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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온 편지

분류없음 2011/09/10 20:27 posted by 고은태
이 글은 지난 7월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 직후, 앰네스티 노르웨이 지부 사무국장이 다른 나라의 동료 사무국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노르웨이 지부 역시 피해를 당한 가운데, 충격과 공포의 와중에서 쓰인 이 이메일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앰네스티 노르웨이 지부는 폭발로 사무실이 피해를 입었고,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한겨레 HOOK에 실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번역해주신 이정현(@lion9460)님께 감사 드립니다.

-친구 여러분,

오늘 아침 우리는 오늘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들으며 일어났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바로 조셉 콘라드의 “Heart of Darkness”가 생각나더군요. 제 머릿속엔 “Apocalypse Now”에서의 말론 브랜도의 명대사, “공포, 공포” 가 맴돌았습니다.

제일 어린 경우엔 13, 14살 밖에 되지 않던 청소년들이 경찰 복장을 한 남자가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자신들을 광장에 몰아놓고 총격을 가하는 동안 작은 섬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몸을 피했지만 가해자를 보지 못했던 청소년들은, 그 “경찰”이 이젠 괜찮으니 나오라고 하는 말에 속아 나와서 살해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참극이 90분 동안 계속되는 동안 85명, 어쩌면 그 이상이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경찰이 도착하자 총 한 발 쏘지 않고 투항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역사에 기록된 것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부류였나 봅니다. 이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은, 노동당과 정부가 이슬람 교인들과 이민자들에게 너무 약하게 나간다고 생각해서였다는군요.

캠프에서 일어난 이 무서운 사건은 가해자의 첫 범죄로 생각되는 정부건물 폭탄테러를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쪽 사건에선 “겨우” 20명 정도 밖에 사망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폭탄테러는 그저 캠프의 학살을 위해 경찰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행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 부상을 입은 동료와 부상은 면한 다른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여러분, 그들이 그 장면을 최초로 목격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말로는 유리와 잔해가 사방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차마 형용하지 못할 부상을 입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살기 위해서 도망치고, 숨고, 헤엄치며 겪은 경험을 더 염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 중에서도 더 잘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상황은 시민들로 하여금 영웅이 되게 합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했던 한 어린 소년이 섬에서 200미터를 헤엄쳐 나오며 자신의 부상당한 친구도 밀고 끌며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폭발 테러 사건 현장에 있었던 버스 운전사가 승객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며 자신의 버스에 부상자들을 태워 첫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응급실로 후송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섬 근처에 있던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자신들의 배를 이용하거나, 빌리거나 심지어 훔쳐서 자신들의 안전도 무릅쓰고 탈출하는 아이들을 구해주러 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공포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더욱 민주주의와 개방성, 다양성을 옹호한 우리 정부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 반대를 지향하는 것이 더 쉬웠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말씀 드리건대, 이는 용의자가 반이슬람, 반이민자적인 견해를 가진 노르웨이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사는 시민들로 하여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이번 사건에 희생되고 부상 당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주변사람들을 기억하고 위로할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노르웨이인 모두가 우리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를 계속 지향하며 이번 참극과 그 가해자가 요구하는 그 정반대의 가치를 지양하기를 다짐하는 계기를 준 것입니다.

슬프게도 이미 가해자는 자신이 바라던 대로 역사에 기록되고 유명세를 얻게 되었지만, 그의 끔찍한 행위는 결국에는 인권이 가지는 가치를 더해 주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미 운명을 달리한 아이들은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견딜 수 없는 희생이 그런 가치를 우리 사회에 더 깊이 아로새기는 결과를 낳는다면 정말 다행이지 않겠습니까?

우리 앰네스티와 다른 시민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월요일에 모여서 바로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한 추모와 집회를 조직하기 위해 토의할 계획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존(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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