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한 편..... 뭐 기억도 가물가물하니 얼마나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믿거나 말거나로 쉬어가면서 읽으세요.
꽤 오래 전의 일인데, 역시 조직사건이 터진 적이 있습니다. 이번 사노련 처럼 사회주의자 그룹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사건이었죠.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사람들이 잡혀 들어갔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앰네스티는 이 사건을 관심있게 조사했고, 이들 중 일부를 양심수라고 밝혔습니다.
웃기는 일은 그 후에 발생합니다. 제가 전해들은 바로는, 당시 정부 관련기관에 계시던 분이 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번에는 진짜 빨갱이들이에요. 양심수로 발표하는건 앰네스티가 너무 하는거 아닙니까?" 사실 웃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 일을 가지고 두고두고 웃었습니다.
웃기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번에는 진짜 빨갱이라면 그 전에는 가짜 빨갱이도 있었다는 얘깁니까? 그 솔직함에 감동을 해야할지, 아니면 이 엉성한 양심선언을 비웃어야 할지.. 그야말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측이 하는 이야기는 왜 이리 앞뒤도 손발도 안맞는지... 거짓말에는 늘 굉장한 노력과 지능이 필요하고, 진실은 언젠가는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둘째, 이건 좀 심각한 문제인데... 빨갱이는 양심수가 될 수 없다는 그 확고한 신념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앰네스티가 누군가를 양심수로 발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신구속이 잘못된 것이고 인권침해이니까 즉시 그리고 조건없이 석방하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그 사람이 가진 사상이나 출신배경 등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앰네스티가 어떠한 사상이나 정치체제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오직 인권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아시고, 세계가 다 알고,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빨갱이니까 양심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논리입니까. 사건의 실체를 떠나 이런 요구는 앰네스티 더러 앰네스티 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앰네스티는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단 빨갱이만 빼고..."라고 선언하라구요?
아마 그 정부 관계자 역시 앰네스티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군요. 어떤 종류의 신념이 너무 강력하게 한 사람을 지배하면, 결과적으로 이성과 합리적 판단능력을 마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배웠고, 합리적이라고 보이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상황판단을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과도한 신념으로 무장한 일군의 무리들이, 사회 전체를 다시 집단광기로 몰아넣을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인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습니다.
그쪽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빨갱이들이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상황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가 비로소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빨갱이라고 잡아넣어도 된다는 사람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적이자, 우리 사회의 체제를 위협하는 집단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려면 이런 사람들에게 하십시오. 물론 앰네스티는 그런 경우에도 양심수로 지정해 줄 것입니다.(으음... 지정 안해주면 어떻게 하지?)
추신: 제 기억으로는 위의 사건이 사노맹사건이 아니었나 싶은데... 제가 거의 치매상태라... 쩝쩝
François Marie Arouet, dit Voltaire 볼테르, 1694-1778, France littérature du frrançais, CLE, 2003, p.48, scan de nooe 호오.. 잘생겼네요~ l'origine du « Voltaire ».. Plusieurs hypothèses sur l'origine du pseudonyme « Voltaire » ont été formulées et ont longtemps f..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같은 취지에서 볼테르의 말들, '진정한 우파'가 지켜야할 신념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국가보안법'이란 게 가능하다면 '빨갱이'를 처단하라는 식의 댓글을 단 분들께 적용할 수 있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요.
2008/08/29 20:10전 그분들의 사상을 싫어하지만 엠네스티가 그분들을 양심수로 지정해주는 것을 지지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보기드문.. 진짜 앰네스티스러운 분이시군요.
2008/08/30 02:29가입하시죠...
전 살면서 진짜 볼테르 말대로 할 것 같은 보수주의자는 딱 한 분 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유주의자라고 써야 할라나요?
전 엠네스티를 지지하겠지만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진 않을껄요.
2008/08/30 21:29그런데 '..주의자' 라는 말들 너무 헷갈려서 이젠 다른 말을 써야할 것 같아요. 제 이름 제대로 걸고 있는 사람들도 드물고요.
하여간 '반인권', '독재'를 '보수'라고 지칭하는 것, 참 문제인 것 같아요.
이름과 내용이 전혀 일치하지 않으니, 참 힘듭니다.
2008/09/01 13:43하다못해 참치깡통에 꽁치가 들어있어도 난리가 날텐데...
이건 뭐...
이거 재밌는 비유네요. 각종 아이디어의 씨앗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감사드려요.^^
2008/09/01 22:31흐 저도 갑자기 생각난건데...
2008/09/02 10:58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누에님이라면 멋진 그림으로 표현하실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