood, The Death Penalty: A Worldwide Perspective)
제가 아는 한 이것은 사형제도의 예방효과에 대한 가장 신뢰할만한 연구이며,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어느 분도 이보다 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가 없습니다. 사형찬성론자 측에서 단편적인 연구나 자료들에 근거해서 예방효과를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나 자료 역시 매우 풍부합니다. 따라서 사형제도의 예방효과에 대한 어떠한 주장도 단지 검증되지 않은 추측일 뿐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사형제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상당한 정도의 신뢰도로 보여준다면, 아마 그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릴 뿐 아니라 각국 언론에 의해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이를 연구한 학자는 세계유수의 법대에서 모셔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합니다. 당연히 각국의 사형제도에 대한 정책도 재검토의 대상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정하기 대단히 어려운 부분일 것입니다. 형벌이 무거울수록 범죄예방효과는 커지는 것이 당연해 보일 테니까요. 과속이나 차선위반 같은 경우는 사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과 사형에서도 우리의 상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의 상식이 우리에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진실이 아닌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끔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경우가 있지만, 사형이 없어진다고 해서 그 틈을 타서 그걸 실행에 옮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극악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입증되지 않는 가정법 위에 세워진 논리입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죽이기부터 하자'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데, 너무나 그럴 듯 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증거는 없습니다.
많은 사형존치론자들이 사형폐지론자들을 낭만주의자라거나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 물론 이것도 상당히 예의를 갖춘 표현입니다 - 사실 연구결과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그럴 것 같은 것에 기초해서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현실감각이 없는 몽상에 가깝지 않을까요?
예방효과 하나 더: 영국의 사례
사형제에 찬성하는 분들이 흔히 들고나오는 자료가 영국의 통계입니다. 사형을 폐지한 이후로 살인범죄의 발생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지요. 과연 그것이 사형폐지 때문인지 혹은 다른 사회적 요인인지는 대단히 의심스럽지만,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는 자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반대되는 통계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지요. 살인발생률이 치솟다가 사형을 폐지한 후 지속적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도 있고, 사형제도가 없는 주가 사형제도가 있는 주 보다 훨씬 살인발생률이 낮은 미국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일단 영국의 경우에 한정해서 생각해 봅시다. 제가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것은, 사형을 폐지함으로써 살인발생이 늘었다는 영국의 정부는 도대체 자국 시민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는 몰인정한 정부인가 하는 것입니다. 영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한 후, 정권교체도 있었으니 이는 특정정치세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국정부 전체에 대한 질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2007년 10월 10일 '세계 사형반대의 날' 기념식에서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의 사형폐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였고, (뉴스파워) 2008년 2월 18일에는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외교사절로는 이례적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사형제 폐지를 다시 주장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자료)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해 3월 24일에는 영국대사관이 박선영 의원실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어 카마이클 영국하원의원이 사형제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으며 EU 외교사절 상당수가 참석하여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데일리중앙) 그뿐 아니라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 이후에는 같은 날(2010년 3월 25일) 영국대사관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헌재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프레시안)
저는 지금 다른 나라에서 이러니까 우리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정부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살인범죄발생률이 높아지는데도 이를 유지하며, 심지어는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서까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자는 것입니다.
영국이 한국보다 훌륭하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적어도, 경험자의 입장에서 보는 사형제도 폐지의 결과의 실제가 존치론자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증표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아니 한 걸음 더 양보해서, 영국의 통계를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뭔가 껄끄러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질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영국 뿐 아니라 수 많은 국가가 사형을 폐지했음에도 그 중에서 사형제도를 재도입한 나라는 정말 손에 꼽을 극소수 뿐이라는 것만 보아도, 사형제도가 사회의 안전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한번쯤 의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많은 나라가 다 자국민의 안전에 무관심한 정신 나간 국가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그런데도 찬성론자들은 그 극소수의 사례를 사형제도의 예방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내밀기도 하더군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말 부터 계속 비가 촉촉히 내리는 3월 2주 첫 날입니다.
새로 이사한 저희 사무국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아직은 회색빛이지만,
곧 진정 봄날 다운 예쁜 햇살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자는 봄을,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 말이 있죠?
아마도 봄의 산뜻한 설레임이 여성들의 감성과 닮아있어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이번주에는 더 봄 다운 날씨를 기대하며,
자,그럼 3월 둘째 주 한 주동안 블로고스피어내에서는
어떠한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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