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고은태 지부장님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꿋꿋히 버티고 있었는데, 제 스스로 글을 쓰는거 보니 휴식 후에 여유를 찾았나 봅니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를 지난 2주동안 다녀왔습니다. 이민 간 지 20년이 지난 우리 가족은, 많은 이민자들이 겪듯이 여러차례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년만에 느껴보는 '엄마의 집'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3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을 지내러 갔지만 사실은 개인적으로 쉼이 필요해서였습니다. 앰네스티 사무국장으로 4년반을 지내는동안 너무 숨차게 달려왔고 저의 지친 모습은 여러부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5년, 아마도 더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은데... 무리해서 휴가를 내고 다녀왔습니다.
캐나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평화롭다' 입니다. 특히 가족이 사는 에드먼튼 시는 알버타 주의 수도이긴 하지만 그 규모는 매우 작습니다. 처음에 도착해서는 몸은 캐나다이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었습니다. 특히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바라보자면, 갑자기 '광우병'이 생각나면서 여러가지 잡념에 시달리게 됩니다. 개발로 인해 고층건물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한국의 경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한창중인 캐나다 수상의 선거전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한국의 정치상황이 생각나 우울해집니다. 만나는 한국사람들은 다들 누구네 집이 얼마나 올랐다더라, 누가 사업을 해서 얼마를 벌었데더라, '돈'과 관련된 이야기만 합니다. 우울합니다.
가족들은 1박2일로 에드먼튼 에서 4시간 거리의 Jasper(록키산맥 북쪽에 위치한 도시)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거대한 풍경에 감탄만 하고 있을때, 스위스에서 온 한 여대생을 만났습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며다니며 멍하니 호수를 바라고고 있기도 하고, 책을 꺼내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자유로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여 "스위스도 산들이 유명한데 비교해서 어떠니?"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알프스는 사람들을 위한 산이야. 사람들이 원하는 식으로 바뀌고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곳은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볼 수 있어 그 감동을 훨씬 더하다고 덧붙혔습니다. 이곳 역시 정부와 시민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거대한 자연에 일부인 인간은 그 자연을 파괴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것을 보존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너뜨리는데는 순식간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 우리도, 시민들이 바르게 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중요한 가치들을 지킬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앰네스티가 장기전을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가슴이 다시 조금씩 불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휴가'가 효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내 마음가짐만 달라지고 나머지는 그대로인듯 합니다. 여전히 촛불집회와 관련된 사람들은 잡혀들어가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꿋꿋히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시민들의 통로가 되었던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격을 막느라 정신이 없고, 국회에서는 계속해서 서로의 주장을 하고 있고, 정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고...
이런 사회에서 희망을 보존할 수 있을지 답답해지고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서글퍼집니다...
캐나다 정부는 남의 집 앞마당에서 쉬고 있는 사슴들을 쫒아내지 않더군요. 이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저 큰 뿔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는 사슴이 가진 권리조차 가지지 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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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back to the battle field.
2008/09/25 13:10근데 이쁜 사진을 여럿 업로드 해놓고 두 장만 보여주시네요.
하, 역시 캐나다... 좋아보여요.
2008/09/25 13:44사슴을 보는 순간.... '소'인줄 알았다는....... @.@
국장님, 웰컴백!!! ^^
와 정말 가보고 싶은곳인데.. 뜻깊은 휴가가 되셨기를 빌어요~
2008/09/25 22:47Welcome Back!