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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장네 원두막] 알아도 모르는척~

회원 일기 2008/09/17 10:55 posted by 난민촌장

안녕하세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코디네이터 최원근입니다. ^^
글을 써야겠다고 맘 먹은게 십수일인데 이제서야 제 이야기를 한편 올려봅니다.

참고로 제가 난민과 관련된 블로그인 '난민촌장네 집'(blog.naver.com/frchch)을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쪽은 주로 전문적이거나 학술 자료들을 올리고 나누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활동하다보면 느끼는 것들,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 이런 것들을 여기서 좀 나누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쓰는 글들은 '난민촌장네 원두막'에서 하는 이야기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요.

참, 한가지 확실히 해두는 것은 제가 난민코디네이터이긴 하지만, 여기서 쓰는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일기장' 이니까요. ^^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금요일 오후였는데, 집에 내려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제 전화기에 031로 시작하면서 모르는 번호가 뜨면, 십중팔구 '그곳' 입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말이죠. (사실 '보호소'라기 보다는 '수감시설'이 맞습니다만......)

'아, 또 뭔가 터졌구나.'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데, 몇년 전에 개인적으로 난민지위 신청에 도움을 주었던 A국의 B씨였습니다.(죄송합니다. 난민의 신변을 위해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함구하겠습니다. ^^;;;; 그리고 이 사건은 난민코디네이터로서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도 확실히 밝힙니다.)
평소엔 무척 차분하던 B씨가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이 며칠 전에 이곳에 수감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몇 분동안 쏟아냈습니다.

이 분은 난민신청 절차가 진행중에 있었는데,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난민신청자의 신분으로 일을 할 권리가 없다며 여권을 빼앗겼고, 다음 날 변호사와 동행하여 여권을 찾으러 출입국사무소에 갔다가 체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신청자들이 그 잘난 출입국관리법을 규정대로 지키면 굶어죽거나 악성채무에 시달리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 얘기나면, 난민신청자에게는 정부에서 생계비가 지원되지도 않는데, 합법적으로 노동을 할 권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즉, 난민지위인정 심사가 진행되는 수년 동안(최근엔 평균 1~2년으로 줄었습니다만...) 정부로부터 아무 지원도 없고, 어디서도 일을 할 수 없는 채로 굶고만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는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도 알고 있기에 그동안 난민신청자가 공장 등에서 일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눈감아주고 있었습니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난민신청시 발급되는 증명서가 있으면 묵인해 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얼마 전(하필 정권이 바뀌고 난 직후와 딱 겹치는 시점부터... 수상해, 수상해-_-+)부터 이런 관례를 깨고, 이들을 모두 '불법체류자'와 동일하게 취급을 하면서 검문하고 체포하고 수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난민신청을 하려면 그 기간동안 생계수단을 만들어 놓고 했어야지 왜 법을 어기냐는 둥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이 없으시죠? 저도 한숨만 나옵니다.)

세상에 말도 안되는 법이 많기도 하다지만, 전 제 평생 이런 어이없는 법은 출입국관리법이 '더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박해를 피해 비호를 요청하는 난민신청자에게 의식주와 같은 최소한의 보호조차 제공하지도 않고,
생계를 위해 불법을 조장하는 법은 고치지도 않으면서(몇몇 조항을 고친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처리될 기미는 보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ㅜ.ㅜ),
결국 정부가 난민신청자들에게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똑같은 생활을 강요하고선, 이제와서 큰소리 치면서 체포하여 수감하고,
그 '수감'을 '보호'라는 황당한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무례한 태도에 화를 내며, 아픈 몸을 불평하는 B씨에게 달리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한참 만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께 전화로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화성보호소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에게 특별히 몇가지 당부를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가 왔더군요.
의례적으로 주말에 잘 지냈냐, 불편한건 없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편하지 않아."라고 퉁명스레 얘기하더군요. ... 아~ 어찌나 낯이 뜨겁던지........



모든 인간에는 이동(이주)의 권리가 있고,
노동의 권리가 있고,
박해를 피해 비호(asylum)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1948년에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7년의 대한민국에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있죠. 당연히 있죠.
다만 있어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이죠.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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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원근씨 드디어 글을 올리셨군요. 축하축하 감사감사
    저보다 훨씬 글을 맛나게 쓰시는 분이랍니다.
    조만간 이 블로그의 새식구 원근님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메일로 사진 몇 장 보내주세요.

    2008/09/17 10:36
  2.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발행하지 않고, 공개만 하셨길래 제가 발행으로 바꾸어 놓았어요...
    블로거뉴스에 올라갈 카테고리를 현장취재로 설정했구요.
    혹시 의도적으로 공개를 선택하신건데 제가 바꿨다면...
    죄송합니다... 흑흑흑 다신 안그럴게요.

    2008/09/17 10:58
    • BlogIcon 난민촌장  수정/삭제

      하하하... 지부장님... ^^;;;
      잘 하셨습니다.
      여기에서는 처음 쓰는 거라 어리버리해서 '공개'와 '발행'이 무슨 차이인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뭐가뭔지 모르고 설정해 놓은 것이랍니다.;;;;ㅋ
      담부턴 제가 '발행'으로 해서 글 올리겠습니다. ^^

      2008/09/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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