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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희망은 있는가?

지부장 일기 2008/09/13 01:21 posted by 고은태

이 글에서는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한국 시민사회, 혹은 시민단체의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본 이전 글에 이어 한국의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제 견해를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밝히고자 합니다.
2008/09/08 - [지부장 일기] - 참여연대 위기, 환경운동연합 압수수색

문제는 필자가 시민사회나 시민운동, 혹은 시민단체에 대한 전문가는 커녕, 좀 안다는 사람의 수준도 안 되는 편협한 경험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 대해 그 어떤 권위도 부여하지 말고, 그저 오랫동안 앰네스티 운동 만을 해 온 사람이 일반인의 시각에서 다른 시민운동을 보고, 또 앰네스티 스스로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느낀 것들을 서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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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민단체의 출범을 어느 시점으로 잡든, 이 땅의 시민운동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했습니다. 혹자는 국민의 수준이 높은 것이 대한민국의 큰 강점으로 꼽기도 하지만, 적어도 풀뿌리 시민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뭘 모르는 소리입니다. 시민의 참여의식에 관한 한 이 땅의 시민운동이 처한 환경은 절망적입니다. 우리가 우습게 보는 네팔과 비교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시민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내적 조건은 재정과 인력입니다. 그렇지만 이 땅의 시민들에게는 적은 돈이나마 꾸준히 기여하는 기부문화도,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자원활동문화도 전무 하다시피 했습니다. 적어도 2007년 말까지는 확실히 그랬지요. 결국 대한민국은 시민운동의 불모지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26년 전, 제가 처음 앰네스티 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상황이 더욱 처참했습니다. 그저 회원으로 이름 걸어주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은혜를 베푸는 분위기였으니 회비로 운영은 생각도 못하고, 거의 모든 단체에 실제로 걷는 회비라는 것이 아예 없었습니다. 회비를 안 낸다고 회원을 정리한다는 개념이야 있을 수가 없고, 회원활동 한다고 돈 빼먹을 궁리만 안 해도 고마울 지경이었지요.

하다못해 동창회 조차도 회장이 돈 내서 운영하고, 그나마 좀 나은 데는 이사들도 거드는데, 돈 한푼 안내는 회원들은 회장이 유능하니 못하니 타박하면서 단체 운영이 풍족하지 못하다고 불평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에 회원들이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회비 받아 운영하는 조직은 아마 아주머니들 계모임 밖에 없었을 겁니다.

당시 제가 앰네스티에 가입한 이유 중의 하나가 회비를 걷어서 재정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해서 대한민국 풀뿌리 운동의 큰 발걸음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글이 너무 길어서 자릅니다. 계속 읽으실 용감한 분들께서는 more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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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민단체 그리고 참여를 바라는 단체들에게 필요한 것

    Tracked from nooegoch  삭제

    '투명성' 자기 스스로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그리고 자신이 참여함으로써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나아지는지 볼 수 있는... ※ 다음은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에 남긴 시민단체, 희망은 있는가?에 대한 댓글입니다. ㅠ.ㅠ 길게 쓴 댓글이 날라갔습니다. 다시해보겠습니다. 위의 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돈이 되는 것을 만드느냐 아니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느냐. 이 둘, 그리고 그 사이를 갈..

    2008/09/16 18:4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이종은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글의 내용에 공감을 합니다.
    이미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고, 기간 활동을 통해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도 찾고있죠
    그 방법중의 하나가 덩치를 작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조
    상근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조직, 회원들의 회비는 조직 기본운영과 활동에 사용되는 조직, 회원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조직입니다.
    공감할 수 없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중앙과 지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앙은 블랙홀이죠,,지역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시민단체가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주민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풀뿌리 지역 자생단체에서 일합니다.

    저는 시민단체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저희 단체가 창립한 14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2008/09/13 12:1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상근인력이 없는 조직은 상당히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단체의 문제점을 굉장히 많이 해소 해주지요.
      성공담을 좀 알려주시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격려와 교훈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근조직이 없으면 회원들이 그 만큼 큰 희생을 해야하지요.
      또한 상근조직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도 있고요.
      조직이 커질 경우 더욱 그럴 것입니다.

      따라서 네트워크 조직은 조직대로 키워야 하고...
      대형조직에 대한 고민은 또 별도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네트워크 조직이 좋은 모델이지만 모든 문제를 다 커버하지는 못할 겁니다.

      지방의 문제는.... 끙끙
      위의 본문의 글은 이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오로지 중앙(!), 정확히는 서울조직에 국한된 문제입니다.

      저 역시 지방사람으로서 심지어는 앰네스티 내에서 조차도 이 부분은 외롭게 싸워야 합니다.
      지방의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한국사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장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 심지어는 인권운동에서 조차도 - 수도권 중심주의의 폐해를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 부분은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9/14 11:56
  2.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성찰을 하시는 분이 있다니 '희망'이 보입니다.
    계속해서 눈과 귀를 열어놓겠습니다.

    2008/09/13 21:51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저 말고도 많을 거에요.
      다만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할 뿐...

      2008/09/14 11:56
    • BlogIcon nooe  수정/삭제

      ㅠ.ㅠ 길게 쓴 댓글이 날라갔습니다. 다시해보겠습니다.

      위의 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돈이 되는 것을 만드느냐 아니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느냐. 이 둘, 그리고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상황.

      고 은태님의 글은 저에게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당장 회비를 내는 회원으로 바뀌긴 힘들겁니다. (이건 반론이 아니라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 중에 저와같은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대한...) 일단 지금 저의 상황이 어딘가에 지속적으로 회비를 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없을뿐더러(매달 생활비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가끔 백원 단위의 돈을 구걸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기 힘들겁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벽 때문에 저같은 사람은 어딘가에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려하지 않을 겁니다. 제 경우만해도 어떤 시민단체에 회비를 낸 적이 없으며 엠네스티에서도 옆서를 구입한 적은 있지만 회비를 낸 적은 없습니다. '회비'에 대한 문제, 더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행위를 둘러싼 벽도 두텁습니다.

      예를들어 불투명한 곳에 회비를 내는 것으로 어떤 자긍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기만'적이라 여기는 것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 편견이 많고 고집스럽고 까다로운 성격입니다. ^^;) 차라리 제게 필요한 단체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나의 노력이 무엇을 변하게하는지 직접 보고싶어합니다. 또한 어떤 단체에 종속적인 참여가 아닌 동등한 관계를 맺고 싶어합니다. 예를들어 어떤 단체에 필요한 창작물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밥을 굶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정말 이런 성찰을 하시는 분이 있어서 반갑습니다. 전 이 블로그를 통해 엠네스티라는 단체를 좀더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투명성','정당성','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그 단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생깁니다. 그런 호감은 저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채감과 죄책감의 자극이아닌 보다 창조적인 방법으로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합니다.

      '왜 삯바느질해서 어렵게 모은 돈을 유명대학에 기부할까?' 등과 같은 문제제기를 통해 새로운 출구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할꺼라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저같은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신 점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쓴 댓글과는 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 트랙백으로도 남깁니다.

      2008/09/16 18:47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쉽게 답글을 못달겠네요.
      며칠 고민 좀 해본 후에,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마 별도의 포스팅을 통할 것 같네요.

      2008/09/16 19:47
  3. Fiona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앰네스티에 들어가서 느낀것은 답답할정도로 느리고 고지식함이었습니다. 좀더 많은 영향력을 내려면, (목숨과 같은), 그만한 투자가 있어야하는데, 재정과 후원부문을 철저히 감독하고, 회원들이 내는 만원을 어떻게 하면 몇만배의 가치로 쓸것인가를 고민하는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그 원칙이 앰네스티를 지금까지 있게 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계를 고민했지요. 특히 착한 며느리 신드롬 같은 부분에서요. 시민단체라 하면, 조금 덜 받지만 노동 강도는 높은. 그래서 본연히 나는 착한일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해야할것만 같은.. 제가 그 당시 고민했던것들에 대한 고민의 연장을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 아 인턴 보고서써야하는데..

    2008/09/13 23:55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고민하고 결과를 좀 나눠주세요.
      원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봅니다.

      근데 인턴은 뭐 하세요?

      2008/09/14 11:57
  4. comeshi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민단체.. Good governance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09/15 14:54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Good Governance가 절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Good Governance를 키워내기 위한 지원은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걸까요?
      유한한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에서 Good Governance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 어느 부분으로 가고있는 자원을 희생시켜야 할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겠지요.

      2008/09/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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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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