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고 경제고 다 힘겹기만 한데 올림픽이 모처럼 시민들에게 좋은 청량제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스포츠 자체가 세상만사를 잊고 몰두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온갖 종목을 다 모아두고 여기에 국가 간의 경쟁요소까지 도입해 놓았으니 보는 사람의 혼을 빼놓을 법도 합니다.
그래 놓고는 당당하게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순수한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말라고... 국가주의와 무한경쟁체제, 승자독식의 게임룰에, 배후에는 승자들을 위한 막대한 포상까지 깔아놓고 조국을 위한 승리를 역설하면서 스포츠의 순수함을 찬양하는 것은 참으로 낯 뜨겁습니다. 게다가 그 배후에는 이 거대한 스포츠의 제전을 통해 한 몫 보려는 거대기업들과 권력의 이해까지 노골적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요.
올림픽 자체를 공격할 생각도 없고, 올림픽 정신을 부정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서로 좀 솔직해질 필요는 있지 않습니까. 적어도 시민들은 무엇이 거기 있는지는 알고 즐기든 말든 해야 할 것이 아닌가요. 물론 이런 사실들은 모처럼 세상사를 잊고싶은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아니 모든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외면하고 정의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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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역사 자체가 그러했습니다. 히틀러의 독일 올림픽은 독재자가 어떻게 올림픽을 멋지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1988년의 서울올림픽도 그 성공과 무관하게 올림픽의 유치 자체가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반대세력의 약화를 노린 것이 아니었나요.
또한 많은 올림픽은 그 자체로서 인권탄압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민주적인 정부일수록 이러한 성향은 더 강해지는데,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혹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가난하고 약한 자들은 자기 삶에서 추방당하거나 더 악화된 조건 속으로 내몰려야 했습니다.
서울올림픽이 준비되고 있을 때, 저는 상계동 철거민들과 함께 부천시 고강동의 이주지에서 움막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주지가 주요 간선도로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정부는 생존의 근거지인 움막마저 철거하려 했습니다. 길고 힘든 투쟁 끝에 다행히도 도로변에 시야를 차단하기 위한 높은 펜스를 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입니까. 도로에서 보이면 창피하니까 삶의 최저기준에도 못미치는 움막까지 철거해 버리려 하다니...
그 분들은 이미 상계동에서 살던 집을 철거당했고, 천막을 치고 장기간 저항하다가 결국 폭력적으로 내몰려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혹독한 겨울을 나고, 겨우 땅을 마련해 이주하여 토굴 속에서 살다가 이제 움막이나마 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걸 철거하려다 실패하고 가려놓은 펜스에는 귀여운 호돌이가 웃고 있었겠지요.
그래도 올림픽은 순수한 제전이어야 합니까. 우리는 그 순수함을 인정하고 즐기기만 해야하는 걸까요. 올림픽 때문에 거리에서 밀려나 생계수단을 빼앗긴 노점상들도 역시 웃고 즐겨야 합니까. 국가를 위한 일이니까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마냥 웃고 즐길 수 없는 것은, 티베트 사태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인명살상이 자행된 수단과 미야마(버마)에서 독재정권을 감싸고 자국의 이해를 추구한 중국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약속했던 인권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올림픽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정당화되고 있는 모습을 지금도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실 앞에서 행패를 부리며 회원들과 직원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중국 성화봉송 환영인파의 비뚤어진 국가주의 때문입니다.
올림픽이 정치권력의 이해에 동원되고 거대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면, 그래서 결국 올림픽이라는 행사 자체가 정치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면, 우리는 올림픽을 어떻게든 민중의 소리를 들려주고 인권이 보다 더 주목받는 계기로 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면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앰네스티는 전세계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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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감합니다.
2008/08/11 00:16감사합니다.
2008/08/11 13:29요즘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열정이 그대로 전달될때에는 전율을 느끼지만서도,
2008/08/11 18:03글에서 지적해주신 것 같은부분들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참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아..
아무튼 정말 공감가는글 잘 읽었습니다!
아주 경미한 정신분열상태랄까.... 그런걸 느껴요. 이런것 없이 정말로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에만 신경쓸 수 있으면 좋은데... 관심 감사드립니다.
2008/08/12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