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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면 많은 직장에서는 작더라도 선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올해는 워낙 경제가 안좋아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다들 힘내세요.) 이런 선물을 받으면 큰 보탬이 되지는 않아도 은근히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무국원 회식비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그런 선물을 돌릴 예산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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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의 가족들은, 물론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이지만, 동시에 한국지부는 그들의 소중한 - 혹은 소중했으면 하는 - 직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사무국 분들에게 직장인들이 갖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맛보게 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들의 헌신에 대해 다들 감사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간혹 작은 선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작은, 아주 작은, 그래서 공개하기도 부끄러운 선물을 보냈습니다. 선물 고르는데 조언을 주시고 전달과정을 도와주신 우리 밍꼬팀장님이 대표로 감사메일을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구절이 있더군요. 사무국장 대행으로서 그런 구절을 넣으신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제 뜻과는 다른듯 해서 사무국 모든 가족들께 추석 인사메일을 보냈습니다.

사무국원 추석맞이 인사

2008년 9월 10일 수요일 오후 5:27

안녕하십니까, 자랑스러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원 여러분, 이사장 고은태입니다.
보내드린 작은 선물에 대해 고맙다는 문자를 여럿 받았습니다. 너무 약소해서 쑥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사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안보내신 분들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_-)
 
제가 이 글을 드리는 것은 다름아니라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목욕용품을 보냈다는데 대해 마치 제가 사무국원 여러분의 청결상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양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있는 일부 불순세력이 있다는 음모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단 한번도 사무국 가족 여러분이  불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어떤 헛소문에도 흔들리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 선물은 밍꼬팀장님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 것이므로, 선물의 가격이라면 모를까 선물의 내용과 관련한 어떤 비난도 본인과는 무관함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입니다.
 
이상은 한 번 웃자고 해 본 이야기이고, 제게 감사의 뜻을 보내주신 여러분 중에서 밍꼬팀장님의 것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 한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밍꼬팀장님께서는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문자를 주셨는데, 저는 여러분께서 더 열심히 일하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밍꼬팀장님은 열심히 하고 계시지 않은 건지? 아마 사무국장 대행이다 보니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요.) 지부가 발전하면서 여러분의 업무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이 되어가는 것이야 물론 희망하는 바이지만, 앰네스티의 오랜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여러분께 소망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는 오래도록 저희들과 함께 일해 주시는 것입니다. (사무국장님께 야단 맞을 라나?)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이 십 년 쯤 뒤에 아직도 사무국에서 일하시는 여러분과 다사다난 했던 올해를 추억하며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기를 더욱 기대합니다. 결국 앰네스티를 움직이는 기본 자원이 회원들의 애정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오랜 회원인 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 앰네스티의 발전과도 합치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되기에는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은 우리가 함께 뚫고 나가야 할 장애물일 뿐 결코 우리를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무국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좌절이 모여 결국 조직 전체의 좌절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저나 이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사무국장님과 여러분의 뜻을 받아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올 한 해 한국지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그런 성장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성공적인 몇 년을 보내고 난 뒤, 오늘을 뒤돌아 보면 아마 분명히 한국지부 역사상 보기 힘든 놀라운 도약이 바로 올해 이루어졌다고 회상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도약 뒤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따릅니다. 최근 제가 사무국 소식을 잘 듣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무국의 모든 분들께 지난 몇 달은 매우 힘들고 어쩌면 고통스러운 기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순간이 동시에 우리 모두의 가장 빛나고 찬란한 시기로 남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어려움 속에서 이룬 한국지부의 성장은 매우 값진 것이었으며 또한 세계인권상황의 전진에 큰 기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한국지부는 물론 전세계 앰네스티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밍꼬팀장님께 요청한 자료를 보다가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6, 7, 8 석 달 동안, 그 정신 없는 북새통에도 불구하고 한국지부는 유례없이 안정된 회원 수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D에 악영향을 줄만한 몇 가지 요인들과, 탈퇴회원수가 증가할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입니다. 더구나 DD가 아닌 회원가입 역시 안정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수치들을 같은 기간 중의 한국지부의 활동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인정으로 받아들이며, 또한 향후 한국지부의 성장이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발점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회원 수 증가 외에 우리가 이룩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더욱 엄청납니다. 다만 측정할 방법이 없을 뿐이지요. 어떤 부문에서는 우리는 우리가 이룩한 것들에 대해 서로를 축하해 주어도 좋을 것입니다. (오늘 필요한 자료를 찾느라 네이버 뉴스검색에 앰네스티를 쳤더니 수십 페이지를 넘겨도 한 달이 안지나 가더군요.)
 
추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후 한 번도 추석이 부담스럽지 않은 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좀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지내봅시다. 만나는 가족 친지들에게 앰네스티 자랑도 좀 하시고, 업무는 잊어버리고 신나는 추석을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고은태 올림

이 메일에 대해 돌아온 답장들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내신 분의 정체는 밝히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은태 이사장님

국제앰네스티 ***입니다. 보내주신 추석선물과 이메일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어제 밤 선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슴 벅참을 느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보내주신 선물 때문만이 아닌 이사장님의 이메일을 통해 느껴진 이사장님의 앰네스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저에게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앰네스티와 함께하게 된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세상을 알아가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설레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 직장인만큼 욕심이 나 신나게 달려가다가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하나둘 생겨나 주변의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하고, 앰네스티 활동에 열정적인 회원들, 대학생회원들,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내가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해하기도 하구요, 때론 앰네스티에 내가 맞는 사람인가?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 잠 못들기도 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온갖 감정을 다 느끼며 살아가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사장님 말씀처럼 아무리 장애물이 있다하더라도 좌절이라는 감정을 품진 않을 것입니다. 좌절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활동들이 함께하는 이 삶이 가슴 벅차게 아름답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그리고 오래도록 앰네스티와 함께하겠습니다.
 
아직 여름이 가지 않아 때늦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추석이지만, 가을바람처럼 상쾌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추석선물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드림

제가 개인적인 이메일을 공개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은 이 아름다운 메일을 통해 우리가 앰네스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분들이 매일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앰네스티를 자신의 헌신의 장으로, 동시에 부족하나마 직장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영웅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초인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 아파하고 괴로와하고 자신의 능력을 회의하는, 우리와 똑같은 보통사람들이지만 스스로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나선 영웅들입니다.

저는 우리가 이것을 인정하는데에서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의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충분히 사랑하고, 우리의 뜻하는 바를 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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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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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ifi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쪽 사진, 언제 찍으셨어요? 그날 저는 경황이 없어서 그 좋은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했는데. 그날 지부장님의 한 말씀이 어찌나 큰 도움이 됬는지... 사무국 분들이 아주 평안한 추석 연휴를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2008/09/19 00:59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흠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하게 된거라 저도 쫌 그랬는데...
      fifi님 잘 계시죠?

      2008/09/22 12:02
  2. BlogIcon noo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훈훈한 기운이 모락모락~

    2008/09/20 22:50
    • BlogIcon 고은태  수정/삭제

      이상한 얘기까지 다 올렸다고 딸한테 혼났습니다.
      제 유머가 좀 뒤틀린데가 있다는군요.
      저도 인정 -_-;;

      2008/09/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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