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촛불집회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하나가 바로 폭력문제입니다. 특히 정부는 정부대로 촛불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시민들 역시 과연 시위 중의 폭력사용이 정당한가, 혹은 유용한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시민들의 폭력적 저항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앰네스티 조사관이 파견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폭력에 대한 앰네스티의 언급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지요. 조사관이 촛불집회가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다는 평가를 내렸을 때, 시민들은 환호했고 정부는 분노해서 법적 대응 운운 하는 등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조사관이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인지하지 못했나 봅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앰네스티가 정부와 시민의 사이에서 무슨 재판관이라도 된 듯한 상황에 처하게 되니 상당히 곤란했습니다. 앰네스티의 조사는 인권침해를 파악하고, 해당국 정부에 개선을 권고하며, 필요하다면 보고서를 발간하여 세계여론을 움직이고 때에 따라 캠페인을 동반하여 개선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취해지는, 사실(혹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조사단의 이런 좀 특수한 사정 역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 부분은 앰네스티 국제운동 내에서 토론을 좀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조사단의 활동과 그 후의 정부, 그리고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아직은 우리 사회에 앰네스티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시민들이 모르는 것은 홍보가 부족했던 저희들의 잘못이고, 정부가 모르는 것은 공부 안 한 정부 책임이고… ) 특히 시민들의 폭력사용, 혹은 폭력적 저항에 대한 앰네스티의 기본입장을 한번 정리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앰네스티는 시민들이 사용하는 폭력에 대해 아무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찬성도 하지 않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문이나 수감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처형 등 종종 정부가 행사하는 잘못된 폭력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다만 정치적 저항의 맥락에서 무력에 의지하는 경우에 한해서 입장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1992년에 발간된 앰네스티의 핸드북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앰네스티는 시민들의 폭력사용에 대해 실용적인 접근은 하지만 도덕적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정치적 단체로서의 앰네스티는 폭력에 호소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또한 폭력의 정치적 이용 자체를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그 전문에서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써 반란에 호소하도록 강요"받게 되는 상황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앰네스티가 폭력사용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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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앰네스티는 그 활동원칙의 하나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앰네스티 자체는 비폭력적인 운동인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활동방식일 뿐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앰네스티 활동의 핵심 중 하나인 양심수의 판별에 있어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주장한 사람은 제외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폭력을 사용한 사람까지도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테러리스트 같은 경우를 들 수 있겠지요)을 피하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입니다. 양심수라고 해서 그 사람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폭력사용 때문에 양심수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앰네스티가 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이러한 무입장의 원칙은 한국사회의 흑백논리와 온데 다 참견하기 분위기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러나 앰네스티의 회원이 절대적 평화주의자에서부터 정치적 분쟁에서 무력사용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실 것입니다.
또한 앰네스티는 가능한 한 이론적 논쟁 보다는 실질적인 인권침해의 방지에 집중하고자 노력해 왔고, 그런 노력의 일환이 시민들의 폭력사용에 대한 무입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앰네스티는 시민들의 폭력사용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촛불집회에 온 앰네스티 조사관에게 집중된 가장 큰 질문은 시민들이 평화로웠는지 아닌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찰과 법무부가 가장 흥분해서 난리를 친 부분이 또한 이 부분이기도 하구요. 조사관 역시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정부당국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직접 부상전의경이나 진압현장의 전의경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시위대에게 경찰이 사용한 폭력이 과잉이었는지, 아니면 합리적인 수준 내의 것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시위대가 기관총을 들고나왔는데 경찰보고 방패만 사용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조사관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시민에 대한 경찰의 과잉폭력 사용이 존재했는지, 그 결과 어떤 인권침해가 발생했는지에 놓여져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차적 판단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제가 깊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네요.)
마지막으로 앰네스티에 대한 경찰과 정부의 불만에 대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시위대의 폭력을 앰네스티가 시시콜콜 조사해서 뭘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검거라도 할까요? 그건 경찰의 일입니다. 폭력을 사용한 시위대를 적법하게 검거해서 적절한 수위의 처벌을 하는 것에 대해 앰네스티는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폭력사용자 처벌은 지금 경찰이 지나치게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앰네스티더러 도와달라는 말씀은 설마 아니겠지요?
도대체가 글만 써놓고 나면 왜 이렇게 아쉬운지… 글 좀 잘 써보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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